‘주민 외 차량진입금지’ 무시하고<br/> 업체 6곳서 총 160여대 배짱 운행<br/> 600년 된 보물 문화재 들이받고<br/> 관광객 덮쳐 부상 사고도 ‘다반사’<br/> 안동시는 탈세의혹 등 뒷짐 진 채<br/> 세계문화유산 관리 소홀 ‘도마 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이 무분별한 전동차 영업으로 훼손되고 있다. 무질서한 전동차 운행으로 심각한 문화재 훼손 문제가 제기된 데 이어 인명 사고까지 발생해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9일 오전 11시 11분께 하회마을에서 전동차를 운전하던 50대 관광객이 중국인 관광객 2명과 해설사를 덮쳐 3명이 부상을 입고, 마을 내 기념품판매점 가판대 일부가 부서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화물차가 보물 제414호인 ‘충효당’을 들이받아 600여 년 된 기와지붕과 건물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도 났다. 여기에다 전동차 주차장을 만들이 위한 농지 불법매립과 탈세문제까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하회마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관광객이 운전하는 전동차가 마을 담벼락 등을 박는 사고는 매일 일어나는 것 같다. 목격한 것만 해도 수십 건”이라며 “큰 사고가 아니다 보니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은데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전동차 운행을 원칙 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회마을에는 현재 전동차 업체 6곳에서 총 160여대를 운행하고 있으며, 이 중 4곳의 업체는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을 주민 차량과 전동차가 무질서한 운행으로 관광객들은 항상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다. 먼지와 소음 등의 피해는 애교수준이다.
하회마을을 찾은 김명환(45)씨는 “하회마을 입구에 주민 이외에 ‘차량진입금지’라고 돼 있는데 막상 마을에 들어와 보니 전동차량이 무법자처럼 휘젓고 다녀 마을 구경보다 이를 피하는데 신경이 더 쓰인다”며 “아이들과 함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왔는데 어른들의 이기심만 가르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회마을 전동차 문제는 비단 사고 위험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동차량이 주차돼 있는 주차장은 대부분이 농지로 밭을 메워 가건물을 짓고 영업행위를 하고 있어 불법 매립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안동시에서도 농지를 불법 매립한 업체에 대한 고발조치와 원상복구를 명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농지를 불법으로 매립해 전동차 대여업을 하고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고발조치 등 행정조치를 하고 있지만 벌금이 약해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시에서는 관광객들에게 전동차량 운행 사고 등의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홍보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탈세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회마을에서 대여하는 전동차는 1대당(1시간 기준) 2만~5만 원이지만 결제는 현금과 계좌 입금만 가능하다. 일부 업체는 가족이나 친·인척 명의의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카드를 대신 받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금 관련 불법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전동차 업체의 세금 탈루와 관련 안동세무서는 “세부사항은 개인정보 방침상 알려줄 수 없고, 탈세 의혹이 있다는 제보가 정식으로 접수되면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동시와 문화제청에서도 여러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안일하다는 지적이 많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전동차들의 문화재 훼손은 ‘문화재 보호법’상 고의성이 없어 처벌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를 강력히 재제해야 할 하회마을보존회는 마을 주민이 운영하는 업체의 눈치를 보느라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것이 안동시의 주장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전동차 이용을 제한하는 법적 규제가 조속히 만들어져 시행돼야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