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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생도 있다

등록일 2021-04-26 20:07 게재일 2021-04-2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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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인조 남성 보컬그룹 SG워너비의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1년 간 한국 대중음악계에는 몇 가지 열풍이 있었다. 첫 번째는 BTS 열풍이다. 7인조 보이그룹 BTS는 국내 정상의 자리를 뛰어넘어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의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두 번째는 트롯 열풍이다. TV조선의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여러 방송사가 앞 다투어 트롯 경연 프로그램을 내어 놓았고, 그로 인해 수많은 트롯 스타가 탄생하였다. 세 번째는 본 연재를 통해 언급한 바 있는 걸그룹 브레이브 걸스의 역주행 열풍이다. 국방 TV 위문열차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폭발적인 유튜브 조회수에 힘입어 각종 음원차트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최정상 자리를 휩쓸었다.

이 열풍들은 모두 그것을 촉발시킨 주역이 되는 세대가 있다는 게 주목할 만 하다. 먼저 BTS열풍의 주역은 현재 10대 후반부터 20년대 초반을 이루고 있는 2000년대 생이다. 트로트 열풍은 현재 40대 이상을 이루고 있는 70년대와 그 이전 출생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브레이브 걸스 열풍은 최근 몇 년 간 군복무의 대상자였던 90년대 후반 출생자들과, 브레이브 걸스 멤버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90년대 초중반 출생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여러 세대가 저마다의 성장 배경과 문화적 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현상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데 이러한 열풍들 사이에서 언급되지 않은 세대가 있다. 바로 현재의 30대부터 40대 초반을 아우르는 80년대 생이다. 80년대생이 주도한 가요 열풍은 한동안 거의 찾아볼 수 없다가, 최근 2~3주 사이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발견됐다. 바로 3인조 남성 보컬 그룹인 SG워너비의 역주행 현상이다.

김용준, 이석훈, 김진호 등 3명으로 구성된 이 그룹이 한창 인기를 얻었던 시기는 이들이 데뷔한 2004년부터 2010년대에 접어들기 이전까지였다. 이후 한동안 잊혀진 것처럼 보이던 이들이 최근들어 다시 음원차트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계기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게 된 일이다. SG워너비의 유사 그룹인 ‘MSG워너비’를 만드는 프로젝트 도중 원조가수로 등장해 흘러간 그들의 히트곡들의 라이브를 선보인 것이다. 이들의 라이브는 이들의 동세대이자 전성기시절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낸 팬들이기도 했던 80년대 생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리고 80년대 생들의 향수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 되어 SG워너비를 음원차트에 다시 불러올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Top 10 곡들 가운데 ‘Timeless’, ‘라라라’, ‘내 사람’등 이들의 곡이 세 곡이나 올라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강백수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강백수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이러한 현상은 80년대 생이라는 세대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한다. 그리고 여전히 문화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인기를 얻었던 두 책 ‘90년생이 온다’와 ‘70년대생이 운다’가 떠오른다. 두 세대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는 세대인 그들 역시 현재 90년대생과 2000년대생으로 대표되는 Z세대가 그러하고 그들의 선배세대들인 Z세대가 그러했듯 그들만의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했다.

이들의 선배들에게 천리안, 하이텔같은 PC통신이 있고 후배들에게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모바일 SNS가 있다면 이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그들만의 독자적인 온라인 문화를 창조하곤 했다. 싸이월드는 최근 기존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으로부터 스카이이엔엠, 인트로메딕 등 코스닥 상장사 2곳을 포함해 총 5개 회사의 컨소시엄, ‘싸이월드제트’로 매각됐다. 80년대생의 향수가 여전히 사업성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들만의 문화를 패러디한 유튜브 콘텐츠 ‘05학번 이즈 백’(피식대학 제작)의 조회수가 최대 350만에 육박한다는 것은 여전히 이들의 문화적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 글을 통해서 필자는 동년배인 80년대생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건네고 싶다. 비록 때때로 90년대생만큼 트렌디하지 않고, 70년대생들 만큼의 권력을 지니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소외되곤 하지만, 회사에서는 신입도 아니고 리더도 아닌 위치에서 겉돌기도 하고, 가정에서는 육아와 내 집 마련이라는 거대한 과업 앞에 주눅 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세대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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