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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등록일 2021-03-28 20:02 게재일 2021-03-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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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백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과
서수백대구가톨릭대 교수

어느 날 뉴스를 보는 중에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사고 부동산 관리로 생계를 이어가겠다는 한 청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지나치는 우스갯말이 아니라 현실의 말이었다. 믿기지 않는 집값 이야기와 부동산 투기 문제로 떠들썩한 시국에 젊은이들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씁쓸하기 그지없다. ‘세상이 어찌되려고 하나….’, ‘이 나라를 어쩌나….’하는 난데없는 나라 걱정을 하며 몇 번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냉철한 판단을 굳게 붙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였다.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나는 영화나 책을 두 번 이상 보거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벌써 세 번째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이다.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라는 이 책의 주제 문구가 나와 내 삶에 변화를 줄 듯했다. 그것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으리라….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톡톡히 겪으며 한 인간으로의 소명을 다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몇 번을 다시 읽게 했다. 그것은 단순히 훌륭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모진 삶에서 나를 어떻게 다스리고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깨우치게 하는 이야기다. 현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전에 없던 갑질 행태, 사람에 대한 수저 논란으로 평등한 인권이 무너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불쌍하기까지 한 갑들의 우월감이나 을이 겪는 비참한 패배감은 우리 사회에 더 큰 무력감과 분노를 퍼뜨렸다. 이 나라와 이 민족은 역사를 거스른 세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정치인들의 대중적 TV프로그램 출연은 그들 또한 국민과 함께하는 한 사람이라는 인간미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TV프로그램 속 정치인들을 보는 데 그들의 화려한 이력은 2차적인 문제가 된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성숙한 품성을 지닌 아이로 훌륭히 길러내었다는 데 감동을 하고 진실한 사랑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배우자와의 소탈한 일상과 서로의 삶에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는 부부의 모습에 나와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배움의 자세를 갖게 된다. 어찌 보면 치열하고 각박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 더 큰 한숨이 쉬어질지도 모르겠다. 이 한숨이 결론이 되지 않도록 정치인들의 신실한 자세를 기대한다.

지금 사람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나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등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이 또한 그릇된 것을 바로잡고 올바로, 평안하게 살고자 하는 외침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 앞에 내 개인을 보호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공동 삶의 범위에서 찾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교육자로서의 사명,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거듭하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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