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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국민간식 ‘붕어빵’ 추억의 맛이 사라진다

이시라기자
등록일 2021-02-02 20:13 게재일 2021-02-0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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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재료인 팥 가격 ‘고공행진’에 이익 남지 않는데다 <br/>코로나 확산으로 매출마저 ‘뚝’ 장사 포기 상인 늘어
지난달 28일 오후 1시께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서 이모(25·여)씨가 붕어빵을 만들어 손님에게 판매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그 많던 붕어빵 가게는 어디로 갔을까?’

현금 쓸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겨울에는 현금을 챙기게 된다. 바로 겨울철 대표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을 사먹기 위해서다. 검은색 무쇠 틀에서 만들어진 붕어 모양의 투박한 빵은 겨울의 향수를 자극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최근 붕어빵 노점상들이 하나둘씩 동네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붕어빵 찾기가 어려워지자 ‘붕세권’(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주거지역)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중거거래앱인 ‘당근마켓’의 동네정보에는 붕어빵 가게의 위치를 공유하는 내용의 글이 끊이지 않는다. 집 주변에서 붕어빵 가게를 찾지 못한 이들은 ‘겉바속촉(겉은 바삭 속은 촉촉) 붕어빵을 찾아 원정을 떠난다’는 글을 작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붕어빵 가게가 희귀해진 이유 중 하나는 주재료인 팥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산 팥(40㎏)의 평균 도매가격은 47만9천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만600원)보다 약 41% 증가했다. 수입산 팥(40㎏)의 평균 도매가격(23만5천800원)도 작년(17만6천400원)보다 34%가량 올랐다. 지난해 길었던 장마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 팥의 가격이 상승했다.


포항시 남구 효자동에서 붕어빵 장사를 하다 지난달 29일부터 점포 문을 닫기로 한 대학생 이모(25·여)씨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새해 첫날부터 장사를 시작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손님이 없고 장사가 쉽지 않아 한 달 만에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붕어빵 장사의 걸림돌은 팥 가격 상승뿐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악재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시민들의 외출이 줄어들면서 붕어빵 노점상들의 매출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붕어빵을 팔아 이익이 남으려면 재료비에 드는 비용보다 빵을 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요즘은 길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것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스비도 비싼 데다 재료비는 계속 올라 더 이상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 폐업을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대구·경북지역의 한 붕어빵 체인업체 관계자는 “지난 2019년에 대구·경북에 300개의 지점이 운영됐는데 올겨울엔 150여개로 줄었다”며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창업 문의가 2배 가까이 더 늘었는데, 정작 장사를 해보겠단 결심을 하지 못하고 대부분 생활고를 토로하다가 상담전화를 끊는다. 그만큼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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