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아빠, 하나님이 왜 모기와 같은 해충을 만드셨어요?” 정말 모기는 해만 끼치는 해충일까? 수많은 모기의 유충들은 곤충들의 양식으로 모기가 없으면 먹이사슬의 체계가 무너지고 결국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더러운 물이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들이 있는데 걸음을 방해하고 옷을 더럽히는 무용한 웅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상에 수많은 이 작은 웅덩이들은 물을 담수하고, 주변의 생물들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기온과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나에게는 해로운 것일지는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생명을 살리는 각자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자연은 그 어느 것 하나도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요 생명체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만물을 연계하여 상생케 하는 우주 생명의 기운이다. 나비의 날갯짓으로 생겨난 작은 바람이 태풍에 영향을 끼친다는 ‘나비효과’도 모든 만물의 작은 움직임이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서로 영향을 끼치는 합연적 존재임을 의미한다. 내가 내 쉬고 흡입하는 숨 하나하나가 우주생명과 연합하는 생명의 기운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우주의 모든 생명은 성령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했고 그 성령을 ‘숨(호흡)’이라고 했다. 내 가 내 쉬는 한 숨 한 숨이 생명의 기운으로 성령이라는 것이다. 온 우주는 그 생명의 숨으로 가득 찼고 그 상태를 신학적 용어로 ‘성령충만’이라 한다.
J.E.러브룩은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은 각기 독립된 개별체가 아니라 서로의 생명을 연계하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했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은 하나의 몸을 이루면서 그 움직임 하나하나는 생명의 춤을 추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토머스 머튼은 ‘우주적인 춤(the cosmic dance)’이라고 했는데 곧 성령의 춤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와 풀들의 움직임, 파도의 출렁임, 별들의 반짝임, 나비의 나풀거림 등등 이 모든 것이 생명의 힘으로 가득 찬 환희는 ‘코스믹 댄스’이다.
팬데믹은 공생하며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생태파괴로 인하여 거주지 잃어버리고 인간을 숙주로 택한 것에서 생긴 것이다. 이런 생태파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려는 우주적 춤을 거부하고 인간만이 홀로 추는 춤, 독무(a solo dance)에서 비롯되었다. 팬데믹의 근본적 해결책은 더 이상 독무하지 않고 우주적인 춤을 함께 추는데 있다. 예수께서 하신 말 “너희가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았다”는 말의 더 큰 뜻은 우주만물의 생명을 살리는 우주적 춤을 추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코스믹 댄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