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의 4·15총선 패인을 분석하는 시각 중에는 ‘닥치고 통합’의 구닥다리 쇼에 빠져 탄핵 이후 부정적 이미지만 덕지덕지 붙은 수구꼴통 정치세력까지 모두 끌어안고 가려고 한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많다. 정작 민심이 갈구하는 중도실용 정신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치명적 허물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천하람은 지난 총선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내 고향은 대구”라면서 싸우다가 화랑 관창처럼 장렬히 전사한 대구 출신 청년 변호사다. 그가 받은 득표는 고작 4천58표(3%)로서 민주당 당선자 소병철의 7만8천480표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그러나 천하람의 도전은 결코 작은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인 전원투표에서 받은 59표(70.2%)는 통합당 당선인 84명 중 절반이 넘는 영남권 당선인 56명(66.7%), 초선 당선인 40명(47.6%) 등 두 그룹의 표심이 복합적으로 더해진 것이다. 주 원내대표를 향한 통합당 당선인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과거 향수에 중독된, 목소리 큰 극우 열성 지지층에 더 이상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영남당’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지름길이 호남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과감하게 바로잡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전국정당’으로 손색이 없는 포부와 역량을 지닌 당으로 재건축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관성도 철저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신실한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무너진 호남조직부터 재건해 진정성을 입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남 자민당’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