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이어 KBS 라디오 ‘열린 토론’에 출연해 자신이 표방하고 있는 중도정치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자신을 “스스로 보수라고 말한 적 없는 야권 인사”라고 규정하면서 “저는 생각이 변한 게 없는데 보수정당이 집권할 때 야권으로 비판하면 진보라고 하고 지금 같은 구조에서 정부를 비판하면 보수라고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특히 “국회 정책의 관철을 위해서는 거기에 동의하는 어떤 당과도 손을 잡는 게 국회의 작동원리”라고 설명했다. 즉 “누구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제안한 대안에 여당이 동의하면 여당과 손잡고 통과시키고 야당이 동의하면 야당과 손잡는 것”이라고 말해 사안에 따라 찬반을 결정하는 균형정치의 가치를 역설하기도 했다.
안철수의 언행을 놓고 보수정치와의 연대나 연합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의 ‘연합교섭단체’ 구성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근시안적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다. 안철수가 던지는 ‘혁신 경쟁’이라는 화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혁신적으로 변화한 야권이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마음을 선도해 나갈 때만이 국민은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념의 진화는 등한시하고 ‘닥치고 통합’의 억지 바람으로 집권당에 맞서고자 했던 총선 전선의 어리석은 패착을 제대로 반추해야 한다. 거여소야(巨與小野)로 귀결된 21대 총선 결과는 야권이 ‘중도실용’이라는 이 시대 최고의 가치로 재무장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현실을 여실히 알려주었다. 명망가 중심이 아닌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머뭇거릴 이유란 추호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