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정책실장 후임 김수현<br />“현 상황 위기 인식은 부적절<br /> 소득주도 등 3대 기조 유지”<br /> 靑 실세 따른 갈등 재연 우려엔<br />“洪 경제부총리 뒷받침할 것”
현 정부 경제정책을 조율해온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후임으로 임명된 김수현 실장 역시 야당이 비판을 퍼붓고 있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나갈 뜻을 밝혀 추후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왕수석’으로 불리던 김수현 수석이 정책실장으로 승진함에 따라 정부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주도권 다툼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신임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경제정책 3대 기조에 대해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 3대 기조를 계속 이어갈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해나갈 뜻을 밝혔다.
김 실장은 “(경제정책 3대 기조는)분리할 수 없이 묶인 패키지”라며 “속도·성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의 방향에 대해선 전혀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가 함께 해서 궁극적인 포용국가를 달성하려는 방향은 명확하다”며 “다만 속도와 균형에 있어 염려가 있을 텐데, 신임 경제부총리가 지휘봉을 잡고 잘 이끌어줄 것이다. 경제환경이 달라지는 시점에 와 있기에 1년 6개월 진행된 정책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실장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으로, 경제부총리를 뒷받침하겠다”며 “투톱(불화설) 같은 말이 안 나오게 엄중히 대처하고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경제부총리를 (경제)사령탑으로 하나의 팀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2·3면>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의 통합적 운영이라는 방향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고 김 실장은 전했다. 그는 “경제정책과 관련해 경제부총리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김 실장은 “많은 국민이 경제와 일자리를 걱정해 정책실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무엇보다 먼저 엄중한 민생경제를 책임지고, 경제·일자리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만나고 어디든 찾아가겠다. 대통령이 직접 챙길 수 있게 가감없이 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각이 국민 기대에 부응해 더 많은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며“내각과 비서팀의 팀워크를 한 단계 더 높이는 게 목표로, 현안을 미루지 않고 빠르게 반응하고 책임있게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김 실장은 “9·13 대책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경제부총리도 누차 말한 것처럼 앞으로 조금이라도 불안한 여지가 발생하면 선제적으로 대처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 김 실장의 책임이 없지 않다’는 지적에 “제 개인의 책임에 대해서야 언제나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경제 상황과 관련해서는 “경제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여러 제반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를 위기냐 아니냐 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정부는 가능한 한 모든 대책을 구상하고 있고 내년 확장적 재정을 편성한 것도 그런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지명된 홍남기 후보자(전 국무조정실장)는 지난 9일 부총리로 지명된 뒤 광화문 인근에서 연 기자 간담회에서 “아마도 올해 어려움이 내년에 금방 개선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고용지표 등이 부진하고 민생경기도 굉장히 어려워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내년에도 상당 부분 힘들 수 있겠지만, 지금의 경기상황이 경기 침체나 위기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만큼 경제가 심리라는 말을 각인하고 가능한 희망적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제정책 사령탑을 맡은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기존 경제정책 기조 아래 심각하게 침체된 민생경기가 짧은 기간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솔직한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면서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을 앞으로도 추진하되 조정·보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은 역대 정부가 다 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해나갈 과제라며, 추진을 해나가되 의도하지 않게 일부 문제가 제기되면 그런 점을 조정·보완할 수 있을지 경제팀과 머리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임팀과 다소 온도차가 나는 융통성 있는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