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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붕괴론의 허와 실

등록일 2018-11-12 20:40 게재일 2018-1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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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북한 붕괴론이 한동안 회자된 적이 있다. 1980년 후반 소련과 동구 공산정권의 붕괴 때문에 상당한 설득력을 지녔다. 미국의 일부 정책 전문가, 주한 미군사령관,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의 3대 세습체제는 권력의 자체의 분열로 붕괴될 것이며, 그것은 시간문제라는 주장까지 제기하였다. 여기에는 냉전체제하에서 서방 자유 민주 국가의 승리라는 여망이 담긴 것이며 대북 전략적 차원의 프로파간다 성격도 있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북한 세습 체제는 과연 붕괴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변화를 모색할 것인가. 북한 붕괴론의 허와 실을 철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북한체제가 그리 쉽게 붕괴되지 않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북한의 수령·당·군·국가가 결합된 특유의 북한식 억압기제는 체제 붕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당과 군은 수령옹위 양대 기둥이다. 북한은 수령을 정점으로 한 인민무력성·국가안전보위성과 인민안전성은 북한 인민을 조직적으로 통제하는 기제이다. 대중 사회조직인 소년단, 붉은 청년근위대, 사회주의 노동 청년동맹, 여성동맹, 직업동맹 등은 당의 방침을 일사불란하게 당의 방침을 따르도록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체제는 어버이 수령 중심의 가부장적 국가이며, 여기에 충성스런 인민들의 당과 국가에 대한 불만과 반란은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둘째, 북한은 대중의 동의기제마저 잘 갖추어 인민들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그람시가 말한 ‘대중의 동의’에 의해 정권은 유지되는 셈이다. 북한 당국은 ‘경제 위기 외인론’, ‘안보위기 결속론’, ‘일선 간부 책임론’ 등 대중 설득기제를 개발하여 당과 수령의 절대성을 계속 파급한다. 그들은 전 세계 사회주의가 붕괴되더라도 북한의 ‘우리식 사회주의’는 항구적이라는 신념까지 심어주고 있다. 북한 땅에는 인민 설득을 위한 채찍과 당근을 모두 갖춘 셈이다. 셋째는 북한 지배엘리트의 응집력은 강하고 분열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지배 엘리트들은 현재 수령을 정점으로 일치단결되어 독자세력화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지배층은 수령과 당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으면서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으로 보답한다. 일종의 공생관계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소련의 반스탈린 과정에서 보여준 권력 분파현상도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의 태자당이나 상하이방과 같은 분파적인 정치세력화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북한은 권력층은 빨치산, 항일운동가, 전쟁희생자 가족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수령을 정점으로 백두혈통에 대한 충성심으로 뭉쳐 있다. 그 동안의 북한 정권의 수많은 숙청도 이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며 수단이다. 북한에서 3대 세습과 유일 영도체제가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북한에서도 정책의 변화는 항시 수반된다. 지난해까지 핵·경제 병진노선을 선포했던 김정은은 비핵화를 선언하고, 연일 경제발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북한의 시장화는 이미 2002년 7·1 조치로 본격화되었다. 초기 자본주의 형태인 시장화는 북한의 법, 제도, 규범, 문화의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북한 주민들의 집단주의적 가치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들이 겉으로는 당과 국가를 우선하지만 내심으로는 개인의 사유욕을 챙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당 간부 등 엘리트층의 이익추구도 예외일수 없다. 북한 당국이 시장화에 따른 황색바람을 차단하기 위해 ‘모기장 이론’을 제시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모기장이 ‘모기와 쇠파리’는 막을지라도 자본주의 바람 자체를 차단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그러한 변혁 과정에서 세습 체제는 종식되고 당분간의 집단지도 체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북한체제의 변화는 있어도 체제 붕괴로는 연결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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