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 용역보고서 공개<br />여성·청년 중심 새로운 정치세력 적극 유입 주문
자유한국당이 30일 최근 선거 패배의 원인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선거 패배의 주 원인으로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한 낡은 대북·안보 프레임”, “보수를 결집할 수 있는 합리적 보수 노선의 정책 실종” 등을 꼽았다. 한국당은 이날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와 사회발전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한국 보수정당의 위기와 재건’이라는 제목의 용역보고서에서 보수 세력의 근본적인 재구성을 위해서는 총체적 난국의 실질적 원인이 된 인물을 교체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보고서는 한국당의 위기와 관련해, 단기적 요인으로는 △탄핵·촛불 국면의 국민지지 상실, 장기적 요인으로 △장기적인 인구학적 변화 △거시적 사회가치 변화 트렌드 이탈을, 당내적 요인으로 △공천과정 및 조직통합 등의 실패, 당외적 요인으로는 △민심 및 대중여론과 정당 지향의 괴리 등 4개 영역으로 구분했다. 보고서는 “한국당은 보수 유권자들이 유연한 대북정책을 선호하고 있음을 간파하지 못했으며 합리적 보수 노선의 경제, 사회 정책을 갈망하는 유권자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데 있다고 할 수 있다”고 결론냈다.
보고서는 이어 “한국당 지지 이탈층의 성향이 중도적인 이념성향을 가지고 있으나 여전히 진보진영을 넘어가진 않았다”면서도 “이탈자들이 인식하는 스스로의 이념과 한국당 사이의 거리가 더불어민주당과의 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멀었다.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한국당이 내세우는 정책, 가치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과의 괴리가 크다고 인식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특히 보수 성향의 응답자들은 한국당보다는 바른미래당에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30대는 바른미래당을, 40대 이상은 한국당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지난 두 번의 집권 과정에서 지지자를 이탈하게 하고 국민의 분노를 산 실정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실천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여성과 청년 중심의 새로운 정치세력의 유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보수 세력의 근본적 재구성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하다”며 “여성과 청년 사이에 이미지 개선 노력과 정책적 메시지보다 중요한 것은 총체적 난국의 실질적 원인이 된 인물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대선 패배 원인에 대해 ‘유연한 대북 안보 전략에 반대되는 강경 노선만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외교·안보쟁점에 있어 한국당이 지속적으로 강한 보수적 태도와 적대적 대북관을 견지해왔다는 점이 한국 유권자들이 인식하는 한국당과의 이념거리를 증가시키는데 상당한 작용을 했다고 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또 “경제 및 복지 쟁점과 관련 지지자와 이탈자 사이에 선호의 유의미한 차이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경제 및 복지 쟁점에 대한 태도의 차이가 한국당에 대한 지지철회를 초래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한 대북 안보 프레임을 버리고 평화와 통일의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합리성과 효율성에 근거한 보수 노선의 경제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한편, 지지 성향을 바꾼 응답자들은 홍준표 전 대표보다는 김병준 위원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다만 한국당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김 위원장보다는 홍 전 대표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