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28일째 폭염특보<br />농산물·가축·어류 등<br />폭염 피해 ‘눈덩이’<br />채소 등 공급량 줄어<br />장바구니 물가 ‘초비상’<br />“제철 과일도 너무 비싸”<br />서민들 ‘한숨만’
입추(7일)를 넘어섰지만, 재난 수준 폭염이 지속하고 있다.
용광로 더위로 농가 피해가 잇따르면서 지역 농민들의 가슴은 이미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농산물 작황이 나빠져 장바구니 물가까지 올라, 서민 가계 부담도 한낮 수은주처럼 치솟고 있다.
7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지역은 지난달 11일 이후 28일째 폭염특보가 이어졌다.
폭염으로 인한 온혈질환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263명이 발생했으며, 이 중 9명이 숨졌다. 15명은 아직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농작물은 불볕을 이겨내지 못하고 녹아났다. 18개 시·군에서 과수 491.1㏊, 채소 81.6㏊ 등 농작물 602.9㏊가 고사하거나 햇볕데임증상이 나타나 수확이 어려워졌다.
이러한 수치는 시든 면적을 제외한 추정치로, 기상청 예보대로 이달 중순까지 더위가 지속하면 지역 농작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크다.
가축 피해도 크다. 도내 22개 시·군 402개 농가에서 돼지 5천700여마리, 닭·오리 48만5천100여마리 등 49만900여 마리가 폐사했다.
포항과 영덕, 울진, 경주 등 4개 지역 양식장 21곳에서는 어류 14만3천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죽어나갔다.
농·축산물과 어류피해가 발생하면서 관련 물가도 오르고 있다.
지역 대형마트 신선코너는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의 한숨으로 가득하다. 작황이 부진한 채소, 과일 값이 터무니없이 치솟았기 때문.
폭염발 물가 상승이 추석 제사상 물가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면서 서민들의 주머니가 더욱 얇아질 전망이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도매가격이 한 달 전과 비교해 128%나 폭등했으며 상추는 59%, 무는 63%로 올랐다.
수박 값도 전년 대비 30% 이상 올랐는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작년보다 사과는 14%, 배는 20%, 복숭아는 10%가량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해 앞으로 상품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올해 이전 최악의 폭염으로 불리던 1994년에 소비자물가는 31.5%나 폭등한 바 있다.
실제 이날 하나로마트 포항점을 확인한 결과 채소는 양배추와 무, 배추의 가격 상승이 눈에 띄었다.
양배추는 1통에 6천800원으로 지난달 중순(3천650원)과 비교해 90%가량 올랐다. 무도 1개 3천380으로 전월(1천770원)대비 90% 비싸졌고, 배추는 1통에 5천580원으로 60%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제철인 수박도 8㎏짜리 1통이 2만8천원으로, 전월(1만6천원)보다 70% 가격이 뛰었다.
복숭아와 포도, 토마토 등도 30∼40%가량 가격이 올랐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폭염으로 채소와 과일 가격이 대부분 오르면서 신선상품 판매량이 최대 30%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채소·과일 값이 금값이 되자 신선코너를 둘러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들 생일상 장을 보러 나왔다는 포항시민 정모(43·여·북구 장성동)씨는 “오늘 저녁 잡채를 하려고 했는데, 시금치를 비롯한 채소가격이 너무 올라 메뉴를 바꿔야 할 지경이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신선코너를 두세 바퀴 돌 동안 아무것도 고르지 못하던 주부 박모(34·여)씨도 “과일을 사려고 왔는데, 너무 비싸져서 뭐 하나 담을 게 없다”면서 “제철과일이 이렇게 비싼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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