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연석회의 부활·계파갈등 자극 않는 신중모드<bR>안보보다 경제 부각…직설화법 대신 철학적 담론 <BR>당 일각에선 “김병준, 줄세우기 당직 인선” 비판도
자유한국당 혁신을 위해 출범한 김병준<사진> 비상대책위원장이 홍준표 체제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나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 잠정중단됐던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의 연석회의를 매달 수요일에 열기로 했다. 첫 회의는 오는 8일 열린다.
김 위원장은 “중진의원들이 비대위에 지적할 부분이 많다면 의견을 듣고 나름의 설명을 할 것”이라며 “혁신과 개혁은 사람을 잘라내고 싸워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홍 전 대표는 중진의원들이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모습이 노출될 경우 당내 잡음과 갈등으로 비쳐 지방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석회의를 중단한 바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 갈등을 자극하지 않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과거지향적인 인적청산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친박-비박 간 계파갈등을 피해왔다. 인위적인 인적청산을 먼저 하는 대신 이념·가치 논쟁을 먼저 한 뒤 솎아낼 인물을 분류하겠다는 것이다. 홍 전 대표가‘암 덩어리’, ‘바퀴벌레’ 등 직설적인 비유로 친박계를 흔들면서 인적청산을 시도하려 했지만, 당내 갈등만 더 키웠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또 안보 이슈보다는 경제 이슈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남북위장평화쇼’와 같은 직관적·직설적 화법보다는 철학적 담론을 선호한다는 것도 홍 전 대표와는 다른 점이다. ‘국가주의’를 화두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시장과 시민사회에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해찬 전 총리 등 여당에서도 국가주의 담론을 받아치기 시작했다”며 “어찌 보면 원론적인 토론 같지만, 국가를 완전히 새로 세워야 하는 이 시점에 꼭 필요한 논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김 위원장의 행보를 놓고 당내에서는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에 동의하면서‘일단 지켜보자’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나 일부에선 김 위원장이 특정 계파와 손잡고 다음 총선 공천과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국당 한 의원은 “당직 인선을 보면 홍 전 대표는‘깡패 때려잡는다고 더 깡패처럼 행동하는 검사’였다면 김 위원장은 교수님처럼 자기 밑에 줄 서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김 위원장이 단행한 당직 인선을 놓고 ‘복당파에 기운 인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동시에 김 위원장이 당권과 대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내 기반이 없는 김 위원장이 이 같은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주목된다. 이 외에도 당 지지율이 정의당에 따라잡힌 것도 김 위원장이 풀어야할 숙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