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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철강 통상압박 가중, 정부 대응 절박

등록일 2018-07-11 20:58 게재일 2018-07-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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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초강력 통상압박에 이어 유럽연합(EU)마저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를 잠정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철강산업의 메카 포항이 질식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작금의 통상압력은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외교 문제라는 특성을 갖고 있어서 개별 민간기업의 역량으로는 막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정부가 비장한 의지를 갖고 전방위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해나가지 않으면 해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일(현지 시간) 한국산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이달 중 잠정 발동하기로 했다. EU 집행위는 미국이 지난 3월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과하자 “수출이 막힌 한국산 철강 등이 유럽으로 덤핑 판매될 우려가 있다”며 올 3월 말부터 세이프가드 조사를 벌여왔다. 지난 5일 실시된 찬반표결에서 EU 28개국 중 25개국이 찬성표를 던져 미국의 보호무역에 맞서 EU도 자국의 이익을 지키겠다며 단합한 것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폭탄으로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는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에게 EU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설상가상이다. 한국은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는 대신 미국 정부가 요구한 수출 쿼터제(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를 수용한 상태다. 이 때문에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포항철강공단 내 강관업체인 넥스틸의 경우 500억원을 투입해 미국으로의 생산공장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철강업계는 일단 수요업체들과 연계해 EU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성과를 낼 수가 없다. 국제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통상압력을 ‘경제 문제’로만 봐서는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철강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수출 물량이 유럽 국가들의 기타 소비재 시장 등 자국 산업과 맞물려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설득 작업에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해 케네스 커티스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은 “한국이 관세폭탄을 비껴가려면 백악관 참모는 물론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료, 기업 등 다방면으로 접촉해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시장다변화를 통해 다양한 수출여건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 의존율을 낮추고 시장을 다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음은 명약관화해졌다. 하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업계가 전방위적으로 참여하는 ‘올코트 프레싱’ 전략으로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견디다 못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합작 형태로 미국으로의 생산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박효정 넥스틸 대표의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심정”이라는 말이 비장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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