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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에서 만나게 되는 나르시시스트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11-27 16:36 게재일 2025-1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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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 변호사

나르시시즘(自己愛·Narcissism)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한 나르키소스에서 유래된 단어로,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사랑과 이상화된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말한다. 자신감이나 이기주의의 정도를 넘어 과도한 자기애적 성향을 발현하며 자신의 존재 유지를 위해 타인의 삶과 존재를 짓밟는 것을 원동력으로 살아가는 자들이 나르시시스트이다. 모든 사람은 어느 정도 자기애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하므로 누군가를 함부로 나르시시스트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를 배우자나 가족, 또는 가까운 관계로 두어 먹잇감이 되는 경우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야 될 수도 있으므로 나르시시스트를 구별하고 대처법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혼전문 변호사로 이혼소송을 하다 보면 사건 속에서도 나르시시스트를 만나곤 한다. 그들의 첫 번째 특징은 과도한 자기중심적 성향이다. 배우자와 자녀들의 생활이 자신의 일과 휴식에 맞추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를 강요한다. 공무원이었던 한 의뢰인은 결혼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회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칼퇴근을 해서 육아와 가사를 하고 아이들이 아파도 육아휴직 중인 배우자 대신 의뢰인이 연차를 내 병원에 데리고 가야 했다. 의뢰인의 개인 시간이나 여가는 나르시시스트인 배우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 일이었다. 두 번째 특징은 과도한 칭찬과 인정욕구이다. 한 의뢰인은 아기가 생겨 서두른 결혼 준비에서 집 전세금과 혼수 전부를 마련해야 했다. 거기에 더해 수천만 원의 예단까지 요구하는 남편의 자신감의 이유는 자신이 잘생겼다는 것이었다. 의뢰인은 시부모로부터도 우리 아들들이 너무 잘생겨서 어딜 가도 뭘 받고 장가보내야 한다고 했다는 말을 들어야 했고, 남편 역시 자신이 잘생겼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아내와 처갓집에 끊임없이 경제적 지원을 요구했다. 나르시시즘의 세 번째 특징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공감은 전혀 없지만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거절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분노와 공격적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들의 나르시시스트들은 참다못한 배우자가 항의하거나 이혼의 뜻을 보이자 극도의 분노를 드러냈고 결국엔 분을 이기지 못해 외도나 가정폭력을 저질렀다. 이런 일들이 사건화 되며 자신들의 약점이 드러나자 이 결혼은 모두 상대방의 잘못으로 깨진 것이라고 선언한 뒤 집을 나가 버렸다. 한 의뢰인은 회사에서 불륜 중인데다 근무태도가 엉망인 직원을 해고했는데, 자신을 해고한 것에 대한 분을 이기지 못한 직원은 다음 날 새벽 회사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고 탕비실에 인분을 뿌려 놓았다. 전형적 나르시시스트의 모습이었다. 의뢰인은 그를 야간주거침입절도죄 등으로 고소했다.

예전에는 그저 혼인을 지속할 수 없게 하는 중대한 사유로만 여겨졌던 나르시시즘이 이제는 심리학적 정신장애인 나르시시즘으로 파악되게 되었다. 먹잇감으로 가스라이팅 당하는 대상은 주로 가족이나 연인이기에 피해자들이 나르시시스트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사와 판사도 사건의 깊은 이해를 위해서 나르시시즘의 특성에 대해 알고 심리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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