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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의 면죄부, 역사의 뒤안길로

등록일 2026-01-08 17:01 게재일 2026-01-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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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 변호사

필자의 아들은 어디 던져놔도 잘 살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아이다. 좋게 표현했을 때의 말이다. 한창 자유로움이 기세를 떨치던 초등학교 6학년 시절엔 용돈이 떨어지자 집에서 안 쓰는 휴대폰 충전기, 작아진 패딩조끼 따위를 몰래 당근에 내다 팔다 걸렸다. 머리를 쥐어박으며 “너 이것도 도둑질이야. 경찰서에 전화할까?”라고 혼냈지만 사실 속으로는 다른 말을 했다. ‘어차피 친족상도례 때문에 넌 엄마 물건을 훔쳐도 처벌이 안 되지’라고.

그렇다. 지금까지는 아들이 나의 명품백을 훔친다고 해도 친족상도례 제도 때문에 처벌 자체가 불가능했다. 친족상도례란 친족 간의 재산범죄를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취급하는 제도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부모·자식 간에는 절도하거나 횡령, 사기를 해도 처벌되지 않는다. 사실 한 집에서 사는 부부나 미성년 자녀들의 관계를 생각하면 서로 쓰는 물건이 섞여 있고, 냉장고의 음식도 함께 먹으며 자녀의 물건들은 부모가 사준 것이기도 하니 서로 물건을 가져갔다고 재산범죄로 취급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집을 나가 소식이 끊긴 지 한참 된 아버지가 어느 날 시집가 살고 있는 딸네 집에 나타나 딸의 귀중품을 모두 들고 갔다면 어떨까. 평생을 바쳐 모은 노부부의 노후자금을 사업에 실패한 아들이 모두 들고 튀었다면 이런 것까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맞는가? 지금까지 우리 친족상도례 제도에 따르면 이런 경우 모두 처벌할 수 없었다. 심지어 부모·자식과 같은 직계혈족을 넘어서 그 직계혈족의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과 그 배우자까지 친족상도례의 범위를 넓히고 있었기에 불처벌의 범위가 넓어도 너무 넓었다. 이는 가족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보고 가족 간 재산분쟁을 국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고 보는 전근대적 시각에서 유래한 제도였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2024년 6월 27일 친족상도례를 정한 형법 제32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적용을 중지시켰다.

개그맨 박수홍 씨 사건을 들여다보자. 박수홍 씨의 형과 형수는 박수홍 씨의 출연료 등 수십억 원을 횡령했고, 박수홍 씨는 횡령죄로 둘을 고소했다. 형과 형수는 친족과 그 배우자이기 때문에 친족상도례의 범위에 들어간다. 다만 함께 사는 동거친족은 아니었기에 무조건적인 형 면제 사유가 아닌 친고죄에 해당했고, 피해자인 박수홍 씨의 고소가 있었기에 처벌할 수 있었다. 지난 12월 박수홍 씨의 형과 형수에게는 횡령 혐의가 모두 인정되어 징역형의 중형이 선고되었다. 만약 박수홍 씨가 형과 한 집에서 살고 있던 동거친족이었다면 친족상도례 때문에 아예 처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수사 과정에서 박수홍 씨의 아버지가 큰아들이 횡령한 것이 아니고 모두 자신이 횡령한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는 피해자의 부친, 즉 직계혈족은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형 면제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지난 2025년 12월 30일 국회에서 친족상도례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동거하지 않는 먼 친족 간의 재산범죄를 친고죄로 취급하던 규정까지 모두 삭제하고 있으므로, 친족상도례 규정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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