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퇴근하는데 집 현관문 앞에 두툼한 편지봉투가 놓여 있었다. 신천지 신도가 전도용으로 쓴 손편지였다. 신천지 교리의 훌륭함에 대해 편지지 세 장을 빼곡하게 채워 쓴 정성이 참 대단하다 싶다. 이런 편지를 몇십 통, 아니 몇백 통을 써 집집마다 두었으려나. 요즘은 신천지가 이런 방식으로 포교활동을 하는가 보다. 그런데 아무리 정성스레 쓴 손편지라도 모르는 사람의 집 앞에 두고 가는 일이 반복되면 스토킹 범죄가 될 수 있다.
스토킹처벌법으로 불리곤 하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상대방의 직장이나 학교, 집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원치 않는데도 우편이나 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보내는 행위, 상대방에게 물건을 보내거나 주거지 부근에 물건을 두는 행위 혹은 주거지 등의 장소에 원래 있던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는 모두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스토킹 행위가 형사처벌되는 스토킹 범죄가 되려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지속성이나 반복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실제 사례를 보면 오랫동안 지켜보며 짝사랑했던 카페 종업원에게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건넸을 때 카페 종업원이 공포를 느껴 신고했지만 원치 않는 편지를 건넨 행위 자체는 1회에 그쳤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난 것이 있고, 문자를 보내지 말라는 의사를 분명히 했음에도 헤어진 전 연인에게 다시 만나자는 취지의 문자를 2회 보낸 사건은 스토킹 범죄로 인정되어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스토킹처벌법은 법의 사각지대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겨난 이후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들게 만들어진 법이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스토킹 행위는 범죄가 아니었기에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받았고, 초기 스토킹을 막지 못해 살인 같은 중범죄로 번지기도 했다. 박사방 운영자 중 한 명이 학창 시절 선생님을 수년간 스토킹하다가 결국 조두빈에게 그 교사의 딸을 살해해 달라고 청탁한 사건, 10년간 스토킹 피해를 당하던 창원의 식당 사장이 결국 살해당한 사건, 여고생을 스토킹하다가 아파트에 불을 질러 수십 명을 사망하게 한 안인득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나친 사생팬 행위에 대해 연예인들도 속수무책이었다. 가수 비와 김태희 부부는 자택에 찾아온 팬들이 매일 같이 자택 인근을 돌며 고성을 지르거나 초인종을 눌러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했지만, 스토킹처벌법이 없던 시절이라 어찌할 수 없었다. 이제 이러한 행위는 모두 스토킹 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스토킹 범죄가 접수되면 피해자는 신속히 접근금지 조치나 경찰의 경호 등 신변 안전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수사를 받는 스토킹 범죄 피의자는 매년 급증해 2023년부터 매년 1만 명을 넘고 있다. 스토킹 행위가 범죄라는 인식도 예전에 비해 늘어나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누군가의 집 앞에 마음대로 물건을 두고, 원치 않는 선물을 보내는 것도 스토킹 범죄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라도 말이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