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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름 범죄

등록일 2025-12-25 17:06 게재일 2025-12-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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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라 변호사

방송인 김주하 씨가 토크쇼에서 과거 자신이 당한 가정폭력을 고백했다. 전 남편은 9년간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하며 김주하 씨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이후 점점 심해져 간 가정폭력은 살해 위협으로까지 이어졌고, 어린 자녀들 또한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

이처럼 목조름 폭력은 단순한 폭행과 다르다. 살인 등 중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전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목조름 행위를 가정폭력범죄의 유형으로 추가하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발의안은 기존 가정폭력범죄의 유형에 ‘목조름 행위’를 추가하였다. 목조름 행위를 별도 유형으로 추가한 것은 가해자의 살해 고의나 상해 발생에 대한 입증 없이도 피해자가 목이 졸린 사실만으로 빠르게 공적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개정법안에 따르면 목조름 행위가 있었음이 확인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격리되고, 응급조치나 접근금지 등의 긴급조치도 바로 시행될 수 있다.

목조름 폭력은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의 한 형태로 빈번히 발생한다. 여러 해외 연구에 따르면 친밀한 관계에서 비치명적 목조름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 비해 살해당할 위험이 훨씬 높았다. 한 연구 결과에서는 친밀한 파트너로부터 비치명적 목조름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 비해 살인미수 위험이 6.7배, 살인 위험이 7.5배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정폭력 피해자 중 30%가 목조름 피해를 겪은 바 있다고 답했다. 단순한 가정폭력을 넘어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군이 상당히 존재하는 것이다.

목조름 행위를 살인 위험을 내재한 중대한 범죄행위로 인식하지 않으면 단순 폭행으로 처벌되는 데 그치고 만다. 특히 정당방위의 요건을 엄격히 보는 우리 법 해석에 따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목조름에 대항한 피해자가 가해자와 함께 처벌되는 일도 발생한다. 2023년에는 동거하던 남자친구에게 목을 졸리던 여성이 가까스로 상황에서 벗어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가해자를 주방용품으로 가격했는데, 가해자와 같은 형량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폭력의 유형으로 목조름 행위를 고위험군 행위로 별도 규정한 이번 법 개정안의 발의는 중대 범죄의 발생을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어디까지나 가정폭력의 범주에 한정되어 있어 경미한 수준의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고, 가정폭력만큼 빈번한 데이트 폭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북아일랜드 등에서는 목조름 행위를 아예 독립된 범죄로 규정해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다. 북아일랜드는 비치명적 목조름 행위를 최대 14년형이 선고될 수 있는 별도의 독립 범죄로 규정했고, 영국은 목조름을 중범죄로 처벌함은 물론 목조름 행위를 담은 포르노의 소지와 유포까지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데이트 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경찰에 수차례 신고하고도 결국 살해당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 역시, 살인의 강력한 전조로 작용하는 목조름 폭행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별도의 범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김세라 변호사

△고려대 법과대학, 이화여대로스쿨 졸업 △포항 변호사김세라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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