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40대 흉기 들고 난동<br />목 찔린 경찰관 결국 사망<br />다른 1명도 머리·얼굴 찔려<br />2011년엔 미화원 폭행·사망<br />최근 포항 약국 종업원 등<br />묻지마 칼부림에 잇단 피해
우리 사회가 조현병 환자의 난동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최근 포항에 이어 8일 영양에서 40대 조현병(정신분열증)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경찰관이 숨졌다.
이날 오후 12시 39분께 영양읍 동부리 A씨(42)의 주택에서 A씨가 난동을 부린다는 A씨의 어머니의 신고가 접수됐다. 약 5분 뒤인 12시 43분께 신고 현장에 도착한 B경위(51) 는 A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렸다. B경위는 출혈과 함께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고, 곧장 닥터헬기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숨졌다. 함께 출동했던 C경위(53)는 머리 등을 흉기에 찔려 치료 중이다. 경찰은 A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관련기사 5면>
A씨는 지난 2011년에도 환경미화원을 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출소 후 정신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최근까지 잦은 난동으로 경찰관들이 출동해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압 당시 A씨를 인근 병원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위해 입원시켰지만 A씨 어머니는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집에서 돌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9일에는 정신과 진료 전력이 있었던 40대 남성이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한 약국에 들어가 약사와 종업원 등 2명을 칼로 찔렀다. 이 중 복부를 심하게 다친 종업원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같은 달 16일에도 포항시 북구 항구동의 한 인도에서 20대 여성이 70대 할머니를 이유없이 칼로 찔렀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의 강력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조현병이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과 질환으로 지난해 5월 발생했던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의 범인이 앓았던 병력과도 같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조현병 진료인원은 2013년 11만3천200여 명, 2014년 11만4천700여 명, 2015년 11만7천300여 명, 2016년 11만9천100여 명, 지난해에는 12만70명으로 4년간 6% 증가했다. 이 중 진료를 받은 환자 대부분은 청·장년층이다.
최근 일어난 ‘묻지마 흉기난동’과 조현병 환자의 강력사건 모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은 동안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 스스로 병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 결국 조현병 범죄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조현병 환자들이 약을 먹지 않고, 병원 치료도 거부하게 된다는 것.
1년 전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환자 개인의 인권 강화에 무게를 두면서, 입원·퇴원 절차가 환자 의사(意思) 중심으로 치우쳐 있다. 환자 본인 스스로 정신질환이 있다고 판단해 입원하는 ‘자의입원’의 경우 본인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다. 보호자에 의한 ‘동의입원’의 경우도 정신질환자가 퇴원을 신청하면 퇴원시켜야 한다.
진단 결과 환자의 치료와 보호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병원 측은 72시간까지 퇴원 등을 거부할 수 있지만, 2개월마다 퇴원 등을 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호 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의 경우도 법 개정 전에는 환자가 정신질환을 갖고 있거나, 환자가 본인 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 등 둘 중 한 가지만 부합되면 입원이 가능했다. 그러나 개정 후 에는 두 가지 항목이 모두 충족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현병이 면죄부가 될 순 없다”며 적절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조현병의 인권 보장과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양/장유수·손병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