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동시 개헌론이 야권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사그라든 듯 했던 헌법개정 문제가 6·13지방선거 직후부터 야권을 중심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권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원구성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당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은 2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국가권력과 지방권력에 이어 국회권력마저 대통령 체제에 쏠려 버리면 대의민주주의는 위험해진다”며 “야권이 제왕적 권력구조를 종식하기 위해 개헌 논의의 방점을 꼭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야3당 공동으로 수차례 촉구했지만, 민주당은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만악의 근원인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고 선거 비례성 대표를 강화하기 위해 개헌과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이는 20대 국회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민주당을 향해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방선거 동시 개헌만 가능하다는 태도야말로 개헌에 다른 의도를 끼워넣는 것이 아닌가. 민주당은 연내 개헌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하라”고 했고,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민주당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답게 즉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안 협의에 착수해 연내 국민투표까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이처럼 보수 야권이 합심해 개헌 불씨를 다시 댕긴 이유는 여권의‘완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 이후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선제공격 개념으로 개헌론을 제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부·여당이 지방선거 승리를 등에 업고 20대 국회 후반기 개혁입법의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 야당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헌을 빌미로 범야권 연대를 도모함으로써 여당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게다가 야당 가운데서도 소수당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에서 ‘개혁입법연대’를 먼저 주창하고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헌 주장이 일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세력 결집과 보수정당 고립을 막기 위한 현실적 카드로서 ‘개헌카드’가 거의 유일한 선택지라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당 김성태 대행은 이날도 야권의 개헌 공조를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구제 개편에도 나설 것을 시사했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등 중소 야당이 주장하는 선거구제 개편을 고리로 야권의 개헌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다.
김 대행은 “선거구제 개편에 관해서도 기존 입장에 매몰되지 않겠다. 개헌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한국당의 기존 입장도 통 크게 변화할 수 있다”며 “개헌 논의가 이뤄진다면 국가 권력구조 개편, 선거구제 개편과 필연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 구성 협상을 하루빨리 타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늦어도 이번 주 내에는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적한 민생 현안에 태풍 피해까지 예상되는데 국회의 문이 열리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의 믿음 없이는 정치도 없다’는 ‘무신불립’의 뜻을 다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만을 위해 원 구성 협상에 힘써달라는 점을 야당에 거듭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