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 `수온 상승` 원인<BR>생태·오징어 등 어획량 감소<BR>포항특산물 문어도 품귀현상<BR>아귀류는 작년보다 3배 증가<BR>사시사철 잡혀 공급 안정적<BR>450g 2천980원 가격도 저렴
경북지역의 수산물 지도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최근 아귀 어획량이 급증한 가운데 대구, 생태 등 겨울철 탕거리 생선은 귀한 몸이 됐고 오징어, 문어처럼 지역 대표수산물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겨울철 포항 죽도어시장에는 오징어, 대구, 청어 등 생선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올 겨울 아귀는 오랫동안 겨울철 대표 탕거리였던 생태와 대구의 빈자리를 채웠다. 지난 몇 년간 대구, 명태의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아귀가 대체제로서 각광받고 있는 것.
아귀는 서민들의 찌개거리와 애주가들의 안줏거리로 식탁을 차지했다. 그만큼 어획량과 수요가 크게 늘었다.
5일 해양수산부 수산정보포털에 따르면, 2016년 11월 기준 전국의 아귀생산량은 1천327t으로 2015년 11월(776t)과 비교해 70%이상 늘었다. 최근 5년 중에 가장 많이 잡혔다.
같은 기간 행정구역별 집계결과에서는 경북지역의 일반해면 아귀류 생산량이 200t으로 전년동기(63t)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방어류(599t), 청어(500t), 복어류(420t)에 이어 겨울철 대표 먹거리로 자리 잡은 셈이다.
겨울철에만 주로 잡히는 대구 등과 달리 아귀는 사시사철 잡을 수 있어 어획량이 풍부하고 공급이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대구 700g 기준 소비자판매가는 1만원선인 반면 아귀는 450g짜리가 2천980원에 불과해 대구의 절반 수준이다.
포항수협 김진수 판매과장은 “아귀가 그야말로 대풍”이라며 “포항수협에서 유통된 아귀 어획량만 해도 395t에 달한다. 작년 121t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한때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어종으로 꼽히던 명태는 씨가 말랐다. 대구마저도 불과 몇 년 새 어획량이 급감해 쉽게 접하기 힘든 어종이 됐다.
품종별 어업생산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1월 기준 2천934t에 달하던 대구생산량은 지난해 11월 823t으로 급감했다.
씨 마른 명태는 최근엔 아예 집계조차 안 되고 있다.
오징어 황금기도 먼 과거 얘기다. 2000년대엔 어획량이 183만t에 달했지만 요즘엔 품귀 어종이 됐다.
갑오징어(활어) 생산량은 2016년 11월 기준 총 75t로 이 가운에 경북동해안 지역의 생산량은 1t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지난 2014년, 2013년 2년 연속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수온, 해류 등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원인은 한반도 인근해의 수온 변화다.
1968년부터 2015년까지 48년간 한반도 인근 표층 수온은 1.11℃ 올랐다. 특히 남해보다 동해와 서해의 수온이 더 올라갔다. 수온이 오르면서 명태 등 한류성 어종이 사라지고 난류성 어종이 많이 잡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귀의 생활 적수온대는 수온 17~20℃이다.
독도수산연구센터 오택윤 센터장은 “올해 1월 수온이 평년보다 1~2℃ 이상 높아 예년보다 동해바다가 따뜻하다보니 아귀가 남하하지 않고 머무르면서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명확한 원인은 수은조사 등이 뒷받침돼야 뚜렷한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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