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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청문회는 백해무득이다

등록일 2016-12-27 02:01 게재일 2016-12-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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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문회의 주요 목적은 박 대통령을 뇌물죄 공범으로 엮는 것, 세월호 침몰 당일 7시간 대통령이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했다는 것,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알면서도 묵인 방치 방조한 혐의를 입증하는 것 등이다. 그러나 요즘의 청문회는 그 본질에 겉돈다. 증인들은 한결같이 “모른다” “아니다” “그런일 없다” 한다. 그들은 `증인` 신분이지만 사실상은 TV공개재판에 불려나온 피고인 신세여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김 실장과 우 수석은 `방패`를 들고, 국회의원들은 `창`을 겨누는데, 창이 방패를 뚫으려면 그만큼 강하고 날카로워야 할 것인데 `국회의 창`은 수준미달이다. 확실한 증거자료를 가지고 덤벼야 할 것인데, 준비 부족 탓으로 방패 앞에 맥 없이 꺾였다. “선무당 장구 나무라기”란 속담도 있지만 국회의원들은 자기의 장구를 나무라지 않고 증인들에게 분풀이를 한다. `법꾸라지`, `미끈 장어`라면서 “증인들이 진실을 감추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인신공격성 발언으로 곤경을 면하려 한다. 자신들의 무능을 탓하지 않는다. “막대한 국민혈세를 축내면서 기껏 하는 일이 이 정도냐”는 소리가 나온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하태경 의원은 `약속`을 강요했다.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몇 사람에 대해 “법에 의해 처벌하겠다고 말해달라” 강요했고, 황 대행이 “여기서 그런 말을 할 수 없다” 하자, 하 의원은 “최순실에게 부역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촛불에 타 죽고 싶으냐”고 막말을 퍼부었다. `한 건`을 올리기 위해 악을 쓰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강요하는 것은 의원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이재정 민주당(비례대표) 의원은 황 권한대행을 향해 “정당성 없는 국무총리란 것을 알고 있나. 당신을 임명한 대통령이 탄핵 대상이 됐다” 했다. 황 총리가 “국가안보와 올바른 교육을 위해 판단해 결정하겠다” 하자 이 의원은 “판단하지 말라. 그럴만한 권능이 없다” 했다. 국법을 무시하는 막말이다. “국정을 마비시켜라. 아무일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인가. 비례대표 의원은 본래 `기동타격대 행동요원`이지만 `충성심`이 과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 밖에 없다” 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정교과서를 강행하면 거리에 나설 것”이라 했다. 입법의원이 국회에서 입법하지 않고, 혁명이나 `거리`에 의존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수준이 이러니 청문회가 백해무득이다. 기껏 증인의 태도를 가지고 호통치고, 메모한다고 트집잡고, “정윤회가 최순실의 부인”이라는 의원도 있었다. 청문회에 불러내 세우고 싶은 의원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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