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신임 메르켈 총리는 실패한 슈뢰더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아 노동·복지 개혁을 계속했다. 동독출신 여성 총리의 `소신·뚝심`에 세상이 경악했다.
`메르켈 정책`은 효과를 냈다. 고용률 상승, 실업률 하락 폭이 유럽 다른 나라들을 앞질렀다.
그런데 비슷한 상황을 맞은 프랑스는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는 리셋`을 선택했다. 보수파 사르코지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연금 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2세로 늦췄지만, 다음에 집권한 올랑드 대통령은 이를 원점 회귀시켰고, 전임 대통령의 감세정책도 뒤집어 부유세 신설 등 증세정책으로 돌았다. 그 결과 경기는 더 침체되고 청년실업률은 무려 22%로 올라갔다.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는 일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 중요 경제·재정정책의 평균수명은 고작 5년이다. 겨우 자리잡을만 하면 없어지고 다른 정책이 나왔다가 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일관된 정책이 없으니, 경제인들은 투자를 망설이게 되고, 결국 정권이 바뀔때 마다 1%씩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미국은 대통령직이 연임되니 8년 수명이고 중국은 10년간 지속되는데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이니 경제정책도 단명(短命)인데, 정책의 연속성마저 없다. 전임 정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새 정책 내놓기를 관습처럼 한다.
중국은 정책의 일관성 덕분에 전기차 생산 세계1위, 태양광·풍력 발전 세계1위, 드론 상위권, 우주정거장 건설 등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DJ정권때의 `벤처 창업 지원` 정책이 노무현정권때 사라지고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이 나왔고, MB정권때는`녹색성장 국가전략`이 나왔지만,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성장키워드로 등장시켰다. 다음 정권때 가장 먼저 없어질 것이 `창조경제`일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농정(農政)을 40년간 해온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쌀 직불금제도 개정, 쌀을 재료로 기능성 상품 제조, 절대농지 축소, 가공식품 개발과 수출, 대기업 농업과 중소 농업의 역할분담, 김영란법에 의한 화훼 축산 위축 해결방안` 등에 대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정권 바뀌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농업 하나만이라도 정부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