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강진(强震) 발생으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집이 흔들릴 정도의 강도 높은 지진을 처음 느끼면서도 대다수 국민들은 대피요령조차 알지 못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는 이례적으로 5.0을 넘나드는 강진이 몇 차례 발생하자 주민들은 어찌할지를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고층아파트 일부 주민들은 가스도 잠그지 않은 채 전화기만 들고 밖으로 뛰쳐나왔고, 일부 주민들은 계단이 아닌 엘리베이터를 타는 등 기본적인 수칙도 지키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숱한 재난훈련을 해왔음에도 막상 지진이 발생하자 어른이나 학생 가릴 것 없이 대처요령을 숙지하지 못한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각 관공서는 지진 등 재난에 대비해 재해대책본부 등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각 학교에서도 학교장을 본부장으로 해서 학생대피와 응급구조, 소화반 등 비상체계를 편성해 놓도록 하고 있다. 안전매뉴얼도 잘 마련돼 있다. 이 내용만 숙지하더라도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으나 대다수 국민들은 매뉴얼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학교에서는 지진과 관련한 안전매뉴얼이 작성돼 있고,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연간 2시간 이상 재난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큰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안일함에 실제 상황에 대비한 훈련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관공서나 공공기관과 달리 일반 기업에서는 재난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전교육은 특히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아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은 형식에 그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재난에 대비한 안전교육을 하긴 해왔으나 가르치는 선생님도 익숙하지 않은 내용을 연간 2시간에 불과한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이를 숙지하고 익히도록 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관공서와 주민이 함께 지진대피훈련을 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체계적인 매뉴얼에 따라 착착 움직이는 훈련을 거듭한다. 지진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는 형식적인 교육으로 눈으로만 훑어보는 식으로 넘어간다. 이제는 우리의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매뉴얼대로 침착하고 정확하게 대처하는 법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재해가 발생하는 순간 숙지해둔 대처요령에 따라 반사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효과가 있다. 지금처럼 유명무실한`재난안전 교육`으로는 불가측한 천재지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