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예외조항 속에 농수축산을 포함시키는 것은 시급하고도 중요하다. 특히 농수축산업 위주인 경북지역은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그것도 시행 전에 못을 박아놓자”고 한다. 국회 내에서도 농어촌 출신 의원들은 “더 이상 농수축산업을 위축시킬 수 없다.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도시 출신 의원들은 그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표(票)와도 별 상관 없다. 그러나 `예외조항`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 들어 있고, 포함시켜야 할 것이 빠져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기초했고 3대 대통령이 된 토머스 제퍼슨은 “공직을 열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썩은 냄새가 나기 마련”이라 했다. 권력지향자들은 부패하기 쉽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등관승재(登官乘財)란 말이 있어왔다. 벼슬길에 오르면 재물은 따라온다는 뜻이다. 권력을 가진 자에게는 뇌물이라는 검은돈이 따르는 것은 동양이든 서양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선진국들은 이 검은고리를 차단할 방법을 심도 있게 강구했고 우리나라도 `김영란법`을 만들게 됐다. 그런데 국회를 거치면서 이 법의 `핵심`이 사라져버렸다. 국회 권력자들이 다 빠져나가버린 것이다.
미국은 1978년 `정부윤리법`을 만들었다.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워트게이트 사건`을 일으켰고 상대당 도청사건이었던 이 일을 단순 절도사건으로 덮으려했던 대통령은 `거짓말을 한 죄`로 사임했고 공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때 나타난 것이 공직자 윤리법이었다. 김영란법은 미국의 윤리법과 전혀 내용이 달라졌다. 우리의 경우 `부정청탁`에서 국회의원의 민원을 예외로 인정하고, 이해충돌방지 조항은 `삭제`됐다. 막강한 권력을 쥐고 특혜를 받는 국회의원은 이 법과 상관 없는 공직자가 돼버렸다.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세월호 참사때부터였다. 관피아·정피아를 격파해야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데 공직자를 감시 단속하겠다는 이 법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다. 생각 있는 국민이라면 당연히 대대적인 성토대회를 열어야 하겠지만 `조직된 힘`이 없는 국민은 언제나 순한 양이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무시하고 멋대로 법을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