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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낭비` 너무 지나치다

등록일 2015-11-30 02:01 게재일 2015-11-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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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올해 발간한 `전공불일치 원인과 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전공불일치`는 OECD 소속 조사 대상 22개국 중 1위였다. 대학에서 공부한 것과 졸업후 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는 비율이 50%다. 핀란드는 22.8%밖에 되지 않는다. 정치외교학을 배운 사람이 항공기 정비공이 되고, 농과대학 나온 사람이 고등고시에 매달리고, 국사학과 졸업생이 싱크대 영업사원을 하는 곳이 한국이다.

유럽에서는 대학졸업장이 `필수`가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후 기술직으로 취업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인데, 우리나라는 `덮어놓고` 대학에 가는 교육풍토이다. 그래서 소 팔고 논팔아서 자식 대학 보내는 것이 `부모 노릇` 제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취업관행`이 대졸과 고졸을 차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기술직을 우대한다. 미국에서는 의사가 배관공으로 직종을 바꾸는 일이 드물지 않다. 유럽에서는 학문에 특별한 취향이 있는 학생만 대학에 간다. 독일 청년들은 28%만 대학에 가니, 정부에서 온갖 인센티브를 주며 “대학 좀 가달라”고 간청을 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나왔다 하는 것이 `평생 따라다니는 신분증`이다. 그래서 대입때 마다 `눈치작전`이란 것을 한다. 특기 취향과는 상관 없이 커트라인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 그러니 특기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에 들어가고, 졸업 후 취업때는 전공과는 전혀 상관 없는 직장을 찾게 된다.

4년 동안 `엉뚱한 공부`를 한 그 `교육낭비`는 하소연할데도 없고 보상받을 길도 없는, 국가적 낭비로 귀결된다. 그래서 한국은 `교육 미개발국`이고, “아인슈타인이 한국에서 태어났으면 자전거 수리공이나 할 것”이란 소리가 농담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희망의 빛은 보인다. “변화는 지방에서 시작된다”란 말도 있지만, 포항에 있는 한동대학은 그 `희망의 빛`이다. 한동대는 올해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고 `21세기형 새로운 대학 모델`로 평가받는다. 신입생들은 무계열·무전공으로 선발돼 1년간 여러 전공의 기초과목을 들으며 자신의 전공과 진로를 탐색하고, 2학년때 적성과 판단에 따라 학부를 선택하되, 의무적으로 복수전공을 한다. `수요자 중심`의 학사운영이다.

한동대는 100% 영어로 진행하는 전공과정을 운영하고, 국제법률대학원은 미국식 로스쿨 교육과정을 도입, 현재까지 284명의 미국 변호사 합격자를 냈다. 또 파리 OECD 본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를 재학생에게 제공하고 있다. 장순흥 총장은 “교육과 연구가 통합된 프로젝트형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을 배양하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융·복합형 인재를 키워나가겠다”고 했다. 본받을만한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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