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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선 어지럽던 항구가 도심 관광객 유혹

임재현기자
등록일 2015-10-29 02:01 게재일 2015-10-2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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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탈공업화 극복  `항만·도심재생부터`
▲ 부산 도심의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 정원에서 바라본 부산북항 일대.
▲ 부산 도심의 롯데백화점 광복점 옥상 정원에서 바라본 부산북항 일대.

부산항 북항의 재개발 부지를 한번 둘러보면 부산의 도시 슬로건인 `워터프런티어`(Waterfrontier)가 결코 거창한 한낱 구호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길게 잡아 과거 130년 동안 항만으로 부산시민을 먹여살린 부산 북항은 이제 미래 100년 동안 해양문화관광산업으로 도시 발전에 생명을 공급하는 심장이자 피가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는 항만재생을 도심재생사업과 연계시켜야 하는 포항에는 좋은 교과서가 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정부가 발표한 제1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수정계획`으로 포항구항과 여객선터미널도 오는 2020년을 전후해 영일만항으로 이전되기 때문이다. 그 부지의 개발 및 활용방안에 도시 전체의 역량이 시험대로 오르고 있다. 복합리조트·국제비즈니스 타워 등 구상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도 급물살

포항구항 재개발, 성과·시행착오 대입을

글싣는 순서

① 해양형 창조도시 모델 개발해야

② 부산 미래 100년의 새 엔진, 북항 재개발③ `퍼블릭 억세스`의 힘, 미국 서부 항만

④ 민간사업자가 꽃 피운 LA 복합단지

⑤ 위기극복, 민관(民官)협력이 성공열쇠

△도시 구도 바꾸는 해양문화관광의 힘

지난 17일 오전 방문한 부산시 중앙동 부산북항 일대는 한마디의 대역사의 현장이었다. 과거 이 일대는 한국의 산업화 역사에서 수출입의 중심기지였다. 하지만 도심이 길고 협소한 부산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이 곳은 주거와 도시계획의 영역에서는 천덕꾸러기나 다름 없었다. 가뜩이나 좁은 도심 공간을 상당부분 차지하고 보안상 시민들의 수변공간 접근까지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70~80년대 집중 건설된 북항은 대부분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철거돼 처음의 상태로 돌아갔다. 인근의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도 일찌감치 이전돼 황량한 부지의 미래 모습을 어느 정도 실감케하고 있다. 부산역도 발빠르게 대합실 옥상에 이곳을 감상할 조망대를 설치해 안팎의 도심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좁고 불편한 도심은 물론 도시 전체의 역사와 구조를 바꾸는 부산북항 재개발의 1등 공신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변호사로서 고향이나 다름 없는 부산을 위해 그는 `언제든지 지하철 타고 슬리퍼를 신고 가서도 놀 수 있는 북항`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업추진을 도왔다. 이른바 `퍼블릭 억세스`(public access), 공공의 접근권을 정책화한 것이다. 시민들은 컨테이너선과 크레인에 점령당했던 북항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면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미 부산시는 `북항 라운드테이블`을 중심으로 도시 발전과 직결된 거대현안의 해법과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최선의 개발안이 나올때까지 10년이든, 20년이든 비워두고 천천히 가자`는 의견이 나올만한 신중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면서 “복합리조트가 힘들어지면 2017년 국제공모로 랜드마크 용지로 개발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근 연안여객선터미널 일대는 공동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쌈지공원 규모인 수미르공원이 조성돼 도심의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 창원시 창동예술촌 골목이 조성되기 이전의 옛 모습
▲ 창원시 창동예술촌 골목이 조성되기 이전의 옛 모습

△복합리조트 등 개발구상 다양

북항 재개발 사업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부지 및 기반시설 조성에 9조2천600억원을 투입(부지 1조3천600억, 시설 7조9천억)해 연안부두에서 제4부두까지 153만2천419㎡가 대상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국내에 2곳 안팎의 복합리조트를 추가 허가하기로 해 북항이 부각되고 있다. 이 사업은 숙박과 국제회의시설, 테마 관광, 쇼핑과 카지노,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포함한다.

이와 함께 국제비즈니스 타워도 구상에 포함돼 있다. 롯데그룹은 광복동 등 구도심을 개발하기 위해 롯데백화점 광복점과 롯데월드를 짓는 조건으로 영도대교를 기부체납하는 등 민자사업의 선두를 점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도 해양문화지구 11만4천㎡를 임대하는 복합리조트 개발계획이 수용됐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도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최근 부지를 최장 40년간 무상 임대하기로 해 큰 숙제를 해결해줬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정부와 지자체 협력의 성공모델을 통해 연간 20억원씩, 모두 800억원의 재정절감 효과를 자랑했다. 2010년까지 2천1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지하2층, 지상6층 규모에 대극장과 야외공연장을 갖춰 광안대교와 함께 부산을 상징하고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처럼 그 자체가 세계적 관광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활력이 되살아난 창동예술촌 골목의 현재 모습.
▲ 활력이 되살아난 창동예술촌 골목의 현재 모습.

△포항구항 재개발의 숙제

북항 재개발의 2단계가 인근 자성대, 신선대 부두로 예정되는 등 규모에서 포항구항은 부산과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부산의 성과와 시행착오를 대입하면 포항구항 재개발의 상상력은 펼쳐진다.

송도동의 이 곳에는 현재 쌍용양회 등 시멘트회사들의 사일로와 SK(주) 등 정유사의 유류탱크, 현대광업의 바다모래 적치장, 해경의 전용부두, 수리조선소 2곳이 운영 중이다. 이 시설들이 영일만항으로 이전되면 건너편의 영일대해수욕장으로 연결되는 국지도 20호선 교량 건설이 예정돼 있다.

앞으로 활용방안이 수립되는 과정에 여러 시설들이 거론될 예정이다. 여기서 간과해서 안될 점은 공공성과 시민의 접근성, 포항의 역사성을 살리고 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포항(현대, 해양)역사관 건립 등의 검토에 아울러 포항운하 및 구도심과의 연계 해양관광 워터프런트 개발을 위한 종합적 접근 필요성이 요구된다.

건너편의 여객선터미널이 이전하면 부지 개발방안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박승호 전 포항시장 재임 당시 오랜 노력으로 이뤄낸 동빈동 부두 일대도 현재 추가 보완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우수한 수변시설이 요구되고 있다.

▲ 부산항에 자리잡은 부산세관 건너 부두에 조성된 수미르공원.
▲ 부산항에 자리잡은 부산세관 건너 부두에 조성된 수미르공원.
창원 도심재생사업 성과의 명암
마산지역 분리 움직임 여전

기반시설 노후 극복 한계도

창원과 마산, 진해의 행정통합 이후 도심재생사업은 창원시를 상징하는 한 브랜드가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전북 전주시와 충북 청주시가 최대의 성공 사례라고 볼 때 창원의 도시재생사업은 그 명암을 놓고 포항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특히 창원시의회를 비롯한 시민들의 고민은 통합된 청주시가 도시재생의 후속사업도 원활하게 처리해가고 있는데 맞춰지고 있다. 역사적 자존심이 강한 마산이 경제력이 앞선 창원시의 명칭은 물론 최근 추진 중인 광역시에 대한 회의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는 창원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가 27일 청주시를 방문해 공공주차장 확보, 삼겹살거리 조성 등 현안들을 문의하고 `통합청주시가 부럽다. 창원과 달리 통합 과정의 갈등과 진통을 예견하고 설득과 배려로 통합에 성공했다`고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다.

▲ 폐쇄된 국제여객선터미널앞 부두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
▲ 폐쇄된 국제여객선터미널앞 부두에서 여가를 즐기는 시민들.

옛 마산의 도심 일대를 대상으로 하는 도심재생사업은 성장 일로의 창원에 비해 마산의 경제 악화와 이로 인한 도심 황폐화가 심각했던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하지만 통합 창원시장이 마산주민들의 반발과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정치적으로 재생사업을 카드로 내민 것도 무관하지 않다.

창원시가 결국 조용석 전 도시재생위원회 위원장 등 역량이 뛰어난 민간과 함께 전국적으로 성공사례가 되면서 목표는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마산의 통합 이탈 움직임이 여전한데다 구 도심을 재개발 없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본적인 기반시설 노후 문제를 극복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고민도 적지 않다.

지난 18일 기자가 방문한 창동예술촌 한 공방의 J대표는 “보증금은 시가, 임대료 30만원은 공방이 각각 부담한다”면서 “하수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각종 냄새와 해충 등 문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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