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수출 부진 `4중고` 속<BR>1천100조 넘는 가계부채 뇌관작용 우려
한국 경제가 최악의 악재들로 사면초가 상태다. 생산, 소비, 투자, 수출이 부진한 `4중고` 속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제전반이 올스톱 상황이다.
◇`메르스`로 내수경제 마비상태
6월 들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메르스는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회복조짐을 나타내던 내수심리를 마비시키고 있다.
6월 첫 주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16.5%와 3.4% 감소했다. 영화관람객과 놀이공원 입장객은 55%와 60% 줄었다.
내수 시장을 떠받치는 한 축인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 취소도 급증하면서 면세점 배출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롯데면세점 화장품 매장의 한 직원은 “메르스 확산 이후 손님이 70%, 매출은 60% 줄었다”고 하소연했으며 “6월에 7~8월 관광 상품이 판매되는데 현재 중국에서 상품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 7~8월에 더 어려운 시기가 오지 않을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가 현 추세대로 확산할 경우 여름 휴가철 대목 경기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이미 산업계는 단체 행사와 대형 마케팅 이벤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는데다 생산 현장에 메르스가 전파될 경우 생산시설 가동중단 등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여름 피서철 경기가 전체 경제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경북동해안 관련업계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메르스까지 겹쳐서 민간소비가 하반기에도 살아나기 힘들 것 같다”면서 “메르스가 현 단계에서 조금 더 확산되면 생산활동과 소득에 영향을 미치게 돼 경제적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메르스 사태가 한달 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15%포인트 떨어지고 3개월간 지속되면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부채`도 뇌관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로 0.25%포인트 내림에 따라 이미 1천1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미국이 사실상의 제로금리 정책을 접고 연내에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한국의 기준금리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이 예상하는 대로 미국이 올해 9월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글로벌 자금 흐름이 요동치면서 한국 경제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신흥국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한다면 한국에서도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구의 빚 부담이 한층 커져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한층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엔저 등 수출 걸림돌
세계 경기 부진으로 인한 수요 둔화와 일본 엔화가치 하락세(엔저)도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이다.
지난해 국내 수출에서 중국(25.4%)과 동남아시아(22.2%)가 차지하는 비중은 47.6%였다.
신흥국 경기가 둔화하면 엔화·유로화 대비 원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이미 부진한 수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설상가상, 아직까지 메르스로 인해 주문이 취소된 사례는 없으나 해외 거래선에서 한국 상황에 대한 문의가 많아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