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해병대 발화원인 공방
10일 발생한 경주와 포항의 산불은 강풍 속에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포항시는 2년전 도심에서 중학생의 장난으로 산불이 발화된 후 1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를 입어 긴장을 더 했다.
△발화원인 놓고 이견
이날 발화 원인은 당초 해병대 1사단의 신호탄(신호킷)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는 사고 발생 뒤 해병의 훈련 과정에서의 실화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일부터 발화지역 인근에서 야영을 한 뒤 10일 철수하는 과정에서 터트린 신호킷의 불꽃이 산에 옮겨 붙었다는 것.
그러나 해병대는 즉시 반박하고 나서 산불 원인을 놓고 행정기관과 군 사이의 공방이 예상된다.
해병대 관계자는 “인근에서 훈련 중이었던 사실은 맞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면서 “소방본부의 일부 착오로 경주시 등 관계기관에 잘못 통보된 것으로 보이며 소방본부도 이를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소방관계자는 “훈련을 지켜보던 인근 마을 주민이 신호탄이 터지면서 불꽃이 산으로 튀어 불이 났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강덕 포항시장 `활약`
포항시장 취임 후 첫 대형산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강덕 시장의 대처는 안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오후 경주의 산불이 강한 서풍을 타고 포항시 기계면 방향으로 옮겨오는 상황.
경계지를 넘어 확산 우려가 커지자 이 시장은 오후 3시 16분께 남구청 직원을 현장으로 동원한데 이어 4시께는 전 직원을 현장으로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다행히 포항으로 불이 옮겨 붙기 전 큰 불길이 잡히면서 포항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용흥동 산불은 `자체 발화`
10일 오후 4시 2분께 포항시 북구 용흥동 우방아파트 인근에도 산불이 발생했다. 당초 산림당국은 경주 산불의 불씨가 날아든 것으로 추정했지만 확인 결과 자체 발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불은 경주에 투입됐던 헬기가 몇차례 물을 뿌리면서 10여분만에 완전히 꺼졌다.
해당지역은 2013년 발생한 용흥동 산불피해지역이어서 불이 옮겨 붙을 나무가 많지 않아 크게 번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경보·안찬규·전준혁·김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