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화` 김용운 지음 맥스미디어 펴냄, 572쪽
한국과 중국, 일본은 아시아의 중심이다. 한중FTA, 일본의 우경화 등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삼국간에 새로운 외교지형이 형성되고 있다.
해방 70년을 맞아 한·중·일 신삼국(新三國)의 민족적 원형을 분석하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문명사적 거대담론을 제시한 책이 나왔다.
수학자이면서 동북아 문화와 관련한 저술을 출간해온 김용운 한양대 명예교수가 한중일 삼국의 역사와 문화 등의 관계학을 집대성한 문명·문화 비평서 `풍수화: 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를 펴냈다. (맥스미디어, 572쪽, 2만5천원)
이 책은 격변하는 신동북아시대에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맞부딪히는 한반도에서, 한국이 지정학적 운명을 극복하고 동북아의 중심축으로서 미ㆍ일ㆍ러ㆍ중 열강을 아우르면서 어떻게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고대 삼국의 원형사관을 분석하여 21세기 신삼국시대인 한ㆍ중ㆍ일을 분석해낸 최초의 문화ㆍ문명 비평서란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한중일 각 민족의 개성, 즉 원형의 발원체를 한국은 바람, 중국은 물, 일본은 불에 비유한다. 한국은 스스로 하늘이 돼(人乃天) 신바람을 일으키고 중국은 모든 외침을 `중화`(中華)의 그릇 안에 용해해버린다. 일본은 팔굉일우(八紘一宇: 일본이 모든 민족을 지배한다는 천황 중심의 개념)의 정신으로 모든 침략과 정복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또 3국 관계의 원형질이 성립한 일대 사건을 백제 부흥운동의 완전한 평정으로 이어진 663년 백강전투로 규정했다. 백제의 완전한 멸망은 한반도와 일본 열도를 근거지로 했던 세력이 현재의 일본에서 하나로 뭉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며, 중국의 이이제이 전략, 한반도 세력 사이의 사대관계 또한 고착화되는 하나의 전기가 됐다고 분석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김 교수는 백강 전투가 동북아에 미친 영향, 각각의 풍토와 언어에 따른 의식구조와 정신분석과 인류 문명의 기원에 대한 나름의 비평적 분석을 가한다.
이어 한중일의 근대화 과정을 비교한 뒤 동북아 질서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한다.
오늘날 일본의 문화 DNA는 70% 이상 우리와 같고, 언어 또한 비슷한 어순인데 우리는 일본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알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민족의 한`으로 되풀이되는 감정만을 앞세우고 일본과 지난 70년을 마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킨 중국에 대해서는 분단 70년을 만든 원인 제공자로 보지 않고, 지나치게 우호적이다. 신동북아시대의 강자로 부상한 경제 대국 중국에 대해서는 생존이 아닌 공존을 위해서 냉철한 지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민족의 자기실현을 위해 물리적, 정신적 지정학을 탈피해야 함을 역설한다. 남북분단의 상황을 염두에 두며, “게릴라식 공산주의가 또 하나의 원형이 되어버린 북한이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추천사를 통해 “고대 삼국의 원형사관을 분석해 신삼국시대인 한중일을 분석해낸 문화 및 문명 비평서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그 열정과 탁월한 혜안에 감탄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철화기자 chhjeong@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