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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유한 정서 품은 詩 영어로 풀어 세계에 전하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25-11-18 17:29 게재일 2025-11-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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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출신 여국현 시인

서정시인 36인 작품 72편 영어로 번역한 시집 출간
오민석 평론가 “현대 한국 시문학의 뼈대 체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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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출신의 영문학 박사이자 시인인 여국현 씨가 한국 현대 서정시인 36인의 작품 72편을 영어로 번역한 시집 ‘Contemporary Korean Lyric Poems’(우리시움)을 출간했다. 


신장 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번역 작업을 이어온 여 시인의 이번 시집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2025 장애예술인 창작 지원사업’ 후원으로 제작됐다.
 

시집에는 고두현, 김명리, 나종영, 서숙희, 이송희 등 한국 문학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들의 대표작이 한글 원문과 함께 영어 번역본으로 수록됐다. 2022년 3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웹 매거진 ‘시인뉴스포엠’에 연재된 번역 작품들을 재구성했으며, 일상 속 삶의 의미를 탐구하거나 생태적 상상력, 사회적 상실감 등을 주제로 한 시들이 주를 이룬다.

고두현의 ‘늦게 온 소포’와 김완의 ‘문의 상대성’은 사소한 순간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시적 시선을 보여주며, 권지영의 ‘세월호 아이들을 그리며’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맹문재의 ‘사북 골목에서’는 산업화의 그늘을 담아낸다. 계절의 순환을 인간적 감정으로 연결한 김정원의 ‘낙화’나 홍해리의 ‘가을 들녘에 서서’도 주목된다. ‘가을 둘녘에 서서’는 전통 서정의 면모를 담고있는 반면, 서숙희, 이송희 두 시조시인의 시는 한국 현대시조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국현 시인은 “모든 작품이 감각적 이미지와 정서적 깊이를 중시한다”며 “순간의 정경을 섬세하게 포착한 정한용의 ‘툭, 잎이 지고’나 개인적 추억과 사회적 현상을 교차시킨 김희정의 ‘귀가’ 등에서 한국 시 특유의 미학적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 시인은 중앙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18년 ‘푸른사상’으로 등단하며 본격적으로 시와 번역 작업을 병행해왔다. 그동안 박인환, 임보, 박소원 등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데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 프로젝트다. 그는 “번역과정에서 한국어의 결과 맛을 살리면서 영어권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번역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빍혔다.

특히 이번 시집은 K-컬처 열풍 속에서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문학평론가 오민석 단국대 교수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역량 한계로 민간 개인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여국현 시인의 작업은 매우 소중하다”며 “한글과 영어본을 비교하며 읽다 보면 현대 한국 시문학의 뼈대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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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국현 시인. / 김주영 사진작가 제공

여국현 시인은 이번 작업이 단순한 번역을 넘어 문화적·사회적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록 시는 개인적 선호로 선정했으나, 현재 활동 중인 시인들의 대표작을 수록해 현대 한국 서정시의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집이 해외 독자들에게 한국시의 매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머지않아 나올 다섯 번째 영역시집을 포함해 앞으로도 한국시의 고유한 정서를 세계에 전하기 위해 번역과 창작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국현 시인은 중앙대와 방송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오후 4시에 방송되는 포항 KBS 1 라디오에서 ‘10분 인문학’을, 워싱턴의 한인방송국인 ‘라디오한국’에서 매주 일요일(한국시간) 오전 11시 ‘여국현 시인의 인문학 산책’도 진행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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