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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이면 곧 무죄일까

등록일 2014-07-17 02:01 게재일 2014-07-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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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포항시에 바란다(4)
▲ 박기환 민선1기 포항시장

용흥동 우방타운 앞 남쪽 언덕위에 지금도 짓다 만 아파트가 있다.

`금광포란재`라는 단지명으로 315세대가 아직도 준공을 못하고 콘크리트 골조만 벌거벗은 모양으로 서 있다. 지금 새삼스러이 이 아파트의 허가 문제와 관련하여 내 자신을 변명하고 싶어 글을 쓰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합법`이라고 해서 곧 모두가 `무죄`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1998년 6월 지방선거에 다시 입후보 한 나는 이 아파트 공사의 허가와 관련하여 지역 주민들로부터 적절치 못한 허가라고 의혹과 비판을 받았었다. 높은 경사도, 진입로 등 도로 상태를 고려할 때, 그런 곳에 아파트 건축을 허가 할 수 있느냐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 사항이었다. 사실 내가 보아도 그 허가는 결코 적절한 것 같지 않았다.

사정은 이러했다. 통합 전 포항시의 인구증가로 인해 주거지역이 턱없이 부족하였으므로 어쩔 수 없이 임야로 있던 그 곳을 주거지로 변경해 주었고(도농통합 전 포항시), 주거지로 변경된 후 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그 토지를 매입한 사업자가 아파트를 짓겠다고 사업허가(건축허가)를 신청하는데, 당시(도농통합후 포항시) 행정의 책임자로 있던 시장으로서 행정의 일관성, 통일성, 신뢰성이라는 측면에서 허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아파트 부지로 지정된 땅위에 아파트를 못 짓게 하는 그런 행정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첫 단추부터가 잘못 꿰어진 행정으로 인해 내 심정은 참 답답하였던 것이다.

포항은 1995년 1월 1일부로 영일군과 통합하여 소위 도농통합시로 새로 출발하였다.

영일군과 통합하기 전 포항시의 면적으로는 도시 인구의 증가에 따른 적정한 주거지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할 만한 처지에 있었을 법 했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도농이 통합된다면 포항시 전체 면적으로 볼 때에는 굳이 이곳이 아니더라도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부지기수로 많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었어야 하는 것이었다.

도농통합정책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내려오듯이 뚝딱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통합 전 포항시 도시행정을 책임지고 있던 사람들로서는 곧 도농통합이 될 것이고, 통합 후에는 더 적합한 주거지의 공급이 보다 원활히 이루어 질 것이라는 정도의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어야 하는 것이었다.

엉뚱하게 허가 당시 시장으로 있던 내가 오해도 받고, 비판도 받았지만, 향후 지방자치행정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임을 강조하고 싶다.

임야를 주거지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합법적 절차를 거쳤겠지만 합법이라고 해서 모두가 곧 무죄라고 인정하는 법률적 사고의 관습에서 행정책임자나 주민들이 과감히 벗어날 때 진정한 주민자치, 지방자치가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합법은 때때로 폭력을 동반할 수도 있다. 합법화된 폭력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당연히 저항할 수 있음을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보고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고백을 할 때 이 고백이 반드시 법률적인 불법에 대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행정책임자든 지역주민이든 모두가 숙고해야 할 것이다. 히틀러의 독재도 모두 합법이었다고 하지 않았는가?

도스토예프스키가 `죄와 벌(Prestupleniye i nakazaniye)`에서 사용한 러시아어 Prestupleniye(죄)는 `도를 넘다`라는 뜻으로, overstep에 가까운 뜻이고, nakazaniye(벌)은 사법적 벌이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의미하는 것임을 모두가 다시 한 번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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