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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지배층을 두려워 말라

등록일 2014-07-08 02:01 게재일 2014-07-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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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포항시에 바란다(3)
▲ 박기환 민선1기 포항시장

지방선거가 한 번씩 치러 질 때마다 우리는 민선 기수를 한 기수씩 늘려 간다. 시간의 흐름에 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의 흐름에 인위적으로 한 획을 긋는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의 결의와 각오를 다지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대나무가 그 매듭을 지으며 위로 뻗어가는 힘을 얻듯이 말이다. 지금 민선 6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새로 취임한 시장, 지역발전 프로젝트 개발자나 여론 주도층들이 과거 축적된 지역발전의 과거 역사와 현재 처한 지역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보다 좀 더 진솔하게 접근했으면 한다.

선거때 마다 갑자기 나타나는 후보들은 흔히 자기가 현재의 여당 실력자 또는 대통령과의 인연을 내세워 자기가 당선되면, 예산을 많이 확보하여 지역발전을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사람은 혹 당선되더라도 중앙의 권력자가 임기만료되어 물러나면 자기도 물러나겠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야당은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고, 여당은 예산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단다. 대통령과 잘 아는 사람은 예산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실이 그렇다면 “나라가 망한 거냐?”고 묻는다. 나라가 망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예산을 그렇게 사사로이 편성할 수 있겠는가? 다행히 시민들의 선택으로 나는 야당인으로서 포항시장에 당선된 바 있다.

이제 시민들도 여론 주도층과 여론 지배층을 구별할 줄 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꼭 갖추어야 할 능력이다. 여론 주도층에는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하고, 여론 지배층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여론 지배층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내세우지만, 탐욕을 숨긴 채 은근히 두려움을 느끼게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실속없는 빈 수레이다.

지방자치제가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돈보다 사람이다. 훌륭한 인격을 갖춘 역량있는 시민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발전의 요소이다. 그리고 유능한 일꾼, 공무원이 중요하다. 나는 이 두 부류의 사람들 중에 먼저 공무원의 능력향상을 위해 수 년간에 걸쳐 매년 50~60억원을 투자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구청을 폐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추진했던 것이다.

사실 포항의 남·북구청은 1995년 1월 1일 영일군과 통합 되면서 경상북도에 남는 공무원을 수용하기 위해서 졸속으로 설치된 측면이 많다. 지금도 나는 구청의 존속에 의문을 갖고 있다. 구청이 폐지되면 남는 인력은 1~2년씩 교대로 해외 연수를 시킬 생각이었다. 자치제의 초기에는 관치시대에 중앙이나 경북도가 전횡을 부리던 인사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 우리 시 안에서만 인사를 하는 폐쇄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만약 내가 시장으로 재선되었더라면, 반드시 도청과 인사교류를 자청하였을 것이다.

공무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한 번 생각해 보라. 인사교류를 하지 않고 자치단체 한 곳에서만 뱅뱅도는 폐쇄적 인사를 한다면, 포항시 공무원의 역량은 포항시에서 경험하는 이상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떻게 포항시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3개월여 찬반여론이 팽배했고, 결국 포항시 의회에서 24표 대 17표 (무효 3표)로 구청폐지가 가결되기는 했다. 그러나 원만한 절차를 위해 내가 재선되면 추진하려고 했는데, 불행히도 재선에 실패해 지금까지 구청이 존속되고 있다. 재선을 하지 못한 것은 구청 폐지문제를 제기한 탓이 아니다. 나의 여러 가지 부덕한 점 탓이라고 생각한다. 표면상으로는 구청폐지를 반대하는 여론이 포항사회에서 주류를 이루었지만 야당 시장이 시의원들에게 로비도 하지 않고, 순전히 자유로운 토론에 의해 가결된 것을 생각하면 여론 지배층의 위력을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민선6기 단체장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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