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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장 선거를 돌아보며

등록일 2014-06-23 02:01 게재일 2014-06-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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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 24주년 특별기고 시리즈 연재<br>민선6기 포항시에 바란다(1)
▲ 박기환 민선1기 포항시장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특별기고 시리즈를 연재한다. 민선1기 포항시장을 지낸 박기환씨(66·공인회계사)는 `포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매주 1회씩 총 10회 기고할 예정이다. 이 글을 통해 박 전 시장은 포항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3차례나 야당 후보로 출마해 상당한 득표력을 보였던 정치인으로서, 민선 1기 포항시를 이끌었던 전 시장으로서 포항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6·4 지방선거가 끝난 지 보름이 경과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구원파, 유병언이 매스컴의 제목으로 떠오를 때 마다 국민감정은 안타까움과 분노로 들끓었고, 총리(장관)지명에 따른 국민청문회(국회청문회가 아니라)로 인해 가슴속 깊이 잠자고 있던 애국심이 전례 없이 요동치고 있다. 월드컵으로 잠시 진정되기는 하겠지만, 세월호 사고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며 다짐했던 그 말, “잊지 않겠습니다”,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그 맹세 어린 말들이 선량한 다수 국민들의 삶 깊은 곳에 영원히 살아 역동할 것을 믿는다.

포항의 J교회가 전개하는 `생명문화 4대캠페인` 중 “나는 사회에서 잘못된 것을 볼 때 개선을 요구하겠습니다” 라는 네 번째 고백문에서 우리 지역 사회변혁의 희망을 본다. 민선 1기 짧은 3년을 지난 후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16년, 정치활동을 그만 둔 지 8년을 지나면서 추진하지 못해 아쉬웠던 사업, 시민들을 향해 외치고 싶었던 심정, 앞으로 포항을 이끌어 나갈 주역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왜 없었을까만, 혹 구차한 모습으로 비추일까 염려돼 조용히 생활해 왔다. 6·4 지방선거와 그에 앞서 시행된 포항 남·울릉 국회의원 재선거를 보면서, 그리고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라는 국민적 다짐을 목격하면서, 나도 우리 지역을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란 내가 다시 공직선거에 뛰어드는 일이 결코 아님을 먼저 밝힌다.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역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새 역할을 찾아 나서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새누리당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관념이 굳어 있는 이 지방에서 내가 야당(소위 “꼬마민주당”)으로 포항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이 지역의 깨인 소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 때문이었음을 다시 한 번 정직하게 고백하고,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고 싶다. 당시 선거방식은 지금과 달라서 많은 조직원을 필요로 했었다. 그러나 야당은 언제나 인(人)부족, 재(財)부족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절이었듯이, 돈으로 산 선거조직은 거의 없었지만, 순수 자원봉사자들만은 1천여 명이 넘었다. 그들 대부분은 매일 퇴근길에 내 선거사무실에 들러 2~300 장씩 명함을 받아 들고 자기 집 근처에 가서 마치 자기 선거운동을 하듯이 열심히 선거 운동을 도와주었던 것이다.(그 당시에는 이런 선거운동이 선거법상 허용되던 시절이었다)

회고록을 쓴다고 하면서 선거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는 이유가 있다. 최근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 고향이라고 포항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행태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들 대부분은 대통령과 직·간접으로 가깝다는 말 외에는 지역을 위해 아무런 정치적 포부나 철학, 경륜도 없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치 무료 낚시터에서 낚시하다 돌아가는 것처럼 공천이 안 되면, 즉시 돌아가고, 다행히 낚시질이 잘 되어 공천이 되면, 몇 년간 요리해서 먹다가 돌아갈 속셈뿐인 줄 이제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 “저런 후보들을 위해 자원봉사로 선거운동을 해 줄 리가 없으니 비용도 많이 들지 않겠는가?”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도움을 청하러 온 어느 시장 후보에게 한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지방에서 크고 작은 선거에 나서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깊이 새겨 주었으면 한다. `먹튀`노릇을 할 후보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선거를 도와줄 유권자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유권자들 중에는 선량하기만 하고, 정치적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적잖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이런 선량하기만 한 유권자들이 정치적으로 좀 더 계몽되기를 기대한다. 시민단체들의 활동 또한 더욱 활발해 지기를 기대한다.

“나는 사회에서 잘못된 것을 볼 때 개선을 요구하겠습니다”는 고백이 우리 시민 모두의 고백이 되기를 기대한다. 1기 시장을 역임한 내가 과거를 회고하면서 내 존재의 의미를 찾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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