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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등록일 2014-07-10 02:01 게재일 2014-07-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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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일본의 한 신문에 실린 사진 한 장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한적한 시골마을 시냇물을 한 농부가 건너고 있는데, 그 주변에 두루미들이 한가롭게 거니는 장면이었다. 새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사람은 두루미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공존하는 그 평화로운 모습이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그 마을은 순식간에 유명 관광지가 됐고, 많은 다른 지역들이 벤치마킹해서 `새들과 공존하는 냇물 만들기`에 예산을 책정했다.

우리 조상들도 제비를 귀빈 대접했다. “곡식에 제비”란 속담도 있지만, 제비는 곡식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고, 오히려 해충을 잡아 먹으니 익조(益鳥)라 해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절대 제비집을 건드리지 말고 해롭게 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제비들은 인간이 사는 집 처마밑에 집을 짓고, 봄부터 가을까지 함께 살았다.

벼가 익어가는 논에 떼로 덮쳐 해를 끼치는 참새도 애증(愛憎)이 겹치는 조류였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참새고기가 맛 있지만, 반드시 겨울에만 잡아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볏논의 해충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참새떼를 쫓아내는 `새보기`를 하면서 요란한 파열음을 내는 `뙈기`를 치기도 하지만, 새를 쫓을 때도 이렇게 말했다. “이놈의 참새들! 오늘만 이 논에서 먹고, 내일은 저 등넘어 김도령네 논으로 가거라!” 박절하게 내쫓지 않고 `오늘 하루 먹이`는 허용하는 아량을 보였다.

인간과 새들은 이렇게 서로 도우면서 공존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새무리들의 변화`는 바로`인간 삶의 변화`로 연결된다. 본지 취재팀에 의해 안동호에 존재하는 8곳의 무인도에 쇠제비갈매기떼가 새롭게 발견됐고, 거기서 20여㎞ 떨어진 와룡면 절강리 인근 모래섬에서도 둥지와 새끼가 추가로 발견됐다. 또 구미 낙동강 본류 합류 지점과 금호강과 신천 합류지점 모래톱에서도 서식지가 잇달아 발견되었다.

조류 서식지의 변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북대와 부산지역 조류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이 쇠제비갈매기의 최대 서식지인 낙동강 하류의 도요 등 신자도 등지에서 현지조사를 진행했고, 최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 원인은 대략 3가지로 압축되었다. 첫째는 지자체의 무분별한 환경정비활동이고, 둘째 바닷물이 넘쳐들어와 모래톱을 잠식해 서식지를 파괴한 것, 세째 4대강 사업과 보(洑) 건설로 인한 서식지 환경변화 등이라 분석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말처럼 청소를 너무 지나치게 해버리면 새들의 먹이감이 줄어든다. 기후변화로 인해 바닷물이 넘쳐 들어오고, 보를 너무 많이 건설하면 물의 흐름에 영향을 미쳐 모래쌓임을 방해한다.

모든 개발사업이 `인간중심`이어서는 안된다. 새와 물고기 등 모든 다른 생물들과의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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