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의 정부` 이끌어갈 대구·경북 인물은?<br>300만표 이상의 몰표로 `대통령 만들기` 기여 후 정중동 행보<br>새 정부 밑그림 위해 정책입안 등 `좌청룡 우백호` 역할 주목
지난해 4월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친박계이자 영남권의 모 의원은 “지난 5년간 고생했다. 이제 보상을 받을 차례”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그의 예견대로 지난 12월 19일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민생의 정부`를 표방하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인수위는 철저하게 측근을 배제하고 선대위와의 연속성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박 당선인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인수위원장에, 진영 정책위의장을 부위원장에 각각 임명했다. 또, 한광옥 전 의원을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 김상민 의원을 청년특별위원회 위원장에 각각 선임했다.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책을 맡은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그리고 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소위 측근그룹이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김용준 위원장과 한광옥 위원장은 지난 대선 기간에, 김상민 의원은 지난 총선 기간에 처음으로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을 정도로 측근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진영 부위원장이 박 당선인의 초대 비서실장을 맡는 등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오기는 했지만 현 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소위 탈박을 했다가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다시 가까워진 경우로 측근 그룹으로 보기는 힘들다.
더욱이 15명의 인수위 1차 인선에서 대구·경북 출신은 1명에 불과했다. 서울 출신이 9명이었으며, 호남 출신이 5명이나 됐다. TK출신은 김중태(72) 국민대통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경북 의성이 고향이며 전 서울대 민족주의비교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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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에 포진한 `박근혜의 남자는?`대구에서 출생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구미가 고향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때문에 대구와 경북은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적 원동력이 되는 지역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300만표 이상의 몰표를 안겨주며 당선에 결정적 공헌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역 친박계는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태세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의원은 “후보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다”는 이유로 비서실장직을 사퇴하고 2선 후퇴를 감행했다. 홍사덕 전 의원의 검찰 기소로 사실상 TK친박 수장 역할을 했던 최 의원의 2선 후퇴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는 것이 정계의 관측이다. 다만, 최 의원은 종종 서울로 상경해 당선인과 연락을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의 경제관련 가정교사로 알려진 이한구(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도 선거기간 대구에서 두문불출했다. 예산을 비롯해 국회 관련 일정이 아니면 상경 자체를 삼가했다. 다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 당선인의 `민생의 정부`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검증과 공세를 취했던 조원진(대구 달서병) 의원도 마찬가지다. 조 의원은 지난 12월 27일 있었던 대구·경북 시·도민회 송년회에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향후 움직임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은 군공항 문제와 경제 민주화 등 일련의 정책 입안 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갈등을 빚기도 했으나, 당선인의 측근에 유 의원만한 심복이 없다는 평가다. 김태환(경북 구미을), 정희수(경북 영천), 서상기(대구 북구을) 의원 등도 `자리를 얻기 위해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당선인의 심중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선거운동 기간에도 지역구를 벗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가 하면,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대표적인 박근혜 당선인의 측근이다. `박근혜 당선인과 핫라인을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전언이다. 결국, 차기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이들 중 당선인의 좌우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지역 사정을 감안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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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거는 풀릴까홍사덕 전 의원은 지난 재판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시인했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인이 정치적 동반자이자 좌장으로 모셨던 홍 전 의원을 구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차기정부 초반에 홍 전 의원을 `리콜`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강재섭 전 대표도 박근혜 당선인의 머리에 들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강 전 대표가 지난 총선 등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복심에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또 비례대표 중에서도 박 당선인의 심복은 있다. 현재 인수위 분과는 경제, 복지, 일자리, 교육, 외교ㆍ안보, 과학기술ㆍ통신 등 각 정책 분야를 전담하는 6~8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각 분과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총괄간사에 박 당선인의 `정책 집사`인 안종범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경제통인 안 의원은 정책 전문성을 지향하는 박 당선인의 코드에 맞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선대위에서 핵심업무를 담당했던 신동철 총괄본부 여론조사단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특히, 신 단장은 그간 박 당선인의 그림자 역할을 자임했다.
박 당선인의 기획조정특보를 맡았던 최외출 영남대 교수도 측근 중의 측근이지만 외부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숨은 실세`다.
최 교수는 박 당선인의 외부인사 영입에 큰 역할을 하는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안 전 대법관의 영입 이외에 최 교수는 한광옥 새누리당 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의 영입에도 적극 관여했다. 또 지난 9월 추석 직전 박 당선인이 소설가 이외수 씨를 만나러 갔을 때 사전에 조율한 사람도 최 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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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인의 보좌관 라인박근혜 당선인과 오랜 세월 함께해 온 보좌관 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정계는 박근혜 후보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박 당선인 의원실 보좌관 3인방을 꼽는다. 이재만 보좌관, 정호성 비서관, 안봉근 비서관이 그들이다. 이들은 선대위 공식 직함은 없었지만 정책·메시지·일정 등을 총괄하다시피 하면서 박 당선인의 대선 선거 전략과 실행에 깊이 관여했다.
한때 이들은 `4인방`으로 불렸으나 투표일을 보름 앞두고 이춘상 보좌관이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3인방`이 됐다. `3인방`은 박 당선인이 1998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성할 때부터 15년을 함께해 온 동지들이다. 이재만 보좌관은 전략·정책, 정호성 비서관은 정무·메시지, 안봉근 비서관은 일정·수행을 총괄했다. 거물급 의원들이 눈치를 볼 정도로 실권을 행사하며 한때 `4대 천황`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박 당선인과 함께 청와대까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