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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불산 유출 “국가적 재앙”

남보수·김용호기자
등록일 2012-10-02 20:59 게재일 2012-10-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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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면 봉산·임천·임봉리 농작물 고사에 가축도 타격    <bR>주민 “위험물 취급공장 입주 절차 무시… 대책 세워라”

“이번 구미 제4공단 휴브글로벌 공장의 가스유출 사고는 단순 사고가 아닌 국가적인 대재앙 수준이다”

지난 27일 발생한 사고가 폭발성이 아닌 단순 유출 사고라는 당국의 발표와는 달리 인근 주민들은 “국가적인 대재앙 수준”이라고 혀를 내두른다.

<관련기사 4면> 불산 누출사고 발생 4일이 지난 1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4공단 인근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임천리 주민 500여세대 800여명은 “왜 구미시가 4단지에 이런 공장을 입주시켜 주민들께 많은 피해를 줬느냐”며 구미시를 성토했다.

특히 이번 독가스 누출사고로 가축, 과수, 농작물 등에 큰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이러한 위험물 취급공장이 동네 인근에 들어서려면 주민들에게 사전 설명회나 입주 여부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완전 무시해 사고가 나고서야 위험물 취급공장인 줄 알았다”며 구미시를 질타했다.

사고가 난 공장과 2㎞ 반경에는 추수기를 앞둔 벼가 하얗게 말라 죽었으며 30여동 비닐하우스내 멜론은 줄기채 말라 땅바닥에 떨어져 구르고 있었다.

또한 인근의 포도, 사과, 배, 대추. 감나무 등은 고사해 있었으며 축사내 소들도 식욕을 잃고 가스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특히 가축들은 당장 피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보상대책을 요구했다.

또한 봉산리 마을입구의 수백년 된 느티나무도 잎이 바짝 말라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을 더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많은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 비해 회사 관계자나 구미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구미시는 “농작물을 수확하지 말고 그대로 놔두라”고 할 뿐 구체적 피해대책을 제시치 않아 주민들은 회사와 구미시를 싸잡아 원망했다.

주민들은 사고가 난 지 4일이 지난 1일 현재도 머리가 어지러워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자기 집에 있지 않고 객지 딸, 아들 집 등 친척집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하고 있다며 귀가하려 해도 머리가 아파 못올 지경이라고 해 당시 피해 현상을 실감케했다.

또한 주민들은 “불산은 바람을 타고 이곳 골짜기를 온통 뒤덮어 농작물과 토양에 달라 붙어 비가 온다 해도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이번 사고를 낸 공장 외 또다른 공장이 마을 인근에 입주해 있을지 누가 아느냐” 며 “구미시는 불안한 주민들을 위해 이주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봉산리 주민 이모(57)씨는 “구미시는 독가스 피해보상에 대해 정부차원의 보상사례가 없어 어떤 기준을 적용해 보상해야 할지 사례가 없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해 주민들만 실망시키고 있다”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번 사고로 사고 지점에서 동쪽 인근 마을인 임봉리는 계절상 남동풍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사고지점 동쪽 임봉리 약 3㎞까지 소나무와 감나무, 수백 년 된 정자나무 등이 잎이 마르고 가지가 죽어가고 있으며, 지금 당장 죽은 벼와 유실수, 채소류는 보이지 않으나 유독성 물질에 접한 음식을 사람이 먹는다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이곳은 100여호의 가구와 주민 약 15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500여 마리의 한우목장과 200여㏊의 과수원, 100여㏊의 벼농사가 직접적인 손해를 입어 그 피해액도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고 인근 공장들의 피해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지점에서 약 200m 떨어진 자동차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S 업체 대표는 “수십 년 된 조경수 소나무와 잔디밭이 모두 고사했으며, 스테인리스로 된 공장건물이 색이 변하고 녹아들고 있으며, 건물 강판과 지붕이 부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현재까지도 사고 주변 주민 20여 명은 차례도 지내지 못한 채 가족, 친지 집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민 조모씨(69·임봉리)는 “속이 매스껍고 머리도 아프며 어지럽다”며 “관계자들은 단순 사고라고 하는데 사고 주변에 직접 와서 눈으로 보고 판단해야 하며, 이번 사고는 대재앙 수준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주민 건강 역학조사도 병행해 재앙으로부터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구미시는 이번 휴브글로벌의 불산 유출 사고로 1일까지 4일간 접수한 농작물 피해면적이 91.2㏊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고 발생 다음날 접수한 농작물 피해는 27.5㏊였으나 3일 사이에 크게 늘었다.

피해는 산동면 봉산리 지역에 집중돼 포도·사과·배 등 과수가 31.2㏊, 벼가 60㏊로 집계됐다. 또 가축 농가 29곳이 소 1천313마리와 말 1마리가 사료를 거부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다고 신고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세워둔 차량 25대가 부식 현상을 보였고 건물 외벽이 부식되는 등 기타 피해도 24건에 이르고 있다.

구미/남보수·김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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