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의 생명은 담금질, 정성이 곧 성능이지”<bR>군 제대후 25살부터 하루 수천번의 망치질로 명맥 이어와<br> 中 농기구에 설 자리 잃어가… 후계자 양성 실패 깊은 회한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뜨겁게 달구어진 화로 앞에서 망치질이 계속된다.
2대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대장장이 안두상(70·사진)씨가 45년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일이다.
6남매의 맏이인 안씨는 16살 때 아버지를 도우며 대장간 일을 배워 군을 제대한 25살부터 대장장이 길로 들어서 힘든 세상을 이겨내며 오늘도 자신의 삼북동 대장간 화로 앞에서 묵묵히 달구어진 쇠를 두드려 호미 등 농기구를 만들고 있다.
이 곳 대장간은 전국에 얼마 남지 않은 전통 대장간 중의 하나로 달구어진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들기고 다듬어 모양을 만들고 담금질을 반복하는 과정을 거쳐 호미와 곡괭이, 쇠스랑, 낫 등 전통 농기구를 제작한다.
하나의 쇠뭉치가 화로에서 가열되고 모루에서 망치를 통해 모양을 잡아가고 또다시 화로로, 모루, 담금질 등을 여러 차례 반복되며 제작된 농기구는 중국제에 비해 오래가고 쇠가 단단해 멀리 울산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등 끊임없이 찾는 손님으로 밥벌이보다는 전통을 지키는 노력으로 하루에도 수천 번의 망치질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대장간이지만 “장날이면 무딘 날을 세우려고 대장간에 맡긴 낫이 200~300개나 되고 일꾼 2~3명이 주문을 소화하기에 벅찼다”고 말할 만큼 호경기도 있었지만, 농촌의 발전과 값싼 중국제품의 대량반입으로 안씨의 대장간도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장간에는 안씨가 정성으로 만든 수많은 농기구가 값싼 중국제를 사용하다 부러뜨리거나 우그러진 사람들이 자신을 선택할 순간을 기다리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쇠의 생명은 담금질이지만 중국제나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제품은 담금질에 소홀하고 하루 이틀에 배울 수 있는 기술도 아니다”며 “정성이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니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하다”라는 대답과 함께 제작한 농기구들을 바라보는 눈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전통방식의 대장간을 누구에게 물려주고 싶은데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가슴에 맺힌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싫어하고 전통을 지키는 아름다움 보다는 얼마의 수익이 남는지를 먼저 따지는 사회 풍조에 자신의 전통기술과 가업이 사라질 위기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증해야 하는 아픔은 상당하다.
안씨의 가슴 한쪽에는 45년간 전통을 고집하며 지켜온 대장기술이 전통장인 인정을 받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대장간을 비우기도 어려운 형편에 전통장인을 신청하려면 구비해야 하는 서류작업이 번거로워 포기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니면 이 일을 누가 하겠어,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할 거야”라는 안씨는 벌겋게 달구어진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들기는 것으로 안타까움도 설움도 날려보냈다.
망치질을 위해 올린 오른팔의 반복운동이 칠순의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에서 묻어나오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경산/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