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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은 `혈통`보다 소속되고 싶은 `의지`

등록일 2012-05-30 21:42 게재일 2012-05-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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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옥 포항성모병원장

지금 우리사회는 단일민족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 이미 돌입되었다. 결혼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인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한 다문화가족 규모는 2008년 34만명에서 2011년 55만명으로 급증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추계에 따르면 2020년에는 다문화가족 100만 명 시대가 열린 전망이라고 한다.

얼마 전 19대 총선에서 필리핀 출신 이주여성 이자스민씨가 당선되었다. 이 소식을 접하면서 다문화사회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작년 가을 작업하다가 발을 다친 스리랑카에서 온 그는 4살 된 딸과 임신 4개월째인 부인과 함께 포항에서 살고 있는데 여러 병원을 거쳐서 종합병원으로 오게 되었고 치료비가 없어 MRI검사와 수술 그리고 지병으로 당뇨가 있어서 치료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분이다. 수술 후 물리치료를 계속 받으며 올 4월에 다문화가정센터에 계시는 신부님의 도움으로 출입국사무소를 같이 다니며 비자연장을 도와주었다. 이 와중에 부인은 산전 진찰에서 태아의 심장에 구멍이 여러 개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만약에 아기가 태어나 수술을 하려면 일정한 몸무게가 되어야 하므로 소아심장전문병원을 추천해 드렸다.

부인에게 서울의 큰 병원을 소개하였으나 본 병원을 친정으로 표현하면서 포항에서 수술하기로 결정하여 2.2Kg의 여아를 제왕절개술로 낳았다. 태어난지 10일 만에 청색증이 심해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 심장전문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서울에서의 어려움 그리고 답답함을 처음으로 마음을 열어 놓았던 의료사회사업실 수녀님과 통화하면서 극복해갔다. 병원근처 숙소를 정하고 3.5Kg의 몸무게가 될 때까지 집중치료실에서 하루 2번 면회시간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아기는 4월17일 심장수술을 하였고 치료비 마련을 위해 SBS녹화방송 촬영을 하고 어린이날 방송 예정이었으나 상태가 좋지 않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아기는 5월4일 저녁 9시 하늘나라로 떠났고 시신은 다시 본원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이 타국에서 죽은 아기를 안고 돌아갈 수 있는 그곳이 본원이었다는 것이 고마웠다. 아무 조건 없이 또 해결해 줄 거라는 마음이 감사했다. 일가친척 하나 없는 곳에서 그 한곳이어서 말이다. 의료사회사업실에서 작은 나무관을 마련하여 부모와 함께 화장장을 갔다가 돌아오는 수녀님을 만났을 때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결과는 하느님의 몫이라 하지만 그 아기가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 이들 가족은 6월에 스리랑카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영화 `방가 방가`에서 베트남 출신의 근로자 장미에게 아들이 묻는다. “엄마,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를 베트남어로 어떻게 말해요?” 그러자 장미는 아들에게 이렇게 가르쳐 준다. “Toi yeu Han Quoc“(나는 한국을 사랑합니다)로 가르쳐 준다. 이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우리들의 정서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국적이란 `혈통`이 아닌 그곳을 사랑하고 소속되고 싶다는 `의지`이다 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아직 우리사회는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와의 공존의식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당장 내가 몸담고 있는 병원만보아도 경제적으로만 도와주는 수준이고 전 직원들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제야 돌아보는 있는 실정이다. 그들이 자기의 모국어로 독서하고 자신의 고유한 명절에 그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음악을 즐기는 것도 인간의 고유한 권리가 아닐까한다.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은 한국문화로 동화를 강조하기보다는 모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우리문화와의 융화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성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넓은 마음과 눈이 먼저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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