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성결혼에 관해 오바마 미 대통령이 표방한 견해로 매스컴이 시끄럽다. 가족(家族)에 대한 다양한 학문적 정의들에서 공통적인 것은 결혼을 통한 부부를 중핵(中核)으로 한다는 것이다. 출산과 양육 등을 함께하는 생활공동체가 일반적인 가족의 의미인데 이러한 것에 대한 가치혼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변화 속에서 1인 가족, 독신가족 등 결혼과 가족에 관해 일어나는 가치변화에도 유연한 수용태도가 필요하다.
공동체, 집단을 우선하는 가치와 개인의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가치의 충돌이 잦아지는 오늘날 가족문화는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얼마간의 긴장을 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우리에게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가장 소중하므로 꼭 지켜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젊었던 시절 보다 손자녀를 바라보는 지금 더욱 더 간절하게 느끼게 된다.
가족의 위기, 다양한 가족이 출현하는 오늘의 세태 속에서 바람직한 자녀교육과 건강한 가족을 위한 준거 모델의 하나로 `여중군자 장계향의 삶`에 관해 알아볼 것을 권하고자 한다.
남존여비 사상이 엄격했던 조선 중기에 `여인 중 군자`로 존경을 받았던 장계향은 우리 역사에서도 여중군자로 불린 인물로 그가 유일할 것이다. 사대부는 물론 집안의 노비들조차 우러러봤다. 학덕은 물론 전인적인 덕성을 보였다. 자식을 군자로 키운 장계향은 격려와 엄격함, 곡진(曲盡), 감화, 합일, 궁리(窮理)의 여섯가지 교육법을 활용했다. 오늘날의 교육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1598년 30대 중반에 얻은 대학자 경당 장흥효의 무남독녀 외동딸에 대한 지극한 정성과 가정교육, 19살에 1남1녀를 둔 남편과 결혼하게 되고, 62세 되신 친정아버지를 자신보다 10살 젊은 새어머니와 재혼시켜, 9살, 6살, 4살, 2살의 어린 동생을 잘 돌봐서 성혼(成婚)에 이르기까지 자녀와 동기에 대한 한없이 넉넉한 책임감, 그런 속에서도 자식 일곱을 당대의 최고 학자로 키워 칠현자로 칭송 받게 한 어머니의 자녀교육, 노년엔 자식 4남매를 먼저 보내는 아픔 속에서도 한글 최초의 조리서 `음식디미방`을 저술하고 평생을 통하여 수신(修身)과 애민(愛民)의 삶을 실천한 여중군자 장계향의 삶과 행적은 깊이 공부하고 알게 될수록 경건한 마음을 더할 뿐이다.
자식교육은 먼저 정성을 다하여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주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상황에도 자녀에 대한 깊은 신뢰와 일관된 원칙을 지켜가는 부모의 일상생활이 무의식중에 자녀들에게 전달되는 가르침이다. 건강한 인성은 학원에서 배울 수 없다는 평범함을 새기고 훈습(薰習)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불황의 장기화, 경쟁의 글로벌화에 따라 항상 여유가 없고, 배금주의가 만연함에 따라 가치의 획일화 등 위기적 상황은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혼과 비혼(非婚)의 증가 등 가족과 관련한 많은 걱정과 우려 역시 없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에도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가정과 개인의 육성이다.
여중군자 장계향의 삶에서 보듯이 현재의 상황과 조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주어진 여건을 순순히 받아들여 적극적이고도 당당한 의지로써 실천해 내는 일이다. 바람직한 자녀교육의 핵심은 부모의 건강한 생활과 그의 실천임을 강조하고 싶다. 5월엔 우리 자식들에게 옛 스승과 부모님 그리고 늘 마음에 둔 고마운 분들을 찾아뵐 수 있도록 인도하는 부모가 되기를 권하고 싶다.
/한재숙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