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부족한 아들과 사는 며느리

등록일 2012-05-09 21:38 게재일 2012-05-09 19면
스크랩버튼
▲ 이영석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교육인재개발실장

지난 3주 동안 다문화가족 관련 연구과제 수행을 위해 경북 도내 여러 시군으로 심층조사를 다녀왔다. 이제 어디를 가나 다문화가족을 흔히 볼 수 있다. 농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젊은 외국인 여성들이 들어와 마을이 새로 태어난 느낌마저 들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많은 외국 여성들은 `코리안 드림`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온다. 어떤 이는 이주노동자로, 어떤 이는 결혼이주로 한국에 입국한다. 특히 한국에 정착하여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싶어 하는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다. 자기의 온전한 삶을 한국에서 바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그리 넘치는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선택하고 결정한 한국행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나는 그들이 그런 각오로 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조사하는 동안 그들의 기대와 각오와는 달리 힘겨운 현실에 부딪치게 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농촌지역으로 갈수록 결혼이주여성들의 남편의 지적 수준은 보통의 남자보다 현저히 낮은 경우가 많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 남편들은 여성이 조금 똑똑하다 싶으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였다. 시부모의 간섭 또한 만만찮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순혈`이라는 말에 익숙한 시부모는`순혈`에서 벗어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배타적 감정들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또한 쇼핑한번 할 수 없는 폐쇄된 농촌생활은 젊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는 참 답답한 곳이다. 그들은 돈을 벌어 친정에 보내고 싶어서 한국으로 왔는데 실제로는 매우 어렵다는 것도 알게 된다. 종종 결혼이주여성들은 이러한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농촌에서 도망을 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을 지켜봐야 하는 것인가? 물론 아니다. 그에 대한 해답으로 수년간 농촌지역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을 해 오신 한 분의 센터장님의 말씀을 인용해 본다.

“여자가 남자를 우습게 알고 돈 모이면 보따리 싸서 가버리면 끝인 거야. 그러면 어리석은 남편과 시부모가 늙어서 홀로 방에 앉아 있어야 돼. 남편들 학력을 보면 상당수가 수준이 낮고 지적으로 떨어져요. 여성은 여기 센터에 와서 3년 확실하게 교육 받으면 빨리 배워요. 하나하면 둘, 셋 배워요. 이제는 시장가서 흥정도 할 줄 알고 속지도 않고 잘 사와요. 우리는 이렇게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서 여성들이 가정생활에 자꾸자꾸 정을 붙이고 분위기도 만들어서 남편과 아이 데리고 오순도순 살도록 해 주어야 해요. 남편이 좀 부족하다고 남편을 밀쳐놓지 말고 우리 집의 가장, 내 남편, 내 아이의 아버지로 함께 어울려 보듬어 안고 여자가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여성들에게 제대로 된 정신을 심어주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농촌이 붕괴돼요. 경제적 의식도 심어주어야 해요. 왜냐하면 돈 만들어서 친정 갔다 오면 몇 백만 원 써 버리는데 그것을 친정에 매년 갈려고 하지 말고 모아서 내 남편과 내 아이와 내 가정에서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이 정신을 넣어주어야 돼요. 이 정신적 기반을 안 깔아주면 농촌이 나중에 가면 여성도 아이들도 교도소 문간 채우는데 바쁘단 말이에요. ”

그는 또 농촌 결혼이주여성들이 가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시부모에 대한 의식전환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하셨다. 나는 말씀을 들으면서 어쩌면 미래의 농촌사회는 현재의 결혼이주여성들이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에 달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위대한 어머니의 힘으로 말이다. 한 가족을 온전히 보전하는 일은 옛날에도 지금에도 여성들의 몫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결혼이주여성들에게 무거운 짐이 아니고 보람된 결실로 받아들여지길 은근히 기대해 본다.

여성칼럼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