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선, 2차선의 도로가 꽉 막힌 상황에서, 뒤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오는 앰뷸런스를 한번 쯤 경험을 했을 것이다. 도와주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이때 구급차의 오른쪽에 있는 차는 더 오른쪽으로, 왼쪽에 있는 차는 더 왼쪽으로 최대한 바짝 붙여대면 막힌 도로라도 금세 대로 하나가 생긴다. 당연한 에티켓이지만 쉽게 지켜지지 않는 부끄러운 우리들의 실상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분초 단위로 생사가 나누어지는 응급상황에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까?
멈춘 심장을 살려 생명의 숨을 다시 쉬게 만드는 심폐소생술(CPR :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 누구나 익혀야 하는 의술이다. 심정지라는 위급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구급대를 기다리는 동안 곁에 있는 사람이 4분 이내에 실시한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환경은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되는 병원이지만 일반가정에서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발생해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은 당황하여 발만 동동, 전화만 걸다보면 시간이 흐르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심정지 환자를 살리는 데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뇌와 심장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면서 생존의 가능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게 된다.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뇌손상 없이 살려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별 처치 없이 4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발생하고 10분 이상 지나면 사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약 2만 명 이상이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하며 심정지는 60% 이상이 가정에서 발생한다.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뇌손상 없이 회복시키려면 CPR를 실시해야만 한다.
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생명의 시작과 끝은 하느님께 달려있지만 CPR를 하는 행위는 하느님의 창조사업, 곧 사랑의 사업에 적접적인 동참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인 C단조 교향곡`운명`은 8개의 음만으로 완성되어 있는 치밀한 짜임새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베토벤이 전혀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달새의 소리에 영감을 받았는지 아니면 심장박동의 소리에 영감을 받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인간존재의 깊이 내재되어 있는 운명에 대한 사색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인간의 운명은 바꿀 수 있고 이것은 사랑이고 의지이며 실행이다.
소방 방재청 모바일 홈피(http://m.nema.go.kr) 의 `응급처치요령`에는 성인 심폐소생술과 영아 심폐소생술이 소개되어 있어 긴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에서 `심폐소생술 노래(CPR song)`를 검색해서 심폐소생술의 방법과 순서를 외워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노래의 템포는 심폐소생술의 흉부 압박 속도와 같아서 실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하철이나 공공건물에는 대부분 자동제세동기(AED)가 구비되어 있다. AED케이스를 열고 전원을 켜면 음성으로 사용방법이 안내되므로 당황하지 말고 과감하게 시도해 보자 AED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흉부압박은 계속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심폐소생술에 대한 많은 내용들이 우리주위에 있어 실지로 실습을 해 보시기를 권한다. 그리고 저희 병원에 일반기업체의 직원이나 전문가를 위한 대한응급학회에서 인준한 BLS센터가 개설되어 실지로 이수한 분이 많다.
나와 너,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필요한 소중한 동행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