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서서히 녹아 일년동안 저지대 공급
울릉도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은 성인봉(해발 987m) 등 해발 900m가 넘는 산들이지만 주민들이 사는 곳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곳은 나리분지다.
해발 400m에 있는 나리분지는 300만㎡ 가 넘는 평지와 야산 알봉을 주변 산이 에워싸고 있다. 평지에 군부대를 비롯해 69가구 143명이 사는 제법 큰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올겨울 들어 이미 300cm가 넘는 눈이 내렸고 현재 200cm 이상의 눈이 쌓여 있다. 최근에는 제설을 해도 끊임없이 눈이 내려 일부 주민들이 볼일을 보려 아랫마을 갔다가 길이 막혀 돌아가지 못하는 등 불편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나리분지 마을 전체는 겨우내 눈에 파묻혀 건물의 지붕과 굴뚝만 보이고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는 북면사무소직원 및 마을 주민들이 총동원돼 제설작업을 해 놓아 마치 미로처럼 보인다.
나리분지에 눈이 많이 내려 불편하지만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나리 주민들이 눈을 이용해 땔감을 구하는 등 생활의 지혜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나리분지는 울릉도 생명수를 공급 식수원 집수 장이다. 이렇게 많이 쌓인 눈이 5월까지 서서히 녹으면서 300만㎡ 광활한 나리분지 땅속으로 스며들어 일 년 동안 저지대 도심마을에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리분지 제설은 하루에도 50cm~1m 가까이 내린 눈 때문에 제설차에 달린 삽날로 불가능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전체에 눈이 골고루 내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설차는 처음에 제설·제빙 송풍기(브로와 기)를 통해 가장자리로 눈을 불어 낸 후 제설 삽으로 밀어 제설을 하며 눈이 많이 쌓이지 않을 경우 제빙액 살포기로 바닷물을 뿌려 바닥이 드러나도록 제설한다.
/김두한기자 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