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러너` 스미스 100m준결 좌절…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두 다리 모두 의족을 단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4·남아프리카공화국)는 2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부 400m 예선 5조로 출전해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결승선까지 완주했다. 조 4위까지 준결승에 진출하는 조건에서 45초39를 기록해 3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그가 트랙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관중은 `오스카`를 연호했고, 예선 통과 사실이 발표됐을 때 우레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는 “여기까지 오는 게 오랜 목표였고 여기에서 뛰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며 “참으로 경이로운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애초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의족의 탄성을 이유로 그의 비장애인 대회 출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피스토리우스는 2008년 IAAF의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해 비장애인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했다.
피스토리우스는 29일 오후 8시 남자 400m 준결승전에 나선다. 그는 “이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내일이 더 힘들 것 같지만 안정감 있게 뛰는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준결승전 예상 결과에 대해서는 “나는 현실적”이라며 올해 초에 찍은 자신의 최고 기록 45초07을 다시 찍더라도 결승 진출에는 이르지 못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대회 첫날인 27일 오후 9시53분. 대구스타디움 남자 100m 본선 1회전 2조 경기 8번 레인에 `블라인드 러너`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가 등장했다.
심각한 시각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당당히 세계선수권대회 기준기록을 통과한 그의 등장만으로도 세계 육상 역사에 새 장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시력이 정상인의 10%도 안 되는 그는 지난해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출전해 첫 장애인 스프린터라는 기록을 세웠고 지난 5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육상대회를 통해 10초22를 찍어 이번 대회 출전기회를 얻었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 비호같이 블록을 치고 나갔다. 그의 스타트 반응시간은 0.165초. 함께 뛴 7명의 선수 중 끝에서 두 번째로 느렸다. 그렇지만 스미스는 중반 이후 스퍼트를 해 3명을 따돌린 뒤 조5위에 올랐다. 기록은 10초57. 이날 출전자 56명 중에서도 36위를 차지해 20명이나 따돌리는 실력을 과시했다. 앞이 흐릿한데도 올곧게 뻗은 직선 주로를 스미스는 뒤뚱거리거나 옆 레인을 침범하지 않고 똑바로 달렸다.
물론 조 3위까지에만 주어지는 준결승 진출 티켓은 날아갔다. 꿈이던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의 동반 레이스도 함께.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물급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좋은 경험을 쌓았다”며 다음 대회에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