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철도 사통팔달 교통망
`환동해권 물류 중심` 이름값
▶ 세계로 뻗는 영일만항, 물동량도 호조
세계적인 기업 `포스코`라는 세계 굴지의 회사 덕분에 포항은 지난 40년 동안 경제적으로 급성장 했다. 그러나 포항의 제2의 경제도약을 위해서는 포항만의 21세기 성장동력 패턴이 절실했다.
경북동해안의 중심인 포항은 `영일만`이라는 최적의 자연 자원을 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포항의 제2의 경제도약 테마로 바다가 지목된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바다와 밀접한 먹을거리 창출을 위해 항만 물류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역시 시대적 변화에 따른 포항시의 선택이었다. 더군다나 포항은 포항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포항은 바로 경북의 수출입 전진기지로서 경북을 열어가는 또다른 신성장동력으로 역할도 하고 있다.
1992년 타당성 조사가 시작됐지만 IMF 등으로 예산이 줄어들면서 사업은 10년 넘게 진척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활발한 민자유치 등을 통해 2005년부터 3만t급 4선석 컨테이너 부두 공사에 들어가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60만㎡(18만2천평) 부지에 영일만항은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천경해운, STX팬오션 등 6개 선사(船社)가 러시아, 일본, 중국 등으로 통하는 9개 항로를 운항 중이다.
지난해에는 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 LG전자 등이 항구를 이용해 총 7만2421TEU의 물동량이 처리됐다.
올해는 항로와 선사 등을 확대해 작년 보다 2배(15만TEU) 정도 많은 물동량을 처리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15년까지 1조5천억원이 투입돼 길이만 5천120m로 최대 5만t급 대형선박 15척이 한꺼번에 정박할 수 있는 부두와 컨테이너 야적장 등을 갖춘 총 85만2천㎡(25만7천평) 규모의 `영일만항`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항만의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아니면 침체인지를 객관적이고도 가장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물동량이다.
영일만항은 올해 3월 개항 이후 월별로 가장 많은 물동량(1만1천625TEU)을 처리했다. 이어 5월에는 물동량이 더 늘어나 1만3천456TEU을 처리했다. 더구나 1월부터 5월까지 물동량은 역대 최고인 4만7천558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42%가 늘었다.
포항시는 물동량이 늘어난 것은 쌍용자동차 러시아 수출물동량과 연안선을 통한 원양 환적화물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물동량 증가는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따질 일이 아니다. 물동량이 떨어질 수 있는 악조건에서도 이뤄낸 결과임을 감안하면 영일만항은 성공적이라 할수 있다.
올 초 러시아 측 수입업체 부도로 기아자동차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적자가 320억원에 이르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영일만항 물동량은 올들어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영일만항이 포항의 신성장동력임을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 물동량의 폭발적 수요 이유는
그렇다면 영일만항은 왜 환동해 물류 중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을까. 현재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동해안 무역항은 포항, 부산, 울산, 동해 등 7개다. 그러나 국제적인 무역항으로 기능을 하는 항만은 울산항과 포항항뿐이다. 그동안 동해안 물류 요충지인 울산항은 국가기간 항만 역할을 해왔지만 시설부족으로 체선·체화현상이 자주 발생해 물동량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도 신항 증설과 함께 시설을 보강했지만 물류비증가가 화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관 통관실적 기준으로 줄잡아 100만TEU(TEU는 통상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한 개를 말한다)에 이르는 대구 경북의 물동량이 부산으로 갈 경우 포항항에 비해 시간과 비용면에서 상당한 추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일본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나아가 북한의 원산항 등과 인접해 있다는 점도 포항항의 입지 장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동북아 단일경제권의 형성으로 동북아지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5년 이후 매년 4.7%에서 5.6%씩 증가해 2015년에는 최대 1억8500만TEU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은 포항항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 최대 경쟁력은 비용·지리적 여건
영일만항의 가장 큰 경쟁력은 한마디로 물류비용 절감에 따른 경제성이다. 포항~대구와 포항~구미 간은 각각 85㎞, 120㎞로 대구-부산(130㎞), 구미~부산(170㎞)보다 거리가 짧고 영일만항을 기점으로 수도권 340㎞, 중부권은 240㎞ 정도로 부산항까지 420㎞, 290㎞에 비해 거리상으로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구미에서 영일만항을 이용할 경우 부산항에 비해 TEU당 4만6천원, 대구에서는 3만8천원 가량의 물류비 절감 효과에다 항만이용료까지 감면받을 경우 TEU당 10만원까지 물류비를 아낄 수 있다.
특히 부산항과 비교해 극동 러시아는 100㎞, 서일본 지역과는 70㎞이상 항해 거리를 단축할 수 있어 물류비 절감에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국내 선사들이 영일만항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기에 급속하게 확충되고 있는 사통팔달 형태의 교통망은 `영일만항=경북 해양실크로드`실현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포항시는 원활한 물류수송을 위해 영일만항 개장과 함께 대구·포항고속도로~영일만항으로 이어지는 진입도로 9.68㎞를 준공했다. 이어 북구 환호동에서 제1·2산업단지로 이어지는 5㎞구간과 동해면 석리~대련IC~대구·포항고속도로~영일만항으로 이어지는 28.8㎞구간을 각각 완공한다. 포항~삼척 간 동해중부선에서 갈라져 영일만항까지 이어지 11.2㎞의 철로(영일만항 인입철도)가 완공되면 포항은 고속도로와 철도로 완벽한 사통팔달 교통망을 구축하게 된다.
▶ 전문가들이 보는 영일만항 미래
최근 증가하고 있는 중국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 동북아 국가 사이에서 허브항 중심의 국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때문에 영일만항은 동해안 거점항으로 물류와 금융, 정보 등의 중심 기능 수행을 목표로 건설됐다.
그래서 기반 시설, 하역 장비, 창고 등 기능 시설에 최첨단 정보 시스템을 갖춘 제3세대 첨단 항만으로 개발됐다.
특히 영일만항은 극동러시아, 중국 동북3성, 남북경협에 따른 북한의 개방과 함께 일본을 잇는 국제 여객 출입 관문이라는 국제적인 장점을 갖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말 포항영일만항 중ㆍ장기 발전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영일만항이 배후산업단지와 경북 북부지역의 풍부한 개발잠재력, 동해남부선 철도의 복선전철 사업 등으로 환동해권 물류서비스의 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해운물류학회장인 하영석 계명대 교수는 최근 `포항 영일만항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영일만항은 구미·대구·포항산업단지의 수출 비중이 14.6%나 되고 현 정부의 의지가 강한 것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으며 특히 영남권 복합 터미널 준공, 극동러시아, 일본 경제 부상, 자유무역지역 지정,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 기회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2018년 4단지 완공땐 1조8천억 생산유발
철강중심서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재편
▶ 기업의 요람 배후산단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는 북구 용한·곡강·우목·죽천리 일대 632만9천197㎡(192만여평) 부지에 들어섰다. 제1~4일반산업단지와 용한 1지구와 2지구 총 6개 부지로 나눠 개발된다. 이 중에서 제2단지와 제3단지, 용한 1·2지구는 분양이 모두 완료됐다. 제1단지(981천㎡) 부지 가운데 3분의 1을 부품소재전용공단으로 분리하고 나머지는 일반 분양한다.
신소재, 메카트로닉스(조립금속·전기기계·자동차)로 최적연료 대체에너지인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하는 포스코파워와 LED조명기구를 생산하는 DSL, 2차전지 원료를 생산하는 지앤에프가 현재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현대종합금속은 현재 공장을 조성중에 있다. 33만㎡에 부품소재공단이 지정돼 현재 70% 정도 부지가 조성됐다. 중국의 (주)화청코리아가 입주해 공장을 만들고 있다.
제2단지(719만여㎡)는 제조업 전용단지로 지난 3월 공사가 마무리 돼 강림중공업, (주)포스코TMC, 케이아이씨, 엔케이 4개 기업이 가동 중이고 (주)메타즈, (주)포스코플랜텍이 공장을 짓고 있다.
제3단지(198천㎡)는 올 12월 모든 공정이 마무리 된다. 해상풍력발전기기를 만드는 동국SNC가 입주를 하기 위해 공장을 만들고 있고 풍력발전설비제조 전문 업체인 (주)동국S&C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포항시는 단일업종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얻었다. 무엇보다 3단지는 영일만항과 인접해 생산제품의 해상운송 여건이 좋고 배후도로와 영일만 일반산업단지 진입도로 등 원활한 도로망 구축, 영일만항 인입철도 등 천혜의 물류입지조건을 갖춘 것이 장점이다.
▶ 제4일반산단 `자족형 신도시`로
영일만항 배후산단 가운데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제4일반산업단지다.우선 면적이 439만9천㎡ 규모로 가장 클 뿐 아니라 항만배후단지와 연계해 지역 경제발전을 선도할 `자족형 신도시`로 조성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침체로 민간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일부 기업들의 요청에 따라 포항시가 조기개발 차원에서 부지 일부분을 직접 개발하기로 해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1, 2단계로 나눠 조성되고 67%가 산업시설 용지로 개발된다.
시는 9월까지 경북도로부터 영일만 산업4단지 계획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또 2011년도 제1회 추경예산에서 350억원을 확보해 2개 기업에 각각 9만9천174㎡(3만평), 7만9천339㎡(2만4천평) 부지를 제공할 방침이다. 국토해양부를 비롯한 55개 부서와 업무협의를 남겨두고 있지만 6월 말까지 업무협의를 마치고 협의 내용에 대한 보완사항을 반영해 9월 말까지 경북도 산업단지심의위에 심의를 요청,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포항시의 계획대로 2018년 4일반산업단지가 완공되면 포항의 산업구조는 기존 철강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 재편을 맞게 된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포항은 대한민국 제일의 철강 산업도시로 대구·경북지역의 배후 산업을 끼고 있는데다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는 천혜적인 입지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뒤 지리적으로는 북한 러시아, 중국 동부, 일본 서안의 가운데 있어 이들 지역을 연결하는 컨테이너 물동량의 중계역할, 즉 환동해권 거점 항만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 경제발전 새축 성장 기대
포항철강산업단지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국가산업단지에서 부터 4단지에 이르기까지 67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공업단지다. 포항 경제규모의 절반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시고용 규모만 해도 2만7천명 정도나 된다.
그러나 영일만항 배후산업단지 중에서도 덩어리가 가장 큰 제4일반산단이 완공돼 완전한 모습을 갖추는 2018년이면 사정을 달라지게 된다. 물류운송 관련 업체와 반도체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부가 가치산업으로 꼽히는 조선관련업체가 입주해 철강공단과 비교해도 수익구조가 크게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규모는 공식적인 통계에서도 입증됐다. 4일반산단까지 조성이 완료되면 이 일대는 포항철강관리공단과 규모가 비슷한 632만9천㎡의 거대한 산업단지로 탄생한다.
포항시가 지난 2009년 한국자치경영평가원에 의뢰한 `영일만항 4산업단지 및 배후단지 조성사업 특수목적법인 설립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에 따르면 4일반산단이 완료되는 시점의 생산액은 포항시 총생산액(2005년 기준)의 13.2%인 1조8천241억원에 이른다. 또 포항시 인구의 6.53%에 해당하는 3만3천명의 고융창출과 근로자들이 벌어들이는 임금 4천900억원 등 생산유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규모면이나 생산유발 효과 등으로 볼 때 영일만항과 배후단지는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관리공단에 버금가는 포항 경제발전의 새로운 한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승희기자 shcho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