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어려움 살피고 해결하며 공직 보람 느껴
안동시청 시장실 부속실에서 비서로 근무하는 여직원 김연수(32·사진)씨에게 시민과 대화의 날이 열리는 매달 14일은 희비가 교차한다.
시장실의 문을 열어두고 다양한 민원인을 시장이 직접 만나는 `시민과 대화의 날`은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77회 이어져 무려 4천387명이 찾았다.
이들이 제기한 1천422건의 민원 중 1천16건(71%)이 해결되기까지 시장실과 가장 가까운 부속실의 고충은 짐작하고도 남는 것.
시민과 대화의 날에는 시장과 비서실은 물론 실무부서까지 복도까지 늘어선 민원인들을 상대하느라 온종일 자리를 지켜야 한다.
특히 시장실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속실은 이날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마련. 김씨에 따르면 이날의 시장실은 “안동 장날보다 더 시끌벅적하고 부산한 민생의 현장”이다.
이날만큼은 직원들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지만, 시장을 직접 만나려는 민원인들은 이미 시장실 복도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시골 첫차로 왔음직한 어르신 등이 김씨의 눈만 바라보는 상황에서는 묵직한 부담이 저절로 가슴을 짓누른다.
먼저 온 순서대로 기다리는 민원인들이 대다수인 반면 일부 민원인들은 무조건 큰 목소리로 떼를 쓰며 순서를 무시한 채 시장면담을 요구하기도 한다.
집단으로 찾아와서 자신들의 민원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버티는 이들도 있고, 욕설이나 폭력을 휘두르려다 청원경찰에 의해 제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속실은 이런 천태만상의 민원인들을 적절히 달래고 질서를 유지하는 한편, 작은 민원의 경우 시장실 방문 이전에 실무부서 담당직원을 연결함으로써 조정해주는 만능 해결사인 셈.
특히 민원인들을 가장 가까이서 대하는 김씨는 주변으로부터 “예측하기 어려운 민원인들의 돌출행동이 발생할 때마다 적절히 대응하고 해결하는 상황대처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가까이서 민원인들과 만나다 보니 보람된 일도 많않다.
몇 년 전 개인택시 면허 발급을 위해 시장실을 여러 번 찾았던 한 택시기사는 승객으로 탑승한 김씨가 부속실 직원임을 알아채고 끝내 요금을 받지 않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 기사는 당시 법인택시 장기 무사고 운전자로 동료들과 수차례 시장실을 방문한 끝에 원하던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한 당사자.
이 기사는 “서민의 어려움을 이해해준 시장님을 잘 모셔달라”는 부탁까지 잊지 않았다. 끝내 요금을 안 받은 기사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김씨의 가슴에 공직의 보람이 한껏 충만했음은 물론이다.
김씨는 “시민과 대화의 날 참 힘들지만, 시장님부터 말단 직원까지 민생을 직접 살피고 해결한다는 점에서 보람이 크다”며 “다만 눈앞의 이익이나 개인적 사정을 막무가내 고집하는 일부 시민분들이 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