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글을 올린다. 글을 올리기만 하면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좋아요`의 수만큼 기분이 좋고, 그만큼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더 많은 이해보다는 더 깊은 이해를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글에 드러나지 않은 말, 일부러 쓰지 않은 말, 그래서 자신이 미처 모르고 있었던 의미까지 읽어주길 바라며 글을 올리는지도 모른다.대개 바람은 바람으로 그치기 일쑤다. SNS 공간은 언제나 정보가 넘쳐나고, 정보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된다. 글을 쓰고 몇 시간만 지나도 자신이 쓴 글 위에 새로운 글들이 쌓여 그 글은 묻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쓴다.칠포리 암각화를 보고 있다. 어쩌면 고대인들도 시간의 힘을 알고 있었을는지 모른다. 시간과 함께 켜켜이 쌓이는 정보 속에서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단단한 바위에 수천, 수만 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을 어떤 의미를 새겨 놓은 것이리라.후대인들 역시 암각화에 주목하길 바랐다면,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선사시대에 새겨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암각화에 사람들은 여전히 관심을 가지며, 그 의미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이 암각화는 그 문양이 칼의 손잡이를 닮았다고 해서 `검파형 암각화`라 불린다. 한편으로 방패모양 혹은 실을 감는 실패를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더러는 그 모양에서 말머리를 보거나 사람의 얼굴을 읽어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저 모양의 의미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하면 저 문양이 금을 사출하는 도구인 슬루이스를 닮았으며, 금사출지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새겨 놓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론에 지나지 않는다. 고대인과 우리의 사이는 너무도 멀고 우리는 그들에게 가닿을 수 없다. 설사 저 바위에 새겨진 것이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값진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결국 그 의미에 가닿을 수 없을 것이다. 백석은 이렇게 썼다.“그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까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이리하야 또 한 아득한 새 옛날이 비롯하는 때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나는 나의 옛 하늘로 땅으로 나의 태반으로 돌아왔으나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 없이 떠도는데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백석 `북방에서` 중우리가 가진 것들, 우리가 소중히 여겨왔던 것들은 떠나가 버린다. 넋 없이, 의미도 없이,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 버린다. 인간은 유한하여 그 세월을 따라 흐를 수 없다. 고대인과 현대인의 간격은 벌어질 뿐이다. 그렇게 과거는 고립되어 과거 속에 묻힌다. 과거라는 무덤 속에서 의미 있는 것들은 의미를 잃고, 중요한 것들의 중요성은 퇴락한다.▲ 공강일 자유기고가노자(子)는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하는 이유는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며, 선한 것을 선하다고 하는 것은 선하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의미`라고 불리는 것들,`중요성`이라 불리는 것들 역시 이와 같다. 중요한 것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면 중요하지 않은 것을 알아야 비로소 그것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칠포리 암각화는 파편이다. 그 파편이 전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라도 부분만으로는 전체를 사유할 수 없다. 부분을 통해 맘모스를 유추해낼 수도 있고, 공룡을 도출해낼 수도 있다. 어느 것도 틀리지 않지만, 어느 것도 맞지 않다. 우리는 고대인과의 간격을 좁힐 수 없다.허나 미리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체에 묶여 있던 파편은 전체의 압력을 벗어던지고 해방된다. 암각화는 맥락과 결별하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저 의미를 채우려면 상상력을 길어 부으면 된다. 우리의 상상력은 하늘만큼 넓고, 우리는 상상력을 끝 간 데 없이 펼칠 수 있다. 오늘은 마땅히 봄이어서 모든 것들이 자글자글하다.
2016-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