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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학과 삶의 거리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많은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유는 경쟁 없는 삶,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갈망하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어떻게 사는 것인지는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자연과 함께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소로의 ‘월든’(1854년)은 고전 중의 고전이다. ‘월든’은 소로가 월든 호수 북쪽 토지에 오두막을 짓고 1845년 7월 4일부터 2년 2개월 간 살았던 이야기를 쓴 책이다. 소로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소로는 ‘인생의 본질적 사실만 직면하기 위해, 인생의 정수를 살기 위해’ 오두막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독자들은 이 책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실재’에 입각해서 간소하고 밝고 자유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며 소로의 월든 생활을 동경한다.그러나 그의 삶을 따르고 싶다고 해도, 그 주장이 얼마나 타당한지는 잘 따져보아야 한다. 실천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소로는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 하루 세 끼의 식사도 필요하다면 한 끼로 줄이고, 백 접시는 다섯 접시로 줄여나가자고 한다. 이런 표현을 문학적 수사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제로 자기 삶에 적용하려 든다면 문제가 생긴다. 극단적인 금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또 소로는 10센트밖에 없는 상태에서 할로웬 농장을 사려다 농장 주인이 취소하면서 위약금으로 10달러를 주겠다고 하자 거절한 후 이런 사색을 한다. “내가 10센트를 가진 것인지, 농장을 가진 것인지, 10달러를 가진 것인지 또는 그것들 모두를 소유한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10달러도 농장도 받지 않았다. 이미 농장 경영의 꿈은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였으니까” 이 말은 궤변처럼 들린다. 보통 사람이라면 10센트로 농장을 사려고 하지도 않았겠지만, 종자는 샀으니 농장 경영의 꿈을 이루었다는 말도 이해하기 어렵다. 소로는 농사짓는 일에도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농사짓는 젊은이들을 토지의 노예라고 하면서 안타까운 눈으로 보았다. 소로는 월든에서 노동을 최소화하고 정신적인 삶을 살고자 했다. 이런 생활이 삶의 정수요, 자연의 섭리에 입각한 삶이라고 읽을 근거는 없다.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니 자연의 섭리에 따르자는 명제는 너무나 당연해보이지만, 어떻게 살아야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농사일에 지친 이에게 밭은 어미의 자궁과 같다는 말이 무슨 위안을 줄 것이며, 하늘에 나는 새가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새처럼 살 수도 없다.‘월든’이라는 책은 자연을 묘사한 수필 문학으로서의 가치는 크지만, 월든에서의 삶까지 엄청난 가치를 둘 일인지는 잘 따져보아야 한다. 집필을 위한 한시적 칩거 생활로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섣불리 실천에 옮겼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자신이 딛고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일이 나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잘 살펴보고 실행하는 것이 좋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좋아보여도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0-04-13

온라인 강의 병행(竝行)을 통한 대학의 활로

서정목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번역학 전공이달 초부터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행됐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전의 사스나 신종플루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단체생활을 하게 되면, 대규모의 집단감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개학을 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이버 세계라도 없었다면, 개학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정보화에 힘입어 가상의 세계가 열리면서 우리 삶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기반 인프라가 사이버 공간에 의존한다.대학의 경우 정보화시대의 개막 이후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대학이 등장하면서, 학생들이 진학하거나 사회활동을 하는 성인들의 학위취득, 자격증취득 등 다양한 재교육에 크게 기여해 왔다. 그러나 온라인 대학의 위상과 일반인들이 대체로 기존의 대학들이 주류라는 생각하는 데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이번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학교 개학의 연기와 이에 따른 온라인 강의의 제공으로 온라인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그 역할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일반대학이든, 온라인 대학이든 그 운영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보완이 있어 준다면, 첫째, 대학진학 인구의 부족에 따른 학생모집, 둘째, 학생들의 취업을 제고하기 위한 전환, 셋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유학생 유치, 넷째, 사회인들을 위한 평생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현재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대학이나 학과 및 전공들은 이미 축소, 통합, 폐지 등 존폐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동조하는, 아니 시대의 흐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방향으로의 교육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온라인에 기반한 교육으로서. 그 백미(白眉)는 바로 온라인에 기반한 다양한 융복합전공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온라인에 기반한 다양한 과목을 수강하여 사회에서 즉각 필요로 하는 융복합전공을 주도적으로 설계, 운영해 나가도록 한다. 예를 들어, 내 꿈이 사이버 경찰이라면, 경찰행정과 전산, 정보보호 과목을 수강하면서 내가 융복합전공을 운영하면 된다. 국내에 베트남어학과가 개설된 대학교는 세 군데이다. 베트남어를 배우고 싶다면, 베트남어 과목을 제공하는 대학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학점을 따면 된다. 그렇게 하나씩 스펙을 갖추어 가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다시 공부하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없이 말이다. 온라인 로스쿨과 야간대 로스쿨은 민주당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기대가 된다.앞으로 각종 오프라인과 온라인 교육을 상시적으로 병행, 내지 통합해 가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급변하는 사회가 생물(生物)이라면, 대학과 전공도 같이 생물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을 전통적인 하나의 학과나 전공이 모두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학생도 생물이 되어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사회와 현실에서 필요한 융복합적 지식과 전공을 통해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2020-04-13

일성록(日省錄)에 비친 구휼(救恤)

강희룡 서예가정조는 세손시절부터 논어에서 증자가 말한 ‘나는 날마다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에 대해 반성한다.’는 글귀를 좇아 스스로 반성하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자신의 언행과 학문을 기록한 ‘존현각일기’를 기록한다. 이 책은 1783년부터 임금의 개인 일기에서 규장각 관원들이 시정(施政)에 관한 내용을 작성한 후 왕의 재가를 받은 공식적인 국정일기로 전환되었다. 1760년부터 1910년 8월까지 임금의 입장에서 조정과 내외의 신하에 관련된 내용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일성록(국보153)’은 이 존현각일기로부터 시작된다. 조선왕조실록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뒤 일본인들이 중심이 되어 편찬되었기에 그 공정성과 사실의 정확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승정원일기 또한 많은 부분이 소실되어 개수하는 일이 자주 있었으므로, 진실된 역사기록으로서의 일성록은 그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동부는 구(舊) 병민 146명과 신(新) 병민 5명, 남부는 구 병민 502명과 신 병민 21명, 서부는 구 병민 112명과 신 병민 6명, 북부는 구 병민 314명과 신 병민 7명입니다. 신구 병민 총 1천113명 가운데 나아서 도성으로 돌아간 사람이 94명, 사망한 사람이 7명, 현재 앓고 있는 사람이 154명, 나아지고 있는 사람이 858명이며 현재 남아 있는 병막(病幕)이 421곳이니 지난번에 비하여 현저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구 병민 중에서 굶주림과 곤궁함이 더욱 심한 자 13명을 뽑고 신 병민 중에서도 22명을 뽑아 총 35명을 건장한 자와 약한 자로 구별하여 규례대로 쌀을 지급해 주었는데 총 11말입니다.’위 기록은 정조 12년(1788) 5월 중순부터 도성에 역병이 돌기 시작한 뒤 두 달쯤 지난 7월 19일에 비변사의 담당 낭청이 병민의 치료와 관리현황을 보고한 내용으로 전후의 과정을 포함하여 일성록에 소상하게 실려 있다. 전대미문의 이러한 구체적인 보고와 유기적인 노력이 계속 이어지던 끝에 위에서 본 7월 19일의 보고에서 총 1천113명의 환자 중에 새 환자는 39명 정도로 현저히 줄었다고 하였던 것이다.정조는 세손 시절에 영조를 간호하면서부터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수민묘전(壽民妙詮)이라는 의학서를 편찬하기도 했다. 그 서문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이치나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가 똑같다.’라고 하고 나라도 폐단의 근원과 실정이 각기 다르니 이를 밝혀 처방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국정운영에 그대로 반영되었던 것이다. 230여년이 흐른 지금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세계 물류체계가 마비되면서 모든 경제활동은 위축되고 경기가 침체되어 삶의 질은 떨어졌다. 정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으나 실제지급방식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다행이 지자체에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나 일부에서는 지급기준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오늘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도 백성의 생명을 지켜줘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실정에 맞게 지휘해 나간 정조와 최선을 다한 신하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거울로 삼을만하다.

2020-04-13

글을 잘 쓰는 방법(2)

“자말, 글은 머리(head)로 쓰는 게 아니란다. 마음(heart)으로 쓰는 거지. 먼저 그냥 키보드를 두드려. 생각을 글로 쓰는 것이 아니야. 글이 글을 쓰게 하는 거라고. 생각은 나중에 글을 고칠 때(rewrite) 하는 거란다.”짧지만 강렬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3분쯤 보여주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죠. 저 역시 작가로 데뷔하고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할 때, 자말과 포레스터의 이 대화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대목을 강조합니다.사람들이 글쓰기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생각을 잘 정리하고 그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렇게 글을 쓰면 발전하기 어렵습니다.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멋진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안타깝지만 - 많이 쓰는 것입니다.몇 글자라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 종이에 적힌 글씨를 보면서 그때부터 생각이란 녀석이 자기 본연의 역할을 시작합니다. 즉, 생각이 글을 낳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쓴 글이 글을 낳게 하는 겁니다.그 최초의 글 몇 자가 생각을 불러오고, 생각이 다시 글을 낳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거죠. 글쓰기에서 중요한 원리입니다.시인 이성복은 이렇게 말합니다.“시인은 철학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철학은 철학자가 하게 내버려 두고, 시인은 언어로 언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 철학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로 시를 써야 하는 것이다.”일본에서 ‘약해지지 마’ 라는 시집으로 돌풍을 일으킨 여류 시인이 있습니다. 일본 열도가 그녀의 시에 열광합니다. 시바타 도요 시인은 아들 권유로 92세에 첫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100세 할머니입니다. 틈틈이 끼적인 시들을 차곡차곡 모아 장례 비용으로 준비한 100만 엔을 털어 첫 시집 ‘약해지지 마’을 출판합니다. 일본 출판계가 깜짝 놀랍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4-13

온라인 개학 4일차, 향후 가야할 길은

김재욱경북부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지 4일차다.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가슴 졸이는 중학교·교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마음은 설렘 반 걱정 반이다.교육부 역시 전례가 없는 첫 온라인 개강이기에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살피고 있을 것이다.지난 10일 온라인 강의를 들은 고3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김모(18·대구)군은 “막상 접해보니 학교에서 과제만 제시해준 것 보다는 선생님의 설명도 듣고 질문도 할 수 있어서 훨씬 좋았던 것 같다”며 “다만 첫 날이라 그런지 하루종일 듣기에는 집중도가 너무 떨어진 것 같다. 또 교과별로 수업시간과 과제시간이 달라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고 했다.박모(18·여·대구)양은 “확실히 학교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어들고, 학습 시간을 스스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은 장점인 것 같다. 놓친 부분을 다시 들을 수도 있고 필기할 시간도 충분히 있다는 것 역시 이전과 다른 경험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음 주가 되면 모든 중·고등학생이 온라인 개학을 한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인터넷이 먹통된 것이 걱정이다”고 불안한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한 고등학교 교사는 3일정도 지켜본 결과를 전해줬다. 그는 “상위권 학생은 잘 따라오는거 같다. 하지만 하위권으로 갈수록 집중도가 떨어지고 과제하는게 힘들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 목·금요일은 예상보다 잘 운영이 됐지만 다음주부터 전학년에서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 같다”고 불안함을 전했다.향후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장단점에 대한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다.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닐 때 발생하는 규칙적인 생활과 교우들과의 관계를 통한 긍정적인 에너지 창출이 없어지는 것도 문제가 된다.입시준비에 대한 긴장감 유지가 떨어지는 부분은 물론이고,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혼자서 공부를 하는 부분이 힘들기 때문에 상위권과 격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자연스레 공교육에서 받을 수 있는 이점이 많이 사라지기에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이에 대해 교육부는 원격 수업 운영 기간 및 구체적 계획을 대략적으로 제시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kimjw@kbmaeil.com

2020-04-12

황당한 두 ‘전쟁’

안재휘 논설위원범여권 최고의 궤변 기술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4·15 총선 결과를 ‘민주당 180석’으로 예측했다. 대중이 이기는 쪽에 줄 서고 싶어 하는 밴드웨건(Bandwa gon·편승효과)을 노린 꺾기 기술에 들어간 모양새다.선거 막바지 미래통합당은 화들짝 노란 표정이다. 당초 130석이 목표라고 밝혔던 제1야당 통합당은 민주당 대승론에 “섬뜩한 일을 막아야 한다”며 언더독(Underdog·동정표) 전략을 이어갔다. 여론조사 공표일 직전까지 발표된 각종 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의 강세는 역연했다. 다만 각 지역구 지지율 트랜드(흐름)에서 많은 야당 후보의 상승세 또한 감지된 것도 사실이다.섣불리 예단할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체면 불고하고 두 개의 통발(비례 위성 정당)까지 장만한 민주당의 작전은 일단 성공적으로 읽힌다. 반면에 통합당은 호재들을 하나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총선 너머 대선까지 함수로 놓고 휘두른 황교안 대표의 서툰 공천작업부터 패착이었다.이번 총선은 소득주도성장 파탄·조국 사태·공수처법·탈원전·386 집권세력의 위선과 몰염치·통일정책 혼선·국민 분열 심화 등 문재인 정권의 기록적인 실정(失政)에 대한 예리한 심판이어야 맞다. 그러나 민주당은 잃었던 호남을 전면장악하고 전염병 사태를 극적으로 이용해 민심 틀어쥐기에 성공하고 있다.한국은 세계적인 ‘코로나19’ 창궐 사태에서 확실히 남다른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들은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잘 대응해왔는지를 반증한다. 우리의 선방은 의료시장의 오랜 자유경쟁과 전면적 의료보험이 길러낸 수준 높은 의료기술, 그리고 의료진의 놀라운 헌신성과 온 국민의 감동적인 의병 정신이 합작해낸 결과물이다.그런데 그 열매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몽땅 가로채어 독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끝내 차단하지 않은 미심쩍은 아집을 포함하여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이 정부가 잘못한 일은 한둘이 아니다. 오죽하면 진보 논객들마저 문 대통령이 ‘야당 복’에다가 ‘코로나 복’까지 타고났다고 찬탄하고 나설까. 문 대통령의 지지도는 50%를 훌쩍 넘어서서 고공행진 중이다.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와 ‘21대 총선’ 두 전쟁의 양상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선거기간 내내 전국을 운동복 입고 혼자서 달음박질하고 다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예언은 끔찍하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정부·여당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갖 공작과 술수를 다 동원”하고,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 묻힐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말 그의 예언대로 된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실로 절망적이다. 표심은 이미 다 갈렸고, 이제 샤이(shy)보수의 선택만 남았다. 대략 25%로 헤아려지는 부동층 가운데 숨어있다는 7~12%가량의 샤이보수는 과연 움직여줄 것인가. 총선의 본질인 ‘견제와 균형’ 정신은 막판에라도 살아날 것인가 궁금하다.

2020-04-12

심판대 선 여론조사

1936년 미국은 대공황이란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대선을 치렀다. 주로 서민층이 지지하던 민주당 루스벨트와 부유층 지지의 공화당 랜던 후보간 대결이었다.이때 미국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사는 1천만명에게 엽서를 보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자기 잡지를 구독하는 자와 자동차 등록부에 기재된 주소가 설문 대상자였다.여론조사 집계는 공화당 후보가 루스벨트를 꺾고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처참하게 틀렸다. 루스벨트의 압승이었다. 당시는 대공황 국면이어서 잡지나 차를 보유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표본 집단의 편향성이 만들어 낸 심각한 오류였다. 조사를 한 잡지사는 이후 망해버렸다고 한다.선거 때마다 여론조사의 편향성이 비판을 받는다. “여론조사는 빈 그릇이다”, “민심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때로는 음험한 공작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등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의 꼬리가 끊이질 않는다.21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들쑥날쑥한 여론조사가 유권자를 혼란케 한다. 여론조사는 선거가 시작될 시점에 누가 당선될지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표본 구성에 달려있다. 표본구성을 조사 목적에 맞게 잘했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구성하는 요소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오악가락 할 수 있다. 표본 구성 요소에는 성별, 나이, 지역, 학력, 소득, 유무선 비율 등 매우 복잡한 오차변수들이 존재한다.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내 여론조사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를 전망했다. 그러나 당시 결과는 야당의 승리였다. 여론조사기관의 망신살이었다. 선거가 이틀 앞이다. 그동안 조사 발표됐던 내용이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12

자신의 가족부터 살펴보자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19로 각 국가 지역에서 주민들의 외출, 이동을 제한하는 기간이 길어지기 시작하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지난 4월 5일 안토니오 쿠데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가정내 폭력(DV·domestic violence)이 급증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였다. 신형 전염병 대책으로 외출이 제한되는 가운데 여성에 대한 가정내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성에 대한 구제와 가정내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유엔에 따르면 외출이 금지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1주일 동안 가정내 폭력 건수가 3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한편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트위터 트렌드에서는 코로나이혼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원격근무나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생활환경이 급변하여 상대방에 대한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가치관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싸움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충동적으로 이혼으로 발전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가장 밀접하고 서로 이해하며 보듬어야 할 부부 사이가 오히려 벌어지게 된 셈이다. 이는 유엔이 지적한 가정내 폭력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다.이러한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주어졌던 일상생활의 리듬이 사실상 강제적으로 무너지고 깨어졌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단체 등의 주요 행사가 취소, 연기되는 한편 직장인의 재택, 원격근무 등이 확대되면서 종전과 다른 생활 리듬을 갖게 된 직장인들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게 쌓이고 있다. 평소에 직장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던 가장이 익숙치 않던 재택근무 환경과 원활하지 않은 업무처리에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 때로는 육아, 청소, 가사노동 등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생활 근육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조금씩 쌓이고 있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얼굴을 맞대며 이야기 나누던 학교생활을 보내지 못한지 제법 시일이 지나 학습 리듬이 망가지기 직전이다. 게다가 학교에서야 선생님보다 학생들 숫자가 많아 각자에 대한 간섭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온종일 집에 있는 동안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두 부모님의 감시망에 포착되어 일일이 지적까지 받게 되자 적지 않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그러나 가족 구성원 가운데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대상은 단연코 주부일 것이다. 평상시라면 아침 밥상만 제대로 준비하고 나면 자녀들은 학교나 유치원에서 급식을 먹고 일정 시간 동안 자신과 떨어지기에 일상적인 가사만 마치면 사실상 소중한 자기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다. 저녁도 대부분 남편은 직장에서 회식, 야근, 친구 모임 등으로 자체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과 간단한 식사로 대체하면 되었다. 편안하게 커피 한잔하면서 가계부를 정리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며 감정을 이입하면서 주부의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백팔십도 바뀌었다. 대낮의 고요한 일상이 사라진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까지 온 가족이 모두 집안에서 지내는 기일이 길어지자 당장 메뉴 구성하는 데도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가족들도 며칠 정도는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대체로 가사노동은 주부의 몫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자녀들은 공부를 핑계로 방으로 사라지고, 가장은 모처럼 편안한 시간이라며 거실 소파에서 리모컨만 잡고 있다가 밥때가 되면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메뉴를 찾는다. 평소 과묵한 것으로 오해하고 있던 가장의 발언도 늘어난다. 집안의 가구 배치부터 자녀의 생활 태도, 주부에 대한 반찬 투정까지 눈에 거슬린다고 일일이 늘어놓기 시작하면 가족 구성원 모두 스트레스가 차오르기 마련이다.이처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축적되는 것은 가족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시간 자체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지면서 구성원 모두의 생활 리듬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라면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나 조기에 개발되어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뿐일 것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회복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가족마다 다른 구성원과 다른 사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화나 가정내 폭력 등의 문제는 가족 스스로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동안 대화가 부족하였던 가족들이라면 충분한 대화를 통해 예전보다 더욱 화목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흔히 자동차운전만큼은 가족이 아닌 다른사람에게 배우라고 하듯이 온종일 가족들이 함께 생활하면서 즐거운 대화만으로 보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게다가 아무리 시간이 나더라도 가족 간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긴 세월 동안 쌓여 있던 마음속의 이야기를 자녀가 부모에게, 부모가 자녀에게 그리고 부부간에 나누는데 한 달 이상 이어지기도 어렵다. 결국은 평소 같으면 다양한 시간상의 제약으로 빠르게 봉합되었을 화제가 끝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오해와 다툼이 일어나고, 그것이 새로운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그 불씨를 태우는 원료로 작용하면서 가정내 폭력이나 코로나이혼과 같은 결말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가족은 자신이 청소년이건 가장이건 주부건 그 위치를 떠나 무엇보다도 최우선 보호하고 감싸주어야 할 대상이다. 가족 구성원 누구라도 자신이 느끼는 짜증과 스트레스를 가정내 폭력이나 코로나이혼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로 이끄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다.코로나19로 재택 시간이 늘어나도 생활 관련 소비지출이 바뀔 일은 크게 없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사는 대신 온라인쇼핑몰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고 택배로 받는 것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지역 주민들의 소비지출에서 나타난 현상은 가족의 위기상황보다는 화목으로 이어지는 방향이어서 기대감을 주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포항 등 경북동해안 지역 주민들은 지난 1∼2월 중 예년과 달리 악기점과 케이블TV에 대한 지출을 크게 늘렸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재택 시간을 활용하여 가족들과 영화, 드라마를 함께 시청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 그 누구라고 그동안 시간이 부족하다는 문제로 소홀히 했던 악기를 다루는 취미생활도 시작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번 재택 시간 동안 가족들과 집에서 영화를 시청하거나 가족의 악기 연주에 즐거워하는 시간은 어쩌면 가족 구성원 각자에게 모두 평생에 한 번 정도로 주어진 시간일 수도 있다. 학생은 졸업 후 부모를 떠나 취업과 결혼까지 하고 나면 명절 때 몇 시간 정도 외에는 지금처럼 부모들과 함께할 시간은 만들지 못한다. 가장이 은퇴할 무렵에는 자녀들이 부모 곁을 떠나기에 지금과 같은 온 가족이 모이는 시간은 꿈도 못 꿀 것이다. 주부가 가족의 세끼 식탁을 차리는 시간도 생각만큼 길지 않다. 사실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지금 주어진 재택 시간은 지겹고 남는 시간이 아니라 매우 귀중하게 아껴야 할 시간이다. 그 귀중한 시간을 스트레스로 인해 정작 자신의 가정을 위기에 빠트리지 않고 가족을 살펴보며 최고의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대신하지 못하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쉬운 문제다./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2020-04-12

글을 잘 쓰는 방법(1)

“글은 머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거예요. 생각을 정리한 다음 글을 쓰려 하지 말고 글이 글을 쓰게 해 보세요.”생각학교 ASK에서 제가 글쓰기 수업을 할 때는 늘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말로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잠깐 화면을 켜고 비디오 클립을 보여줍니다. 숀 코너리 주연의 영화 ‘파인딩포레스터’ 한 장면입니다.뉴욕의 한 건물에 은둔해 사는 대 작가 윌리엄 포레스터가 동네에 사는 흑인 소년 자말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내용입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농구 장학생으로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말이 우연한 기회에 포레스터를 만납니다. 친구들과 허세를 부리며 내기를 하던 중 자말이포레스터의 집에 무단 침입을 합니다. 발각되자 놀라 꽁무니를 빼면서 가방을 깜빡하지요. 자말의 노트를 본 포레스터는 아이의 글 솜씨를 알아보고 자연스레 우정을 쌓는 관계로 발전해 나갑니다. 자말이 한 번은 이렇게 묻습니다. 그는 노인이 작가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지요.“아저씨는 혹시 글쓰기 대회에서 상 같은 것 타 본 적이 있어요?”“그게 네가 묻는 정확한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상을 타 본 적이 있긴 하지.”“오! 정말요? 대회에서 일등 하셨어요?”“글쎄다, 남들은 그걸 퓰리처상이라고 하더구나.”자말에게 본격적인 쓰기를 가르치면서 은둔 작가 포레스터는 타자기를 갖다주고 뭐든 써 보라 합니다. 자말은 생각에 잠기죠. 포레스터는 한참 동안 멍하니 타자기를 바라보는 자말에게 말합니다.“자말, 내가 하는 것을 잘 보렴.” 타자기 앞으로 가서 앉더니 피아노 연주자가 건반을 두드리듯 타자기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탁탁. 타타.. 탁. 타타탁. 탁. 타타탁. 탁….”경쾌한 리듬을 타며 타이핑하던 포레스터는 마침표를 꾹, 찍고 종이를 뽑아 자말에게 건네며 말합니다. (계속)/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4-12

총선 막판 변수가 선거판을 뒤집기 어렵다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4·15 총선 이틀 전이다.전국적으로 관심 있는 접전 지역이 30여개나 된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선거의 결과는 더욱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선거 종반에 올수록 여야 모두 이번 선거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동정표를 노리는 ‘언더독’전술 보다는 자신 있는 집을 밀어준다는 ‘밴드왜건’ 효과를 기대한 탓일 것이다. 선거에서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는 이해찬 대표의 말이 맞을지, 여야를 넘나들며 선거의 마술사를 자칭하는 김종인 위원장의 말이 적중할지는 두고볼 일이다.이번 선거는 쟁점도 바람도 없이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라는 돌발 사태가 초래한 선거분위기 탓일 것이다. 여야는 경쟁적으로 재난 지원을 위한 포퓰리즘 식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야당 류승민 의원만이 자당의 재정 지원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이 제기한 ‘조국 살리기냐, 경제 살리기냐’는 슬로건도 착근되지 못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응징이라는 강풍이 불지 않으면 야당의 승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대구 경북의 표심은 예외일 것이다.야당의 막말 변수가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김대호와 차명진 후보의 막말은 선거의 악재가 되고 있다. 김대호 후보의 30∼40대 유권자의 착각, 무지라는 세대 ‘비하 발언’, 차명진 후보의 세월 호 텐트 속의 ‘불륜 발언’은 엄청난 파장을 낳았다. 선거 전야에는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야 한다는데 두 후보의 망발은 자신의 선거구뿐 아니라 남의 선거구까지 재를 뿌린 격이다. 이 같은 막말은 상대방의 표심을 결집시키고 부동층의 지지를 멀어지게 한다. 당 지도부가 급기야 제명과 탈당 권유라는 조치를 취했지만 전세를 만회하기는 어려을 것이다.선거 전야에 흔히 등장하는 마타도어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는 가장 퇴행적 선전 행태지만 우리 선거 전야에 종종 등장하는 변수이다. 우리는 과거선거에서 북풍, 총풍, 병풍이라는 흑색선전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근거도 없이 폭로되는 마타도어가 수습도 하지 못하고 선거는 끝난 경우가 많다. 지난 주말 이미 여당 대표가 곧 2∼3개의 대형 공작이 주말에 폭로될 것이라 발표했다. 야당의 선거 전략 본부장도 가증스런 사건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벌써 N번방의 유력인사 개입설, 대형 부정 축재 설, 윤석열 검찰 총장의 갑작스런 사퇴설 등 종잡을 수 없는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다.한국 갤럽의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55%에 이르고, 정당 선호도는 민주당 44%, 통합당 23%로 간격이 더욱 벌어졌다. 여론 조사가 반드시 선거 결과와는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러 선거 막판 변수를 어떤 것을 대입해 봐도 총선 판세는 야당에게 불리하다. 여야는 마지막 변수인 투표율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틀간의 사전 투표율은 26.7%로 급등하여 15일 최종 투표율마저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고, 낮으면 여당에 유리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이 가설이 적용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15일 저녁의 선거 결과를 지켜 볼 수밖에 없다.

2020-04-12

강물을 보며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거의 매일 형산강 하류의 물을 본다. 근 10년째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아침 저녁으로 형산강 둑에 조성된 자전거길을 달리며 강물과 물빛을 대하게 된다. 가끔씩 물안개가 피어나는 아침과 노을이 얼비치는 저녁 무렵에 바라보는 형산강은 시시각각 형색을 달리하지만, 언제나 유유히 바다를 향해 쉼없이 흘러가고 있다.하류의 형산강은 여유롭고 넉넉하기만 하다. 강폭이 넓고 완만한 물길 탓인지 강물은 흐르는 듯 멈춘 것 같고 멈춘 듯 흐르는 것 같다. 발원지에서 약 60여km를 밤낮없이 달리고 부지런히 흘러와 지척의 종착지를 앞두고 안도하면서 가뿐 숨을 고르는 듯하다. 형산강 하류에는 많은 것들을 품고 있다. 흐르는 물결따라 다수의 동,생물이 서식하고 철새가 도래하는가 하면, 둔치에는 갈대와 억새를 비롯한 무수한 초목이 자생하고 있다. 구비구비 흐르면서 너른 들을 적신 후 하류에서는 마치 배려와 포용의 가슴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생명을 생장시키고 더불어 공생하는 터전을 마련해온 듯하다.지난 3월 말경 섬진강 종주 자전거 라이딩을 다녀왔다. 전북 임실군 강진면 섬진강댐을 기점으로 전남 광양시 배알도수변공원까지 이르는 총 153km를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아들과 함께 달리면서 한껏 유쾌함을 누렸다. 강진~순창~남원을 지나는 상류는 거의 계류(溪流) 수준으로 간혹 협곡 사이의 강폭이 좁고 천탄(淺灘)을 군데군데 드러내며 빠르거나 늦은 유속으로 산골과 물가의 풍경을 담고 있었다. 이어 곡성~순천~구례 주변의 지류와 하천, 작은 강과 합류되는 중류는 강의 너비와 수량, 수심이 변하면서 완급의 물길로 접어들었다. 이윽고 구례~하동~광양으로 이어지는 하류지역에서는 너른 강바닥에 모래톱을 밋밋하게 펼쳐놓고 서두름없이 산과 들과 마을을 휘돌아가며 바다에 이르고 있었다. 호남정맥 계곡을 타고 흐르는 청정한 섬진강 언저리를 봄바람 속에 달리니 신나기 그지 없었고, 특히 구례에서 하동까지 이어지는 70리 벚꽃길은 덤으로 누리는 호사가 아닐 수 없었다.물길을 따라 나란히 달리면서 많은 것을 느낀 여정이었다. 세찬 여울이나 협곡을 거침없이 흐르는 상류의 물살은 청년의 패기처럼 보였고, 합류와 집수로 더디거나 빠르게 흐르는 중류의 굳센 강줄기는 중년의 왕성함으로 여겨졌으며, 여유롭게 휘돌아가는 하류의 수면은 인생행로의 달관과 초탈을 겪은 노년의 느긋한 몸짓으로 비춰졌다. 그러면서 앞서기를 다투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水流不爭先)을 보며 나를 되비춰 보고, 파란만장한 삶의 여로에 주야장천 흐르는 물(川流不息)처럼 과연 나 자신도 끊임없이 정진하고 있는지 성찰해보기도 했다.물(水)이 흘러(去) 법(法)이 되었듯이 물은 순리이고 이치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막히면 돌아가고 패인 곳을 채운 뒤에 나아가는(盈科後進) 물은, 기꺼이 낮은 곳이나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문다. 세상 만물에 생기를 주고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 같은 물이 고맙고 경이로울 따름이다. 때때로 윤슬로 화답하는 물을 닮아가며 오늘의 페달을 힘차게 밟는다.

2020-04-12

특별한 소풍

이미하영어 강사내 인생에서 큰 축복 하나를 꼽으라면 평생 동지로 함께 하는 세 친구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총사는 같은 교회를 다니며 학창시절부터 오십 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친자매 이상의 정을 나누며 삶을 함께하고 있다. 부모님도 모두 같은 교회를 다니고 넷 모두 청년부에서 연애하고 짝을 맞춰 가정을 이루었다. 이런 공통점을 기반으로 우리는 결혼 이후 더욱 끈끈한 연대를 지속하고 있다.매년 만개한 꽃들이 새봄 축하 팡파르를 울리는 이맘때 우리 사총사는 특별 행사를 계획한다.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소풍이다. 이 특별한 소풍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했다. 당시 자녀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부모로 사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를 모두 통감하고 우리 부모님도 이렇게 힘드셨겠구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 일을 계획했다. 우리를 위해 애써주신 부모님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네 부부는 다가올 어버이날을 맞이해 부모님들께 특별한 하루를 선물해 드리자며 의견을 모았다. 봄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멀지 않은 곳으로 장소를 정한 후 모두 함께 타고 갈 버스를 예약하고 간단한 음식을 준비했다.소풍날에는 빨강, 노랑, 나들이옷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들이 봄꽃보다 더 화사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아버지 두 분은 머쓱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눈다. 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마이크를 잡은 사람은 너스레 담당 우리 남편. 부모님과 딸, 딸들의 사위 또 시어머니와 며느리, 아들을 짝 맞춰 세트로 소개하고 지금껏 길러주고 보살피신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렸다. 사진 담당인 나는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다. 작은 카메라 뷰파인더에 부모님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또렷하게 잡힌다.즐거운 소풍 길에 흥겨운 노래 한 판 빠질쏘냐? 마이크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손사래 치며 사양하던 분들이 흥이 오르자 마이크를 좀체 놓지 않는다. 숨겨 둔 뜻밖의 노래 솜씨를 뽐내시는 아버님께 앙코르 요청이 쏟아진다. 몇 바퀴 돌아가자 레퍼토리가 떨어지신 어르신들이 우리에게 마이크를 넘겨주셨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마이크를 꼭 잡고 며칠 전부터 생각해 두었던 노래를 불렀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두우~~울이 앉아……. 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울컥하는 마음을 눌러가며 노래를 마쳤다. 노래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자녀들 한 명, 한 명을 바라보시는 어르신들 눈에는 어여쁨과 사랑이 가득했다.소풍 장소에 도착해서 일행은 산책을 시작했다. 부모님 걸음 속도에 우리도 보조를 맞추며 함께 손잡고 봄의 한 가운데로 걸어가는 우리 네 딸은 가슴 뭉클함과 죄송한 마음을 동시에 느껴졌으리라. 이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남기기 위해 우리는 곳곳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딸의 손만 살짝 끌어당겨 닮은꼴 미소를 남긴다. 아들은 엄마의 가냘픈 어깨를 팔로 감싼다. 아들의 든든함에 엄마는 자랑스러움이 얼굴에 한껏 배어난다. 엄마를 사이에 두고 양옆에 꼭 붙어 앉은 딸과 사위, 다정한 웃음 띤 얼굴이 모두 둥글둥글 닮은꼴이다. 한껏 흥분한 어머니들 뒤편에서 어색해하는 아버님 챙기기는 딸 몫이다. 어머니 곁에 앉힌 후 함께 찍은 사진 속 아버지들은 소년마냥 수줍어한다.즐거운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화사한 봄꽃 기운을 받아서일까? 피곤할 법도 한데 여전히 어른들 얼굴에는 흥분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가는 길에 미처 부르지 못했던 노래로 마이크는 다시 돌아갔고 흥겨움 속에 포항에 도착했다. 엄마 중에 가장 맏언니가 자녀들에게 감사 인사를 나눈 후 부모님 시작한 첫 소풍을 기쁨과 감격 속에 마쳤다.해마다 부모님의 기대 속에 이 특별한 소풍을 지속했는데 근래 부모님들의 기력이 현저히 떨어져 재작년부터는 여행 대신 가까운 콘도에서 함께 일박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함께 모이기 불가능한 상황이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특별한 소풍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물러가는 날, 다시 특별한 소풍을 시작할 것이다. 부모님, 부디 건강해 주세요!

2020-04-12

청정자연을 이용한 관광활성화

이승율청도군수청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신도리 새마을운동 발상지와 화랑오계(花郞五戒)로 대표되는 화랑정신이지만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청정자연과 이를 이용한 관광자원이다.조국의 근대화와 산업화 물결로 국토 대다수가 개발되며 청정자연은 현대의 귀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특히 휴식이 있는 삶과 깨끗한 공기의 질이 대접받는 현실을 반영하면 청정자연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배다.또 관광사업은 지자체들을 먹여 살릴 먹거리로 각광받으며 자원이 없는 경우라도 스토리텔링으로 자원을 개발할 만큼 지자체들이 선점하고자 각종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현 방법에 골몰하고 있다.“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물”이라는 속담처럼 청도는 청정자연을 이용한 관광자원의 활성화를 위해 올해 많은 준비를 하였으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애초 계획은 차질을 빚고 있지만, 청정지역과 자원을 이용한 관광 상품의 홍보는 지속적으로 실행에 옮길 것이다.청정 청도의 관광자원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무궁하다.전통을 자랑하는 청도읍성예술제, 운문사와 처진 소나무, 청도읍성, 와인터널, 신화랑풍류마을, 유등연지, 석빙고(보물 제323호), 향교, 서원, 고택 등의 볼거리에 청도추어탕과 반시, 운문사 입구의 먹거리촌, 수제 맥주, 한재미나리 등 먹을거리, 숙박시설도 훌륭해 누구나 만족하며 머물다 갈 수 있는 곳이 청도다.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유명한 운문사와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처진 소나무는 수형이 매우 아름답고 5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하고 있어 세속에 지친 심신을 위로받을 수 있다.신화랑풍류마을은 원광법사가 화랑들에게 전수한 화랑오계의 정신을 현대와 연결하는 통로로 체험활동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화랑의 정신과 문화를 체득할 수 있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기에는 안성맞춤이다.국내 최대 규모의 자전거공원에서는 산악자전거를 즐길 수 있고 레일바이크와 시조공원에서는 시와 레저를 함께 즐길 수 있어 가족단위 레저장소로는 딱 맞다.올해 개장할 루지트랙은 청도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길이 1.9km의 루지트랙을 무동력으로 가로질러 짜릿한 쾌감과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친환경 에코루지로 어른은 물론 어린이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다.지난 4일에는 ‘화려하고 낭만적인 운문생태여행 사업’이 문체부의 2020년 생태테마관광육성 사업에 선정돼 운문·금천면 일원을 또 하나의 생태체험 관광명소로 개발하게 됐다.군은 관광 청도의 활성화를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만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관광정책을 펼친다.도시지역의 관광객의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청도나드리 투어’, 청도읍성을 야간관광지로 도시민관광객에게 처음 공개하는 ‘쿨한 청도 마실 나들이 야간투어’, 개인택시운행자 중 9명이 사전예약을 통해 관광객이 선택한 코스를 돌며 관광가이드와 문화 해설사 역할을 담당하는 ‘톡톡한 관광택시’ 등은 운영되는 대표적인 시책이다.청도나드리 투어는 전담여행사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여행상품으로 판매·여행객모집 후 운행할 정도로 모든 것에 정성을 기울인다.청도군이 올해 지역을 알리고자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들은 미스코리아 경북선발대회와 KBS 전국노래자랑, 소싸움축제, 청도반시축제·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 등으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최시기를 확정할 수 없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빠른 준비과정을 거쳐 청정 청도 알리기에 나설 것이다.이처럼 청도가 관광자원 활성화와 알리기에 나서는 것은 청정자연을 유지하면서 군민이 행복한 지자체로 만들려는 것이다.풍요로운 삶이 있다 해도 주변여건이 불편함으로 가득하다면 그 삶이 가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정자연을 즐기며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일 것이다.

2020-04-12

의미도 결과도 없는 울릉도 여객선 대책회의

김두한경북부포항∼울릉간 여객선 인·허가 및 지도 관리 감독기관인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최근 울릉군, 선사 등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포항∼울릉간 운항하던 썬플라워호의 선령 만기에 따른 대체선 마련을 위한 회의 자리였다.여객선 인·허가 등 모든 행정 행위는 해양수산청 소관이다. 이 회의에 울릉군을 왜 참석시켰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울릉군 주민들의 불편해소를 위해 참석을 요청했다고 하지만, 뭔가 석연찮아 보인다. 본연의 업무에 태만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울릉군은 이미 주민들의 불편해소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대형여객선 유치 공모를 거쳐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포항해수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운항하는 여객선은 이미 해운법에 따라 운항했고 대체선도 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선령이 만기된 여객선의 대체선은 해운법에 명시돼 있다. 사업계획을 변경하려면 해양수산부장관(포항해수청장)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해운법 제14조(사업개선의 명령)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장관은 여객운송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공공복리를 증진하고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명할 수 있다. 사업계획변경과 선박의 개량·대체선 및 증감, 선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한 필요한 사항 등이다.따라서 대체선은 법으로 명령할 수 있다. 성능이 좋은 대형여객선이 운항하는 노선에 성능이 부족한 소형여객선이 다니면 여객운송 서비스 질 저하, 공공복리 증진을 저해하기 때문에 행정 명령을 할 수 있다.선령 만기된 썬플라워호 운항이 중단되고 한 달이 넘도록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여객선 운항이 중단된 뒤 대책회의를 할 것 이나라 선령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대체선 문제를 마무리해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책무이다. 포항∼울릉간 여객선 중단사태로 인한 울릉주민들의 갈등, 분열의 책임은 전적으로 포항해수청에 있다. 법에 정해진 대로 업무가 처리되지 않으면 울릉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울릉/kimdh@kbmaeil.com

2020-04-09

연동형 비례대표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이제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사상 유례없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사상초유의 온라인 강의와 온라인 개학을 초래한 코로나19의 공격 속에 선거가 치루어진다. 이번 선거의 투표용지는 길이가 50cm가 되고 비례대표 참여 정당수가 35개나 된다고 한다. 등록정당 수 51개로 개국이래 최대의 정당이 난립하고 있다고 한다.35개 정당을 나열해야 하는 투표지는 너무 길어서 전자개표를 못하고 모두 수작업 개표를 하는 상황이다. 2002년에 전자개표기가 처음 도입되었다고 하니 과거 투표용지를 테이블 위에 쏟아부어 놓고 개표원들이 일일이 수개표로 진행하던 모습이 기억된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모양이다과거 수개표 시절 부정선거가 있었고 그렇기에 우려를 하는 국민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투표도 사실상 부정선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기에 공정하고 양심적인 선거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도대체 이런 혼란을 야기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무엇인가? 대다수의 국민들이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왜 도입하여 이런 혼란을 자초하는지 한번 짚어 볼만하다.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을 지지하는 소수 국민들의 표도 국회의원 수에 반영하려는 선거법이다. 정당투표가 의석수를 결정하는 제도이다.가령 총국회의원수 300, 지역구가 200석 비례대표가 100석이라고 가정하고, A당이 지역구 155석 득표율이 50%, B당이 40석, 득표율이 30%, C당이 5석, 득표율이 20%라고 가정해 보았을때,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로 총 의석수가 결정되어, A당은 150석, B당은 90석, C당은 60석의 의석을 차지하는 게 원칙이라는 논리이다.따라서 B당은 부족한 50명을 비례로 채우고 C당은 55명을 비례로 가져간다는 논리이다. A당은 이미 155석으로 비례대표를 가져 가지 못하고 총 국회의원수는 305명이 된다. 탄력적 총 국회의원수가 된다.연동형비례대표제의 장점은 국회의석수와 정당투표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사표가 적게 난다는 것이다. 또한 대체적으로 하나의 정당이 과반을 넘기기가 힘들어 여러 당이 참가한 연정이 필수적이 되어 군소정당의 뜻도 많이 반영된다.그러나 가장 큰 단점으로 초과의석문제와 정당별 최소한의 득표율 조건이 높지 않으면,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정국운영이 힘들어진다는 점일 것이다.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또한 거대당을 돕는 어용정당들을 창당시키고 수십개의 정당들이 난립하는 정국 혼란을 초래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이번 총선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하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다. 좋은 뜻도 지지를 받아야 하고 방법론도 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슨 제도든 만들때는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고 논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2020-04-09

바른(正) 삶(生)에 대한 짧은 생각 3

권정생의 글은 미사여구로 치장한 동화가 아닙니다. 강아지 똥처럼 낮고 비천한 삶이지만 씨앗을 품고 온 세상을 자유롭게 날아다닌 민들레 홀씨 같은 글입니다. 권정생은 글 안에서 완전한 자유를 경험합니다.미국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나 랄프 왈도 에머슨이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에는 권정생, 이오덕 두 분 아름다운 선생이 있습니다.2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예언은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2007년까지 70년을 글과 함께 살아온 권정생은 90편의 작품을 남깁니다. 그의 장례식에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명사가 몰려오자 동네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습니다. 경북 안동의 작은 마을 일직면 조탑리 동네 사람은 가난한 종지기로만 알았던 권정생이 그렇게 유명한 동화작가인 것을 아무도 몰랐다고 하지요.‘몽실언니’, ‘강아지 똥’, ‘사과나무 밭 달님’, ‘하느님의 눈물’, ‘무명저고리와 엄마’ 등 그의 작품은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동포들에 대한 사랑,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져 가는 똘배, 강아지 똥처럼 힘이 없고 약한 주인공을 한결같이 묘사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죽이고 남을 살려냄으로서 자신이 결국 영원히 사는 삶을 선택하지요.연간 1억이 넘게 들어오는 인세와 10억의 잔고가 남은 통장을 모두 어린이를 위해 써 달라는 유언과 함께 권정생은 고단한 생애를 마감합니다. 가능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위해서도 이 기금이 쓰임 받기를 원하면서요. 그의 이름 두 글자. 정생(正生) 조용히 발음해 봅니다. 바른 삶입니다. 올바르고 정의로우며 향기로운 삶입니다.권정생 선생의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니 소크라테스와 많이 닮았습니다. 오늘도 두 분은 먹구름 너머 눈부신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힘내라, 정의롭고 향기롭게 살아라 격려하지 않을까요?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4-09

선택

김병래시조시인사람은 매순간 선택을 하며 산다. 무얼 먹을 것인가, 무얼 입을 것인가, 어디로 갈 것인가, 누구를 만날 것인가,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음식 메뉴를 고르는 것 같은 사소한 선택에서부터 배우자나 진로를 결정하는 일생일대의 선택도 있다. 인간의 모든 선택이 순수한 자유의지에 의한 것인지 어떤 결정론적 요소가 내재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지만, 사람의 일생이 선택의 결과물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어질고 올바른 선택으로 덕업을 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탐욕과 어리석음에 눈이 멀어 자신을 망치고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선택을 하는 사람도 많다. 좋은 선택이란 좋은 성품과 인격과 지혜에서 나오는 것일진대 부단한 자기성찰과 공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들에게 선거를 통해 정부를 선택할 권리가 주어진다. 국민의 선택에 따라서 안정되고 부강한 나라가 되기도 하고 혼란과 패망의 길로 몰고 가는 정권이 들어서기도 한다. 어떤 인물이나 이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인 것이 정치적 선택이라는 걸 역사는 분명히 가르치고 있다. 20세기 초 히틀러의 나치를 선택한 독일국민들은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을 학살한 만행으로 인류에 막대한 해악을 끼쳤고, 스탈린의 공산주의를 선택한 러시아인들이 수천만을 숙청하면서 세운 소련은 결국 붕괴되고 말았다. 지금도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몰락과 패망의 길에 접어든 나라가 한 둘이 아니다.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한 나라치고 잘 된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이 그렇고 최근 십여 년 사이에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베네수엘라가 그렇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사회주의 체제를 밀고 간 차베스와 마두로 정부는 얼마 못가서 파탄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정책의 실패를 바로잡으려는 노력 대신 야당 탄압과 언론통제,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얻은 지지를 기반으로 헌법을 고쳐 장기집권을 하는 데만 열중했다. 더구나 미국과의 관계악화로 경제제재를 받게 되었으며 국가혼란으로 치안은 악화되고 정치, 사회적으로 부정부패가 만연한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며칠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좌·우가 치열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정권을 쥐고 있는 좌파가 승리할 경우 사회주의 체제로의 이행이 급물살을 탈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검찰마저 완전히 장악을 해서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반대파들을 제압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들 것이다. 반대로 우파가 승리를 하게 되면 좌파들의 전횡에 제동이 걸리게 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고수하는 실마리를 잡게 될 것이다. 지금의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이다. 이 불안하고 초조한 기로에서 국운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오로지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20-04-09

선거 망국론

어떤 일의 징조로 보는 전조(前兆)현상은 자연의 섭리처럼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다만 사람이 이를 제때 알아채지 못해 사태가 커질 뿐이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곤충의 이동을 보고 많은 인명을 살린 사례도 있다. 어떤 건물의 붕괴 전에는 이를 예고하는 조짐이 있다는 것은 사후 조사에서 자주 입증된다.질병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병마가 덮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내 몸 안에는 그 징후가 나타나게 된다. 뇌졸중이면 어지러움이나 언어장애 등이 바로 전조다.21대 총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덮친 코로나 감염증은 우리 경제에 재앙급 타격을 입혔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무려 19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6천명이 넘는 실업자가 새로 생겨 대기업 하나가 매일 없어지는 것과 같다 하니 걱정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명소리도 연일 끊이질 않는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IMF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라 한다. 나라 빚이 역대급인 1천700조원을 넘었다. 국민 1인당 몫이 1천410만원이다.나라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인데도 총선에 나선 정치권은 딴 나라 사람 같다. 나라 빚이야 많든 실업자가 양산되든 안중에 없는 모양새다.오로지 당선만 된다면 세금은 얼마든지 퍼주어도 된다는 식이다. 대표적 케이스가 긴급재난금이다. 코로나 위기를 핑계로 처음에는 국민의 절반만 지원한다더니 지금은 전 국민에게 주겠단다.대개 선거철이 되면 선심정책이 요동을 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이 이른바 선거 전리품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라 곳간이 텅 비어도 나 몰라라라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선거 망국론의 전조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0-04-09

조마조마한 포퓰리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포퓰리즘의 역사는 길다. 정치에서‘포퓰리즘’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1890년 미국의 양대 정당인 공화당,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인민당(Populist Party)이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을 표방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포퓰리즘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아르헨티나의 페론정권이 대중을 위한 선심정책으로 국가경제를 파탄시킨 사건 이후부터다.4·15총선을 며칠 앞두고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다. 정부여당이 국민들에게 어떤 방식이든 돈을 나눠준다면 포퓰리즘이 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상권붕괴 등으로 인한 피해를 다소나마 보전하기 위해 전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긴급재난지원금이 바로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수혜자로 잡은‘소득하위 70%’선별 기준이 매우 모호하다는 데 있다. 시민들은 본인의 소득이 어느 정도 순위인지 모른다. 재산은 많지만 소득이 작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허다하다. 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에는 지원 규모가 너무 적다. 4인가구 기준 100만원이면 1인 단위로는 25만원에서 40만원 정도다. 이 정도면 천재지변으로 소득을 상실한 가구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기 어렵다. 결국 지원 대상을 선별하느라고 늦게 줘서 불만을 사기보다는 모든 시민에게 빨리 지급해주고, 고소득자들로부터는 연말정산으로 돌려받는 것이 지원금의 취지에 맞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면서도 전국민에게 5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즉각 지원하자는 입장을 밝혀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포퓰리즘의 파괴력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반면에 미래통합당 유승민 의원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의원은“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소득 하위 70%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더니 이번에는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즘을 비난해왔던 우리 당의 대표가‘전 국민에게 50만원씩 주자’고 나왔다”면서“이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싸잡아 질타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 ‘기득권 양당의 포퓰리즘’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여론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재원을 뚜렷한 기준 없이 전국민에게 나눠주는‘묻지마’지원정책은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앞으로 정부여당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혈세로 마련한 재원을 배분하려면 좀더 신중하게 배분대상과 금액, 배분목적 등을 명확히 규정, 선택과 집중의 묘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2020-04-09

코로나19 시대 서울

은평구는 서울에서도 변두리 동네로 취급되는 곳이다. 그렇지 않다고, 이 동네 사람들 아이디어 짜내고 한국문학관 유치하고 정지용 거리 만들고 등등 애들을 쓴다.서울역에서 통일로 문산 가는 길 따라 독립문 지나고 홍제동 지나고 외길로 한참을 나와야 은평구라는 곳인데, 동네 가까운 곳에 이르면 벌써 북한산 남다른 기운이 밀려들어 서울 딴 곳으로 옮겨온 것 같다.그래서 그런지 연서시장이니 대조시장이니 전통시장도 많은 이 동네는 여전히 예스러운 풍취가 느껴진다. 서울 다른 데보다 확실히 정감 넘치고 물가도 싸다.나 잘 가는 연서시장에 ‘똑순이네’가 있다. 이 집 아주머니는 손이 유난히 크다. 밥 한 끼 먹으러 가도, 구운 낱장 김에, 달래 간장에, 간장 게에, 노란 배춧속에, 빨간 김치까지, 여기도 뭐가 남을까 싶게 퍼주시곤 한다. 이 불경기에도 그런대로 버틸 만하다는데 뭣보다 단골손님이 끊어지지 않는다나.그래도 코로나19 시대는 무섭다. 한 번은 자동차 고칠 일이 있어 그 동네 현대카센터를 들렀는데 바로 옆 음식점이 대낮에도 불이 꺼졌다. 손님이 들지 않는 까닭일 것이다. 두 달 전에 생긴 회 센터는 개업할 때 손님이 꽤 드는가 했는데 왔다 갔다 하며 보면 썰렁하기만 하다. 아홉 시 남짓 하면 벌써 사람들 통행이 줄어들어 버리니 길가 행상들, 순대도 팔고 치킨도 팔고 떡볶이도 파는 분들도 어디 갔는지 모른다.보통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이 은평구 성모병원에도 확진자가 나타나 이틀인가 폐원을 하기도 했다. 벌써 그게 2월 하순쯤이었으니 벌써 한 달도 넘었지만 그 직후 시장에 인적이 드물 정도였으니, 코로나 공포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그나저나 출퇴근 시간이 아주 편해진 것만은 반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서울 중심가로 통하는 외줄기 병목길이 차량 통행이 확 줄어들었다. 음식점에 가도 사람들 띄엄띄엄 앉았으니 시끄럽지도 않고 남의 타액이 날아들어 올 걱정도 없다. 모든 게 인기가 없어지니 아파트 값도 내려앉는 분위기라고도 한다.코로나19가 유행처럼 몰려왔다 가면 모든 게 원상회복 되려나? 사람들은 경기가 브이(V) 자를 그리지 않고 엘(L)을 그릴 것이라고도 한다. 그러면 이 모든 코로나19 ‘평온’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정작 호랑이는 코로나19가 아니라 뒤 따라 오는 경기불황일 것이다.4월이 되자 여기 은평구 불광동 로터리에도 선거운동 차량이 나타났다. 트럭 위에 서서 내 쪽으로 깊은 절 올리는 분들이, 나라 일을 정말로 제대로 해주시기를 바란다. 힘들디 힘든 시절이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0-04-09

믿음의 눈으로

김종기죽전성당 주임신부몇 년전 이맘 때 신자 몇 분과 동해 방면을 다녀온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가는 길에 예쁘게 피어난 봄꽃들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날은 공휴일이라 나들이 가는 차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가던 중에 한 분이 “여러분, 보니까 어때요?” 하고 일행들에게 물었습니다. 동시에 두 분이 대답했습니다. 한 분은 “꽃들이 참 곱네요!” 다른 한 분은 “차가 굉장히 많네요!”우리나라 속담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은 평소에 자기가 마음을 두고 있는 것과 관련된 것만 본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눈으로 보는 것은 동일한 사물이지만 평소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짐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똑같은 풍광을 보고도 어떤 이는 ‘아름다운 꽃’을 생각하고, 어떤 이는 ‘복잡한 도로교통’을 생각하기에 말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마르코복음에서 바르티메오는 비록 소경이지만 예수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앞을 못 보는 처지에서 어떻게든 ‘볼 수만 있다면!’하는 바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었을 겁니다. 그런데 병든 사람, 소외된 사람, 힘없는 사람들의 소원을 다 들어주신다는 “예수”라는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 무조건 자비를 빌었습니다. 그분만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신다는 믿음을 갖고 말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는 눈을 뜨는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구원을 받은 것입니다. 육신의 눈으로는 예수님을 볼 수 없었지만 믿음의 눈으로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었던 예수님을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요즘 많은 사람들이 돈이 있어야 인간답게 세상을 산다고 믿고 살아가는 듯합니다. 그 돈이 없어서 남의 돈을 훔치고, 뇌물을 받고 남의 목숨을 빼앗습니다. 돈이 인간다운 삶의 척도라 생각하는 사람의 눈에는 돈만 보입니다. 명예가 인간다운 삶의 척도라 생각하는 사람은 명예를 얻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다 합니다. 하지만 인간다운 삶의 기준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그 뜻대로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기준임을 우리는 잘 압니다.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진정 무엇을 바라고 살아갑니까? 마르코복음에서 바르티메오는 자신의 믿음으로 소경이었지만 예수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으로 육신의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진정 하느님께서만이 우리를 인간답게 살도록 해 주시는 분이라 믿는다면 하느님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 모두가 믿음의 눈으로 세상을 올바로 보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함으로써 그분을 보면서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2020-04-08

별꽃

강길수수필가가로수 밑에 쪼그리고 앉았다. 나무보호대 구멍을 비집고 올라오고 있는 덩굴풀 앞이다. 땅에 내려앉아 사는 별을 휴대폰 사진으로 담고 싶어서다.아직 춘분이 한 달은 남은 날, 늦은 오후. 봄이라기엔 이른 겨울 끝자락이다. 하긴 쑥, 클로버, 장미 같은 식물들이 월동도 하니, 봄이라 해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마음속 어떤 힘이, 지나려던 나를 나를 앉히고 만 것이다.고개 드는 덩굴풀이 쪼그만 꽃들을 피워냈다. 꽃잎 한 개가 깨알만 할 정도로 작은 하얀 꽃이다. 사람들은 왜, 몸을 바짝 낮추고 아주 작게 피운 이 꽃을 ‘별꽃’으로 불렀을까. 별꽃은 논밭 둑이나 길가, 빈터 같은 곳에 흔히 사는 두해살이풀의 꽃이다. 학명이 ‘스텔라리아 메디아(Stellaria media)’로서 라틴어로 별의 뜻을 가진 ‘스텔라(Stella)’에서 유래하였단다. 원산지가 유럽이지만, 지금은 세계 도처에 자란다. 낮아서 사람은 물론, 땅 위의 뭇 생명과 더 가까운 꽃이다. 가까이 쳐다본다. 내 눈에도 영락없는 별이다.가로수 둥치 곁 메마른 땅에서 이렇게 일찍 별꽃을 피워낸 풀의 생명력도 별같이 반짝인다. 벌써 줄기 길이가 한 뼘을 넘어 보이는 것도 많다. 별꽃은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핀다. 하얀 꽃잎이 실은 다섯 개지만 눈엔 열 장처럼 보이지. 한 개가 둘로 깊게 갈라져서 그리 보인다. 사람들은 별빛을 다섯 갈래로 그리지. 별꽃의 꽃잎도 다섯 개라는 사실이 우연은 아니라 싶어. 그래서 이름이 별꽃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땅에 붙어사는데도 줄기가 꽃이나 잎에 비해 튼실해 보인다. 낮아 당할 위험이 더 큰 때문일까. 튼튼한 줄기에 이어진 앙증스러운 별꽃이기에 사림과 별의 끈끈한 연을 잘 나타낸다 싶다.어느새 벚꽃이 만발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즐겁지가 않다. ‘코로나19’라는 신종 전염병의 위세에 눌려 지구촌이 숨죽이는 봄을 보내기 때문이다. 유명한 벚꽃 길도 ‘드라이브 스루’라는 듣도 보도 못한 방법으로 구경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앞으로 우리는, 인류는, 지구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여행이나 다른 이유로 헤어졌던 가족·친지나 지인들을, ‘혹시 코로나 감염이나 되지 않았을까’ 하고 의심하며 언제까지 살아내야 하는 걸까.너도 알듯이 처음엔 ‘우한폐렴’이나 ‘우한코로나’라 했다가, 중국 압력 때문인지 ‘코로나19’라고 부르게 된 신종코로나 전염병…. 어떤 이들이 의심하듯 정말 사람이 만든 생물학 무기가 유출된 것이 ‘코로나19’라면, 유럽 흑사병 창궐같이 유행병에 무방비로 당해야 했던 그 옛날로 지구촌이 되돌아가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인간의 끝없는 물질문명 추구와 향유가 과연 제 길을 걷는 것인지 묻고 싶다. 또 인간의 정치, 경제, 문화, 기술, 종교 등 제 분야의 패권 추구는 무엇일까. 정말 성악설이나 원죄론 같은 이론이 제시하는 인간상이 원래의 인간일까.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땅 위에도 가져다 놓은 사람의 마음은 무엇일까. 사람의 무의식이 땅 곧, 지구도 별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함일까. 끈질긴 생명력을 뽐내며 이른 봄, 아니 겨울 끝자락에 별을 땅 위에 피워낸 별꽃을 다시 찾았다. 작고 약해 보이더라도 실은 강한 별꽃이다. ‘별꽃’이란 이름 자체가 사람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지. 춥고 음산한 겨울을 사는 사람들이 기댈 언덕은, 산 너머 남촌에서 따사한 바람 불어오는 희망의 봄일 테니까.웬일인지 별꽃에, 하얀 방호복으로 무장하고 코로나 환자 진단과 치료에 여념 없는 의료진들이 겹쳐 보인다. 처음 입국자 차단을 하지 않은 당국의 방역 실책을 탓하지 않고, 신종 코로나전염의 최전선에서 결사적으로 싸우는 분들 말이다. 그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 희생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고 끔찍하다. 그들이 낮은 곳에서 봄을 밝히는 밝은 별꽃이란 생각이 물밀듯 든다. ‘우한폐렴’소식에 선제적으로 코로나진단키트를 밤새워 개발한 기업, 그리고 검사와 진단에 전력투구한 의료재단의 역군들 또한 이 봄을 비추는 하얀 별꽃이란 마음도 밀려온다.

2020-04-08

풍경의 마음, 마음의 풍경

이번 주부터 김살로메 작가의 포토 에세이 ‘뜻밖의 시선’을 연재한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풍경과 사람의 순간을, 사진 곁들인 사색의 글로 갈무리하는 코너이다. 작가의 소박한 시선이 독자들과 호흡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심상치 않은 나날입니다. 전 지구촌을 장악한 바이러스 무리에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몰려옵니다. 폭풍처럼 진군하는 저 기세 앞에서 평범한 일상이 꺾인 지 오래입니다. 안타깝게도 사회적 유폐의 시간이 친구처럼 따라붙는 날들입니다.갇힌 세상, 여유가 넘쳐납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써보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행간을 살피는 망울은 금세 흐릿해지고, 자판을 두드리는 손길은 기다렸다는 듯 민첩함을 잃어갑니다. 위급은 불안을 낳기 때문입니다. 제 아무리 시간이 남아돈다 해도 불안한 마음이라면 집중도가 발휘될 리 없습니다. 엉킨 실타래처럼 온통 혼란스럽기만 합니다.고개를 돌리고 호흡을 가다듬어 봅니다. 오후 봄 햇살이 부엌 구석진 곳까지 길게 와 닿습니다. 햇살에 겨워 블라인드를 내리려다만 게 여간 다행스럽지 않습니다. 한껏 다사로워진 빛살을 흐트러진 마음 깊숙이 끌어당깁니다. 금세 가슴 한 쪽이 따스해집니다. 느꺼웠든 부끄러웠든 우리 삶은 스스로의 도움만으로는 어림없었음을 자각합니다. 수고하고 짐 진 것들이 베푼 선의로 내 하루는 살쪄왔습니다. 이를 테면 저 깊게 퍼지는 봄 햇살 같은 소박한 모든 것들에게 하루를 빚지고 있는 것이지요. 사물일 수도, 생각일 수도, 더러는 사람일 수도 있는 그 모든 것들을 풍경이라 명명하겠습니다. 별 것 아닌 그 풍경들을 불러내 제 식으로 말을 걸고 스스로를 성찰할 참입니다.표출되지 않은 결심이나 계획은 그야말로 미완의 설계일 뿐 완성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꿈만 꾸는 자리에는 진정한 영혼이 깃들 리 없습니다. 머리에 머문 생각들이 가슴으로 내려와 말이나 행동으로 발산될 때 제대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불면 장고의 시간보다 어설프나마 행동하는 날들이 값질 때가 많습니다.예를 들면 어느 날부터 한 장의 사진이 많은 말을 품고 있다고 느끼는 걸 어떻게 설명할까요. 한 컷 물상으로 앉은 그 품새에 많은 의미들이 녹아 있는 게 보입니다. 오도카니 앉은 그 말들을 진솔하게 번역하고픈 욕망이 생겼답니다. 글 쓰는 이로서 아주 늦은 자각이었지만 그 매혹은 뿌리치거나 무시할 만한 것이 못되었지요. 어떤 한 컷이 말을 걸어오면 반사적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로 정리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실제 풍경과 마음의 풍경 즉, 심상이 교집합을 이루는 한 지점에서 스파크가 일듯 새로운 말들이 마구 번져가는 것이지요.저는 사진가는 아닙니다. 사진가가 될 마음도 없습니다. 사진에 관한한 예술적 눈썰미와 이 지면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지요. 미적 완성도에서 자유로운 사진일 때 제 글도 한껏 날개를 달 수 있겠지요. 앞으로 펼쳐질 에세이에 곁들이게 될 한 컷의 장면은 문화역사적 시각이나 사진학적 의미로서 언급될 일은 없을 거예요. 사진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약속이나 양식에서 벗어나, 저만의 시각이나 감각으로 포착하고 감지한 것들을 언어로 옮길 테니까요. 하잘 것 없는 장면일지라도 가슴을 찌르는 제 식의 정서가 발동한다면 기꺼이 셔터를 누르고 자판을 두드리겠습니다. 여러 풍경이 선사할 뜻밖의 의미들을 풀어내는 이 작업이 자못 흥미롭습니다.여전히 매체들은 바이러스 전파 소식으로 도배를 합니다. 배경으로 따라 붙는 ‘코로나19’의 로고는 어쩜 그리 우리가 느끼는 두려움에 반하여 영롱한지요. 그토록 강력한 전파력을 숨기고자 신비롭고 아리따운 모습으로 치장한 채 나타났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주의 꽃을 가장한 저 바이러스는 어쩌면 인류 보편에게 전하는 서늘한 경고 같습니다. 무해한 타인의 선의를 헤아리지 못하거나, 소중한 것들은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곁에 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울림의 무늬 같은 것 말입니다.김살로메소설가삶이란 온전히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참담하게 비극적인 것도 아니지요.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비관이나 불운을 곁에 두되, 그보다는 의식적인 낙관이나 희망으로 이 위기를 헤쳐 나갔으면 합니다. 험난한 시간을 어떻게든 견디는 것도 위에서 말한 풍경의 한 예가 될 수 있겠지요.벨 소리에 현관문을 엽니다. 하 수상한 시절인데도 택배 아저씨의 수고로움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울릉도에서 지인이 햇명이 장아찌를 보내왔습니다. 나물향이 포장 박스를 뚫고 온 집안으로 번집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완연하고 인간적인 봄 내음입니다. 봄이면 새 잎에다 향기라지요. 봄이면 꽃이나 희망이라지요. 첫 사진 전송을 봄 명이나물이나 늦은 명자꽃으로 하려다 멈춥니다. 파문 앓는 여러 날들이 새순이나 꽃망울로 맺기까지, 차분한 기도보다 나을 게 없을 테니까요. 어찌할 줄 모르는 이 사회적 거리의 시간들이 저마다의 불꽃으로 타오를 수 있기만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글·사진= 소설가 김살로메

2020-04-08

원격의료 허용논란

원격의료는 대면진료 반대 개념으로, 영상·전화·채팅 등을 통해 진료하거나 의료기기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전송해 의사 소견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원격의료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로 구분되며, 의사와 의사 사이 원격의료는 현재도 합법이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진료로 나뉜다.원격 모니터링이란 의료인이 환자 질병 상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상담·교육 등 관리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원격진료는 질병 진단과 처방이 포함되는 개념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들은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 의료만이 허용된다.원격의료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의료진 부족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감염자 급증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의료진의 집단감염이 속출하자 원격의료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4일 전화로 의사 진단과 처방을 받는 원격진료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전화 상담으로 진료·처방을 할 수 있게 됐다.진료비는 계좌이체 등 송금으로 결제하고, 처방전은 팩스·이메일로 환자가 희망하는 약국에 전송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원격의료 전면허용은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의료계는 화상·음성·문자 등 제한적 정보만으로 진단·처방을 내릴 경우 오진 가능성이 있어 책임소재 문제가 크다고 반대한다.또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해져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할 거란 우려도 있다. 원격의료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강하는 묘수풀이가 필요한 시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08

홀로 버텨낼 나라는 없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워싱턴포스트지가 미국 스스로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을 가진 국가’라고 혹평했다. 기업가정신에 투철한 대통령은 나라의 이익을 국가 운영의 중심에 뒀다. 상생과 협력이 필요한 가닥에도 자국의 이익에만 초점을 뒀다. 코로나19의 도전은 글로벌 지평 어느 나라도 예외로 남기지 않는다. 국경의 구분은 의미가 없으며 모든 나라가 같은 숙제를 한다. 외교와 통상뿐 아니라 의료와 과학에도 호혜적 협력이 필요함이 분명해졌다. 나라마다 발전과 번영을 도모하며 경쟁력을 쌓는 일에 집중하였지만, 이제 ‘장벽과 빗장’은 힘을 잃었다. 나만 잘 살면 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나 혼자 잘 살기가 힘들게 되었다.‘국가브랜드지표’를 통해 나라들의 경쟁력순위를 발표해 오던 사이먼 앤홀트(Simon Anholt)가 ‘좋은나라지표(Good Country Index)’를 개발했다. 모든 영역에서 전 세계를 품는 인식과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는 것이다. 나라들이 얼마나 부강한가를 살피기보다 그들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얼마나 나누는가를 분석했다. 과학·기술, 문화·전통, 국제관계, 세계질서, 지구·환경, 번영·평등, 그리고 건강·복지의 일곱 분야에서 나라들이 세상과 인류를 위해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했다. 조사대상 153개국 가운데 한국이 26위, 미국과 러시아가 40위와 41위, 중국은 61위이며 일본이 24위라고 한다. 1위는 핀란드가 차지했으며 호주, 불가리아와 싱가포르 등이 우리보다 앞에 보인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위해 들이는 노력이 지표향상에 반영될 것이다.글로벌환경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나라가 잘돼야 하지만, 우리만 잘살아도 안 되는 것이다. 홀로 버텨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함께 일어서는 일이 보다 시급하다. 총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에, 우리는 후보가 지역이기주의에 몰두하고 있는지 아니면 너른 글로벌 지평을 바라보고 있는지 가늠해 보아야 한다. 세계인들이 ‘대한민국이 있어 고맙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 동네가 있어 온 나라가 편안한 지역에 살고싶지 않는가. 국가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이 내 나라와 우리 지역에만 관심을 가진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그들의 시선이 멀리 가 닿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사실은 우리가 그들에게 밖을 보기보다 우리만 생각하도록 고집하지 않았는가. 시선의 지평이 짧았던 것은 우리들 자신이 아니었을까.섬처럼 버텨낼 나라가 없고, 홀로 성공할 사람이 없다.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차고 넘친다. 지구온난화, 인권문제, 인구문제, 테러와 폭력, 환경보존, 생태계보호, 무기감축 그리고 이제 감염병확산까지. 어느 한 가지, 힘센 나라가 홀로 풀어낼 과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생존에도 능하지만, 상생에도 든든한 나라가 돼야 한다. 홀로 있어도 불안하지 않으며 함께 있을 때 믿음직한 나라가 돼야 한다. 이왕이면 ‘좋은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는가.

2020-04-08

바른(正) 삶(生)에 대한 짧은 생각 2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이 조금 회복한 사내는 무언가 하고 싶어집니다.어린 시절 주일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던 눈빛 맑은 청년을 기억합니다. 그가 들려주던 이야기처럼 아름다운 동화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싹틉니다.글쓰기라고는 배워 본 적 없습니다. 그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을 아픈 몸을 달래 가며 한 줄 한 줄 씁니다.작품을 완성하면 신춘문예에 응모합니다.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탈락 후 전달해 주는 심사평을 스승 삼아 자신의 글을 다듬습니다. 그런 숱한 노력 끝에 죽음과 싸워가며 쓴 이 남자의 동화 한 토막, 결말 부분에 이런 문장이 등장합니다.“밤이 되자, 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나왔습니다. 반짝반짝 고운 불빛은 언제나 꺼지지 않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다음날이면 역시 드높은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강아지 똥은 눈부시게 쳐다보다가 어느 틈에 그 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불빛’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더러운 똥이라도 조금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강아지 똥은 자꾸만 울었습니다. 울면서 가슴 한 곳에다 그리운 별의 씨앗을 하나 심었습니다.”‘강아지 똥’을 쓴 권정생 선생 이야기입니다.1973년 1월 권정생의 동화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신춘문예에서 상을 받아 동화작가 반열에 오릅니다. 한 남자가 권정생의 글에 흠뻑 취합니다. 그가 풀어내는 아름다운 우리말에 반해 권정생을 찾아갑니다.이 남자는 권정생이 일본에서 귀국한 후 잠시 머물던 마을의 주일학교 교사였습니다. 그가 바로 이오덕 선생입니다. 두 사람은 이후 평생을 서로 응원하고 격려합니다.이오덕 선생과의 만남 이후 권정생의 삶은 빛으로 가득합니다. 비록 시골 교회 문간방에서 종지기로 일하는 비천한 신세였지만 글을 쓰면서 완전한 자유를 누립니다. (계속)/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4-08

과포자에서 공포자까지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수업은 EBS 강사가, 월급은 학교 교사가”온라인 개학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숨이 멎었다. 다시 숨을 쉬기 위해서는 다른 숨이 필요했다. 하지만 진실한 말의 힘 앞에 다른 숨을 찾을 수가 없었다.“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가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T.S 엘리엇 ‘황무지’)시구처럼 2020년 4월은 필자가 지금까지 직접 경험한 4월 중 가장 잔인한 달이다. 멈추기 직전의 세계 경제 소식이 그렇고, 가택 연금 수준의 자택격리 중인 사람들의 소식도 그렇지만, 필자를 더 당황스럽게 만드는 것은 학생 없는 학교에 가득 핀 꽃 소식이다. 그 꽃들은 망부석처럼 색과 향을 잊어버렸다. 벌들도 흥을 잃었는지 빈 교실 앞에서 요란하기만 하다.그런데 필자를 진짜 아프게 하는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학교와 교사들이다.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안다.하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아니 학생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 학교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미봉책을 내놓으면서부터이다.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타의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반드시 큰 부작용과 피해가 뒤따른다.학교에는 이미 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교사 간 의견대립과 책임회피와 같은 학교 자율성을 상실한 이 나라 교무실 민낯이 그것이다. 그 결과는 공교육 불신 가중이다. 다음은 EBS 뉴스(‘한 주간 교육현장’ 2020. 01. 24.)다.“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학부모들은 교사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으며, 98%에 달하는 학부모가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는 (…)”이것이 바로 정부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권고에도 학원들이 문을 닫을 수 없는 진짜 이유이다. 교사들에게 묻고 싶다. 교육부가 제시한 다음의 원격수업 유형이 과연 모두 같은 수준의 수업이라고 생각하는지? “① 실시간 쌍방향 수업, ②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③ 과제수행 중심 수업, ④ 기타 교육감 또는 학교장이 별도로 인정하는 수업”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이 네 가지가 같은 수업으로 인정되는지 정말 모르겠다.“선생님, 저 과포자 됐어요. 그리고 제 주변에는 공포자가 정말 많아요.”졸업생이 전해온 현 교육의 현실을 나타내는 신조어를 듣고 필자는 봄꽃보다 온몸이 더 붉어졌다. 과포자는 과제 포기자, 공포자는 공부 포기자다. 온라인 개학 이야기가 나온 이후에 이런 학생들이 훨씬 더 많이 늘었고, 자신은 공포자가 안 되기 위해서 학원을 간다고 했다.얼마나 많은 학생이 과포자와 공포자가 되어야 할까? 더 이상 과제다 뭐다 해서 학생들을 괴롭히지 말자. 교과 진도를 나가지 않을 바에는 괜히 등교 개학 이후에 학생들을 잡도리하지 말고 차라리 온라인 개학 주간을 수행평가 주간으로 운영하자. 그러면 최소한 의미 없는 과제에 가위눌려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댓글도 교사들의 노력을 인정해 줄 것이다.

2020-04-08

긴급재난지원금

김규종 경북대 교수누구에게나 남다른 기억이 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져도 기억의 사진첩에서 지워지지 않을 아름다운 경험은 삶을 풍성하게 인도한다. 요즘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오래전에 잊힌 사건을 소환한다.러시아 문학을 연구하기에는 말도 안 되는 환경 때문에 서도이칠란트로 유학을 가야 했던 시절의 일이다. 소련과 중국을 적성국(敵性國)으로 분류하여 학문을 위한 최소한도의 자료마저 차단함으로써 반공을 넘어 멸공 공화국을 꿈꾼 박정희-전두환 시대. 그런 이유로 적잖은 연구자가 일본이나 미국, 유럽으로 유학을 떠날 수밖에 없던 암흑기.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한반도가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무렵의 이야기다.쾰른에서 어학과정을 마칠 무렵 아이가 태어났다. 당시 도이칠란트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분단상태였다. 서도이칠란트에 주둔한 미군이 20만을 헤아리고, 국민 1인당 GDP가 2만 달러 부근이었던 때였다. 그런 나라가 10만이 넘는 외국 유학생들을 무상으로 교육하고 있었다. 피부색과 국가와 언어를 불문하고 서도이칠란트 학생과 외국 유학생을 똑같이 대우한 나라.아이가 태어나자 1년 동안 양육비(Erziehungsgeld)로 다달이 600마르크 (한화 27만원), 어린이수당(Kindergeld)으로 50마르크를 주는 것이었다. 속지주의를 채택한 나라의 법률에 따라 아이는 자동으로 서도이칠란트 국민으로 편입되었다. 노동자 자식이든, 재벌 자식이든, 외국인 아이든 간에 똑같이 양육비와 어린이수당을 준 서도이칠란트. 이런 혜택을 일일이 거론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더욱 큰 놀라움은 베를린에서 이어진다.지도교수를 찾아 1989년 초에 서베를린으로 이주한 나는 그해 여름 중소기업 ‘게오르크 렘케’에서 6주 동안 육체노동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루 6-8톤의 물량을 컨베이어 벨트로 처리하는 중노동이었다. 거기서 나는 분단상태의 서베를린 시민에게는 양육비가 2년간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구청의 양육비 담당자에게 에이4 용지 1매 분량의 편지를 쓴다.‘서도이칠란트의 학문발전을 위해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게오르크 렘케’에서 노동한 나에게 양육비를 지급해달라’는 내용이었다. 2주 후에 나는 ‘미지급된 양육비를 다달이 나의 계좌로 송금하겠다’는 담당자의 답장을 받는다. 600마르크의 양육비를 아무 조건 없이 추가 지급하겠다는 편지를 받은 나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참, 대단한 나라로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10만이 넘는 외국 유학생들을 공짜로 교육하고, 각종 혜택을 자국민과 똑같이 베푼 분단의 나라 서도이칠란트. 얼마 전 통일 도이칠란트는 코로나19로 인해 곤경을 겪는 내외국인에게 긴급재난지원금 5천유로(한화 673만원)를 지급했다. 지급에 걸린 시간은 단 사흘. 포퓰리즘 얘기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국가다! 예전의 특별한 기억을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나의 조국에서도 실현했으면 하는 바람이 커지는 봄날이다.

2020-04-08

김항곤 전 성주군수의 이해 못할 행보

전병휴 경북부“정치적 도의는 물론 인간적 의리까지 배신한 김항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지난 6일 미래통합당 고령·성주·칠곡당협위원장까지 지낸 김항곤 전 성주군수가 무소속 김현기 후보를 지지하자 지역 주민들이 격앙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김 전 군수는 이날 “우리지역 발전의 적임자”라며 “미래통합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이에 유권자들 사이에선 ‘미래통합당 경선에서 패한 뒤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건 당에서 중책을 맡아온 사람에게 어울리지 않은 행보’란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지난 3월 열린 4·15총선 미래통합당 고령·성주·칠곡 경선에서 김 전 군수는 49.4%의 얻어 60.6%(신인청년보좌진가점 10%)의 득표율을 확보한 정희용 후보에 패했다.정 후보는 경북도지사 경제특보 출신이다.김 전 군수의 무소속 지지선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2년 전 성주군수 선거에서도 전화식 후보를 지지한 이력이 있다.이를 놓고 미래통합당 내부에선 “당에서 누릴 혜택은 모두 누리고 정작 선거에선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일부 지역주민들도 “군수시절 공무원들에게 생일선물로 황금열쇠를 상납받고, 부적절한 해외골프여행과 여성비난 발언 등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 사람이 이번에도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정치인이 지향해야할 주요한 덕목 중 하나가 ‘시종일관’이라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그러니 최소한 침묵이라도 지켜야 할 패장이 적장의 편에 서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상황에 따라 말과 태도를 바꾸는 김 전 군수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성주/kr5853@kbmaeil.com

2020-04-07

명랑한 문화도시

류영재포항예총 회장기쁠 때 웃고 슬플 때 우는 것이 감정표출의 기본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감정표현이 서툰 나만 그런지 모르겠으나 그렇지 못할 때가 더러 있다. 기쁨의 표현이야 다소 부족해도 그만이지만 슬픈 일을 당하여 울어야 할 때 눈물이 나지 않으면 여간 당혹스런 일이 아니다.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던 이른 봄날, 평소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는데, 문제는 한 번 슬피 울고 난 그 다음부터였다. 외아들인지라 십대의 철부지가 상주가 됐고, 집안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곡하라면 ‘애고애고’ 곡을 했고 절하라면 절했다. 조문객이 올 때마다 곡을 하면서 마음의 고민이 조금씩 깊어졌다. 곡을 하면 당연히 눈물이 함께 나야 하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빈소에서 간단없이 곡을 하며 할아버지 별세 때 상주인 아버지께서 상을 치르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굴건제복에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구슬피 곡하시며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이 선명히 기억됐다.천성적으로 감정표현이 서툴기도 하지만 어릴 적부터 보고 느낀 것, 배운 것은 세월이 가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법이다. 일희일비가 남자답지 못하다고 배워 육십이 넘은 지금까지 기쁨도 슬픔도 절반만 표현, 나머지 절반은 삼키고 만다. 사나이는 세 번 운다. 세상에 올 때 울면서 태어나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울고, 나라가 망했을 때 한 번 운다던가? 하여간 함부로 눈물을 보이는 것은 사나이답지 못한 것이라 배웠다. 그러나 정작 울어야 할 자리에서 눈물이 나지 않는 경우는 몹시 난감하다.그런데 언제부턴가 눈물이 많아졌다. 세상사 가슴 아픈 일이 많기도 하지만 이런 현상이 노화의 일부라 한다. 나이가 들면 남자는 여성화되고 여자는 점차 남성화된다.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조금만 감동하여도 코끝이 찡해지곤 한다. 특히 부모님이나 치매에 관한 내용일 경우 더욱 심하다.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는 펑펑 울었다. 아마도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오버랩 되어서일 것이다. 하여간 요즘은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 때문에 당혹스럽다. 감동할 일만 많다면 그까짓 눈물이야 얼마든 쏟을 각오가 되어 있으나, 정치판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이다. 정치는 감동이다. 약속을 하고, 약속을 지키며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과정이 정치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는 공약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문화의 시대에 문화예술에 관한 공약은 눈을 씻고 봐도 찾기가 어렵다. 포항 송도해변에 서 있는 ‘평화의 여신상’ 하단에 1968년도 포항시정지표가 새겨져 있다.1. 명랑한 문화도시, 2. 건전한 항만도시, 3. 풍요한 공업도시.배고픔의 해결이 지상과제였던 60년대에도 ‘명랑한 문화도시’가 시정지표의 첫 번째였다. 지금 보아도 얼마나 멋진가!문화가 미래의 성장동력인 시대, 일상이 문화가 되는 포항을 약속한 선량은 누구인가? 두 눈 부릅뜨고 살펴서 그에게 표를 주자.

202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