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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의 미래는 `빛`이 맡는다

“포항은 앞으로 무얼 먹고 사나?”하는 과제를 놓고 미국의 `포항과 비슷한 도시들`을 전문가들이 탐사하고 왔다. 철강 일변도의 산업구조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바꾸는 것이 해결책이란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포항의 미래는 낙관적이다”라고 말한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믿을만한 것은 포스텍에 건설중인 4세대방사광가속기와 인근 경주에서 시험운전중인 양성자 가속기일 것이다. 이 두 가속기가 결합한 시너지효과는 무궁무진한 신물질을 만들어낼 것이며, 수많은 연구를 도울 것이다. 현재 포항에서 가동중인 3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그 길이가 170m인데, 생산된 빛의 밝기는 태양의 1억배 정도다. 그리고 새로 만드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길이가 710m나 된다. 길이가 길수록 빛은 더 밝은데, 4세대가 생산하는 빛의 밝기는 3세대의 100억배나 된다. 방사광가속기가 생산한 빛은 `물질의 내부를 관찰`하는데 쓰인다. 머리카락 두께의 수십만분의 1에 불과한 미세한 물질의 내부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며, 분자가 결합하고 떨어지는 수십조분의 1초 순간을 연속촬영해 동영상처럼 만들 수 있다.현재 이런 성능을 가진 방사광가속기를 소유한 나라는 미국, 일본 뿐이고, 내년 말이면 한국도 세 번째 보유국이 될 것이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가 관측한 결과를 활용하면 혁신적인 신약이나 신소재를 만들 수 있다. 실제 미국 연구진은 특정 촉매물질과 일산화탄소가 결합됐다가 분리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했는데, 이 원리를 분자 단위로 정밀하게 규명하면 자동차 배기사스를 더 많이 정화할 수 있는 촉매장치를 만들 수 있다.방사광가속기는 물질의 내부를 세밀히 들여다보는 `눈`의 역할을 한다면, 양성자가속기, 중이온가속기, 중입자가속기는 `손`의 역할을 한다. 이 가속기들은 가속한 입자를 다른 물질과 충돌시켜 물질의 성질을 바꾸거나 새 물질을 만들어낸다. 양성자·중이온 가속기는 의료 산업용 동위원소 생산에 활용하고, 중입자 가속기는 암세포를 파괴하는데 이용된다. 현재 포항에는 3·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경주는 양성자가속기를 시험가동중이고, 부산은 2016년 중입자가속기를, 대전의 중이온가속기는 2017년 완공될 것이다. 이같은 `눈`과 `손` 구실을 하는 가속기들이 가동되면 우리나라 과학과 의학은 획기적 변화 발전을 보일 것이다.가속기는 의학, 환경, 신소재, 철강,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타 산업분야에 걸쳐 광범위한 활용이 가능하고, 높은 파급효과와 이를 기반으로 파생된 중소·벤처기업의 창업활동을 도울 것이다. 문제는 가속기의 활용도를 높이고, 접근성을 용이하게 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부와 시민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2013-08-07

적조 피해, 적극적 보상책을

적조는 기습적으로 양식어장을 침범한다.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2리의 한 양식 어민은 “전날까지도 적조가 나타나지 않아 마음을 놓았는데 간밤에 갑자기 적조가 형성돼 양식장을 덮쳤다”고 했다. 인근 군부대에서 장병 5명과 양식장 직원이 죽은 물고기를 박스에 퍼담는데, 강도다리 25만 마리중 4만여만 마리가 떼죽음을 했다. 현재 적조는 포항 앞바다 육상양식장 6곳, 가두리 양식장 1곳의 넙치 우럭 강도다리 60여만 마리를 집단 폐사시키면서 계속 번지고 있다.포항시가 밝힌 현재의 피해상황을 보면, 3일 포항지역 3개 양식장에서 13만2천여 마리, 4일 3개 양식장에서 39만3천여 마리, 5일까지 7개 양식장에서 총 62만5천여만 마리, 시가 40억원에 가까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현재 경북 동해안에는 경주시 감포읍 대본리에서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호미곶등대앞 해안까지 적조경보가, 호미곶등대에서 울진군 기성면 사동항까지 적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특히 구룡포읍 해역에는 유해 적조생물 코클로디니움 폴리크리코이데스의 밀도가 ㎖당 최대 1만 개체에 이르고, 적조띠가 육지까지 닥치고 있다.올해의 기상은 이변이다. 냉수대가 형성돼 바깥은 무더위인데, 물은 차가워서 해수욕객들이 물에 못들어갈 지경이었다. 물의 온도에 민감한 물고기들이 받은 스트레스도 심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적조까지 기습공격을 가하니 이는 기상재앙이다. 동해안 일대에는 92개의 양식업체가 있는데, 이런 재해를 당하고 보니 영어 의욕까지 상실할 지경이다. 정부는 재해보상법에 따른 보상을 해주지만 1억원 이상 피해를 입으면 가구당 5천만원을 보조해주고, 피해금액의 30%를 융자해주는 지원을 하고 있지만, 피해액이 불어나면 이것도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영어자금 상환 기일을 연기한다든가, 이자를 감면해주고, 자녀 학자금 감면 등 간접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경북도는 포항 경주 지역 양식장에 황토와 액화산소 구입비 등 적조 방재 예산 2억600만원을 우선 지원했는데, 피해가 극심한 포항지역에 1억5천만원, 경주에 5천6백 만원을 지원했다. 도는 적조 발생 이전부터 3억5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해놓고 육상양식장이나 해상가두리 양식장에 황토살포, 살포선박 임대, 액화산소 구입비로 사용키로 했지만 지금의 적조 기세를 보면 터무니 없이 적은 예산이다.해양수산부는 5일 “남해안 적조 발생 해역은 수온 상승과 함께 고밀도가 지속될 것이고, 포항 등 동해안 연안 또한 냉수대 약화 및 수온 상승 등으로 적조 분포가 확대될 것”이라 했다. 무더위가 한동안 계속된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있으니 적조피해는 더 극심해질 전망이다. 적조 방재비를 아낌 없이 지출하고, 피해 보상책을 미리 세워두어야 한다.

2013-08-07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 급하다

지난달 취득세 감면조치가 종료되면서 7월 주택 거래량이 전달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거래절벽`을 맞았다. 전세수요는 상승하고, 매매수요는 내려가 역대 최고의 전세값을 보이며 매매가격이나 전세가격이 별 차이 없는 기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 4·1부동산 대책의 입법화가 늦어지면서 실수요자들도 주택 구입을 꺼린다.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전환시킬 대책이 없으면 가을 전세대란은 불가피하다.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당정이 최근 취득세 영구인하 방침을 결정하고, 실현 방안 모색에 몰두하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합리적 완화, 수직 증축 완화 등의 핵심 정책이 편 가르기나 재원대책 등에 가로막혀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들 정책의 시급한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그는 “현행 제도는 가격이 상승하거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절에 디자인된 것”이라며 시장체질의 변화에 부응하는 정책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성린 정책위부의장은 “거래를 살아나게 하는 대책이 필요한데, 자녀에게 주택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경우 증여·상속세를 면제해주면 주택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연구실장은 “지금의 시장은 꺼져가는 불꽃과 같다. 불쏘시개가 필요하고 시장의 구조가 변하는 만큼 새로운 땔감이 필요하다”고 했다.새누리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의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은 “분양가 상한제의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면서 “사안 처리가 쉽지는 않겠지만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그동안 민주당이 반대해온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민주당이 요구해온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과 빅딜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계획도 마련해놓고 있었다.강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에 관한 소득세법 등은 과거 부동산 투기 과잉 시대에 나온 제도여서 이제는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면서 “지금까지는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국민적 기대에 부응한다는 차원에서 야당도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부자에 대한 반감` 차원에서 법안을 다룰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을 바라보는 대국적 견지에서 부동산 활성화 관련 법안을 다루어야 한다는 뜻이다.부동산 경기가 다른 경기를 이끌어가는 구조인데, 과거 모기지론 같은 `주택가격거품`이 극심했고 그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 있는 지금은 오히려 주택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 일에는 여당 야당 편가르기 없는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

2013-08-06

아베·아소의 역사 뒤집기

일본에는 `과거사 반성 3대 담화`가 있다. 1982년 8월 마야자와 관방장관이 “교과서 검정기준을 정할 때 한국 중국 등 이웃나라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배려하겠다”고 한 `미야자와 담화`. 1993년 8월 고노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는 당시 군의 관여 아래에서 수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준 문제다. 많은 고통을 경험하고 몸과 마음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고노 담화`이다. 그리고 1995년 8월 무라야마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란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아베 총리가 극구 부정하는 것이 `고노 담화`이다. 종군 위안부 관리에 일본 정부가 개입했고 강압이 있었다는 고노담화를 아베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의해 설치 운영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와 위안부 이송에 대해선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맡았으나 이 경우에도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가담한 적도 있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 상황 아래에서 참혹한 것이었다”는 고노담화를 거부한 것이다.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서 일본 정부가 개입한 적이 없고,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해 왔으며, 강압은 없었다”고 했다. 종군 위안부를 전선으로 이송할 때 군 함정이 이용됐으니 정부 불개입이란 말은 거짓이고, 위안소에서는 일체의 자유가 박탈되었으며, 돈을 주지 않았고, 거부하거나 도망치는 위안부는 죽음 직전까지 매를 맞거나 칼날 아래 목숨을 잃었으니 `자유로운 영업행위`란 말도 거짓이다. 고노 당시 관방장관은 “우리는 이런 역사의 진실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이것을 역사의 교훈으로 직시해 나가고 싶다. 우리는 역사연구와 역사교육을 통해 이런 문제를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고 같은 잘못을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시금 표명한다”란 말을 담화에 넣었다.그러나 2012년 12월 아베가 총리에 취임하면서 `역사 뒤집기`가 시작됐다. 그는 “일본군이 마치 여성들을 유괴해 강제로 위안부로 만들었다는 불명예를 일본이 지고 있다”며 고노담화를 수정할 뜻을 밝혔다. 그리고 그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소 부총리는 “독일 나치정권이 헌법을 바꾼 수법을 배우자”고 했다가 국제적 집중포화를 맞고 취소했다. 역사란 한 정권이 뒤집자 해서 뒤집혀지는 것이 아니다. 후세에 치욕만 남길 뿐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란 말은 만고 진리다.

2013-08-06

어린이집 규제는 늘려야 한다

손톱밑 가시 뽑기가 새 정부의 주요 정책이지만 `비리 백화점`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어린이집이 `어린이 천국`이 되게 하려면 지금의 느슨한 규제를 더 강화해서 비리를 원천차단해야 한다. 지금 `민간 어린이집`은 인가, 가정 어린이집은 신고만 하면 설립할 수 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나오기 전에는 1천6백여개소에 불과하던 어린이집이 올해는 4만2천여개소로 늘었다. 물론 핵가족현상 때문에 `조부모의 의해 보육`이 줄어들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된 것도 이유지만 어린이집 설립이 용이하고, 담당 공무원 수가 너무 적어 단속이 느슨한 탓으로 운영에 비리가 많이 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 들면서 보육 지원금이 대폭 늘면서 어린이집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그 단속은 경찰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많은 문제점에 당면한다.어린이집의 부정 비리를 보면 실로 `복마전`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영아 3명이 자신의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처럼 보육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해 1천150만원의 보조금을 부당 수령한 경우, 보육교사 수를 부풀려 보조금을 더 타낸 경우, 울고 있는 어린이의 뒷머리를 책상에 강하게 부딪혀 아이가 한동안 멍하니 정신을 잃게 만드는 장면이 CCTV에 찍혀 방송에 공개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전국의 부모들이 심한 충격을 받았다. 또 떠든다고 입에 반창고를 붙여 한동안 그대로 두었다가 날쌔게 떼어내 아이에게 고통을 준 어린이집도 있어서 부모로부터 고발당한 경우도 있었다. 우는 아이를 버릇 고친다며 어두운 빈방에 혼자 가두어 아이를 공포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아이를 고문 학대하는 일 외에도 어린이 간식용 식재료 구입 내역서를 보면 커피 등 원장의 생활용품을 끼워넣어 구입한 정황도 포착되었다. 또 최근에는 쓰레기로 버린 푸성귀를 주워다가 죽을 쑤어서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먹인 어린이집도 적발되었다.“어떻게 저런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나”라고 비판하면서 직장에 사표를 내고 고발을 한 보육교사들도 있었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모임이 있는데, 해당 원장은 이 사실을 원장회의에 공개해 그 보육교사의 재취업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사례도 있었다.CCTV를 증설해서 `감시 사각지대`를 줄이고, 부모들에게 정기적으로 이를 점검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담당 공무원 수가 너무 적어서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비리를 고발한 사람에게 일정한 보상금을 주는 제도를 시행할 필요도 있다. 어린이집에 보조금을 증액하는 것보다는 그 예산으로 국가어린이집을 더 짓고, 기업체를 설득해서 직장어린이집을 더 늘려야 한다. 어린이집 설치 기준을 강화하고,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꾸는 등의 규제가 필요하다.

2013-08-05

음악으로 무더위를 이기는 지혜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는 포항오페라단이 최근 포항시청 문화동 대잠홀에서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 `베르디 오페라 하이라이트` 갈라 콘서트를 열었다. 지역 출신 신진 성악가들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 성악가들이 총출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고, 정상급 성악가 11명이 우정출연을 해 한결 돋보였다. 바리톤 임용석이 예술감독을, 피아니스트 김초롱·박종국이 반주를 맡았고, 베르디의 3대 오페라 `리골레토``라 트라비아타``일 트로바토레`등으로 한여름 밤의 무더위를 식혔다.`제13회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펼쳐졌다. 6개국 35개 공연예술단체들이 참가해 연극과 뮤지컬, 퍼포먼스, 코미디쇼 등을 선보였다. 불빛쇼와 함께 펼쳐진 개막 작품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동시대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판타지 뮤지컬로 연희단거리패가 열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춤추는 바다, 바다에서 꿈꾸다`라는 부제로 4일까지 5일간 펼쳐졌던 경북 최대의 공연예술제 포항바다국제공연예술제에서는 특히 거리극을 올해 처음 선보여 관광객과 함께 어울리는 즐거움도 주었다.경주문화재단은 1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8시 보문단지 야외공연장에서 `8월에 눈 내리는 경주예술의 전당 시즌2` 공연을 펼친다. 지역 예술단으로 구성되며, 매주 다양한 장르를 특색 있게 선보일 작정이다. 눈이 내리는 시원한 무대 연출과 얼음물을 제공해 열대야를 날려보낸다. 1일 첫공연에서는 국악을 접목시킨 라디오 공개방송 형식의 공연으로 관객으로부터 받은 사연과 신청곡을 소개하는 소통공연으로 진행됐다. 경주문화재단은 또 3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교촌한옥마을에서 `교촌음악회`를 열어 여름 무더위를 날린다. 10일에는 판소리의 명인 `정순임 명창과 두두리의 콜라보레이션`을, 17일에는 명품공연 `남사당 놀이`를, 24일에는 `경주국악의 뉴 제너레이션`등이 펼쳐진다.안동 하회마을에는 높이 64m의 천연절벽 부용대가 있고, 그 아래에 푸른 강물이 흘러가고 부용대 맞은편 강 너머에는 솔밭 만송정이 있다. 옛사람들은 여기서 줄불놀이를 했고, 부용대 위에서 불더미를 굴려내리는 퍼포먼스도 펼쳐보였다. 선비들은 배를 타고 시회(詩會)를 하며, 품격 높은 풍류를 즐겼다. (재)세계유교문화재단(이사장 김상철)은 실경수상뮤지컬 `부용지애`를 7일 첫공연을 시작으로 11일까지 5일간 만송정 일대에서 공연한다. 올해 4번째로 공연되는 부용지애는 유교사상인 `인의예지신`에 맞춰 총 5장으로 구성된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하회마을의 절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수상(水上) 뮤지컬은 공연계의 새로운 장르로 탄생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음악에 실어 날려보내자.

2013-08-05

일방통행식 독단이 문제

경북 영양군은 지난해 `2012 영양김장축제`를 열어 `김장 문제 해결과 추억 만들기`에 성공했다. 단일 소재로 10일간의 프로그램을 짜는 일이고 첫행사여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무난했다는 평을 받았고 올해의 `영양 빛깔찬 김장축제`를 기다리는 주부들이 많다는 말도 있어 지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영양군의회 예결특위가 이 김장축제 예산 1억원 전액을 삭감해버렸다. 이에 대해 지역의 고추·배추 재배 농가들과 군민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기대되는 축제가 막 시작됐는데 농가들과 군민들의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아무 대책 없이 예산을 잘라버린 결정은 성급했다”란 비판의 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예결특위에서는 “집행부가 예산편성과 관련해 충분한 사전 설명이 없었고 사업계획의 부실 등이 엿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기 보다는 `집행부 길들이기`를 위한 또 다른 독단이며 농민과 군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첫 행사의 부실은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해를 거듭할 수록 차츰 개선돼나갈 수 있으니 그것을 문제 삼아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것은 `감정적 결정`이다. 집행부는 집행부 대로 의회는 의회대로 일방통행식 결정을 한 것이 문제다. 군의 발전은 안중에 없고 양 기관 간 힘겨루기나 하는 것은 민생보다 정쟁에 몰두하는 국회의 모습과 흡사하다. 빨리 버려야 할 구태 악습이다.대구 동구청은 냉동생선을 해동해 냉장창고에 보관한 율하동 롯데마트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영업정지 7일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업체는 이에 불복하고 대구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대구시 법무담당관실은 “주민에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1천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으로 바꾸었다. 이에 대해 동구청은 “공룡 유통업체에 솜방망이 처벌이다. 주민 불편을 이유로 들었지만 다른 마트도 있기 때문에 심각한 불편은 없고,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행위는 엄한 처벌해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시민정서와 법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독단적 결정을 내려 발생한 갈등이다.포항의 경우 `효자삼거리의 사거리 변경공사`는 포항시와 포항남부경찰서 간의 마찰을 발생시켰다. 경찰은 도로공사의 중지를 요청하며 “당초 포항시가 제출한 설계도면과 달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교통정체와 사고위험이 있어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도로 선형 변경으로 교통불편과 예산 낭비만 불러왔다”고 했다. 이에 포항시는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공사를 재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진작에 그렇게 할 일이지 왜 사후약방문식 행정을 하는가. 일방통행식 독단이 항상 문제다.

2013-08-02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경제와 국방과 신뢰 3가지 중에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신뢰`라고 공자는 갈파했다. 유대인이 오늘날 세계경제의 중심이 된 그 힘은 신뢰에서 나왔다. 미국 뉴욕의 보석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은 계약서나 보증서가 없이 보석을 거래한다고 한다. 사람(人)의 말(言)이 바로 신(信)인데 `사람의 말`을 법으로 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자와 유럽의 유대인의 뜻이 잘 맞아들어간다.그런데 우리나라는 국가기관의 말도 믿기 어렵다. 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는 2011년 6월 “KTX 포항 신역사 주변에 복합 환승시설, 터미널, 근린생활시설, 판매시설, 컨벤션센터, 오피스텔, 백화점, 멀티플랙스 영화관 등을 입주시키겠다”고 했다. 당시 이병석 의원(현 국회부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동대구역보다 큰 규모로 건설된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철도시설공단측은 당시와 달리 주변 시설물들이 모두 빠진 포항신역사 조감도를 제시했다.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 이태균 본부장은 “당시 조감도는 신역사 역세권 개발에 민간사업자를 유치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설계된 것같다”고 했다. 그러나 포항시민들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MB정권이 물러가기 바쁘게 KTX 역세권도 찬밥신세가 되는 모양이라며 염량(炎凉)세태를 탄식한다. “지난 15년 간 소외지역으로 천대받았는데, 다시 그 때로 돌아가는가” “KTX 노선 자체가 MB의 얼굴 보고 시도한 일이니 체면치레만 할 모양이다” “교통오지 포항이란 오명을 영영 벗어나지 못하는가”허탈한 탄식이 나온다.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의 신뢰에 큰 금이 갔다는 점이다. 진나라 효공 시대에 상앙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당시 국민의 국가에 대한 불신감은 극심했다. 상앙은 우선 불신부터 씻기 위해 “남문에 있는 통나무를 북문에 옮기는 자에게 십금을 준다”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다시 “오십금을 주겠다”하니 옮기는 자가 있었고, 상앙은 그에게 약속한 돈을 주었다. 이렇게 해서 신뢰를 쌓은 후 상앙은 자신이 만든 법률을 공포했고, 그 법률을 그는 철저히 실천했다. 태자가 한번은 법을 어겼는데 `잘못 가르친 죄`를 물어 스승을 처형하고, 태사(太師)는 경형(이마에 먹실로 글자를 새기는 형벌)으로 처벌했다.포항과 대조적으로 차질 없이 추진되는 곳이 경주 KTX 역세권 신도시다. 총면적 1천372㎡에 사업비 4천259억원(공공 51%, 민자 49%)을 투입해 2019년까지 교통·문화·연구가 공존하는 복합신도시로 조성한다. 현재 경북도는 150억원을 투입해 5m짜리 진입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에 착수, 내년 하반기에 개통할 계획이다. 경주와 포항은 지척인데 차별이 심하다. 포항KTX 역세권 개발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2013-08-02

상생의 정신으로 문제를 풀어가자

지금 포항이 당면한 중대 문제는 RDF사업과 말산업이다. RDF사업은 불에 타는 쓰레기를 단단히 뭉쳐서 태운 에너지를 전기 생산에 이용하는 사업이다. 쓰레기를 매립하지 않아서 매립장 문제를 해결하고, 전기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대에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매우 이상적이다. 8년전인 2006년 포스코가 이 사업을 제안하자 시민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다이옥신 배출 등 환경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굴뚝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된다고 했다. 그런데 이 `바람직한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것은 포스코-포항시 간의 협상이 원만한 타결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과는 달리 포스코는 지금 창사 이래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다.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기를 맞아 조직 통폐합 등 경영합리화를 단행하는 상황이고, 신규 투자를 자제하는 형편이다. 더욱이 RDF사업을 먼저 시작한 부산시는 아직 시험가동중이어서 그 성패가 불확실하니 후발 주자들이 선뜻 뛰어들기도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시행사인 포스코에너지가 총 사업비 1천350억원 중 70%인 1천억원을 투자할 여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8년간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이에 `열쇠`가 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착한 적자론`이다. 비록 적자를 보지만 국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면 적자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RDF사업이 힘겨운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가 `착한 투자`차원에서 장기 저리로 자금을 빌려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금까지 포항시와 포스코 사이에서만 협상이 진행됐는데, 경북도와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힘을 보태주면 한결 쉽지 않겠는가.포항시는 2006년 이 일에 처음 나섰던 최규식 당시 청소과장을 복지환경국장으로 전보 발령해 진두지휘를 맡기고, 국장 과장 계장까지 총출동해서 포스코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들과 실무협상을 벌일 태세다. 이것은 RDF사업을 기필코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포항시는 장차 뭘 먹고 살 것인가”란 화두를 놓고 밤낮 고심하는 박승호 시장의 노력을 봐서라도 대구 경북지역 국회의원들이 민생 차원에서 협력해주었으면 한다.말산업은 이미 영천시에서 성공사례를 보이고 있는데, 포항에서는 아직 환경문제에 걸려 매끈하게 추진되지 못한다. 양덕 승마장은 75% 진척된 상황에서 백지화돼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인데, 포항시의회 의원 출신 사업가가 곡강초등학교 인근 부지에 사설 승마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제2의 양덕승마장`이 될 모양이다. 주민들은 악취와 인접 농경지 피해를 우려하며 포항시와 의회에 반대 진정서를 냈다. 무엇이 포항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한가를 생각하는 상생의 정신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겠다.

2013-08-01

현장에 민생 해결의 길이 있다

경북도 보건복지국 직원들은 사회복지 현장의 애로사항 청취와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에서 답을 찾자`란 슬로건을 내걸고, 7월부터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직원 40여명이 노숙인 복지시설인 영천 나자렛집을 찾아 입소자와 시설 종사자들의 건의사항을 청취했다. 이는 국민행복시대를 피부로 느끼게 하겠다는 김관용 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여야가 `정쟁 중단, 민생 탐방`에 나섰다. “국회의원의 본업이 싸움이냐?”는 국민의 질책에 의한 행보이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최근 소속 의원 전원에게 민생 경제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출하라는 `여름방학 숙제`를 내줬다. 창조경제 실현과 일자리 창출 등 민생경제 전반의 활성화를 위한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1인 1건`의 대안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최경환 원내대표가 내려보냈다. 최 대표 자신은 지역구인 경산·청도의 주요국책사업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손가위`(손톱밑 가시 제거 특위)를 설치 가동한다.민주당도 “올해 여름에는 휴가 없다”고 선언한 뒤 `한 손에는 민주주의, 다른 한 손에는 민생`이란 구호를 내걸었다. 김한길 대표는 29일 `을지로위`(을을 지키고 위로하는 위원회)가 주최한 서울·대전·대구·경남 지역 대리운전 기사 피해사례 간담회에 참석했다. 을지로위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에 대리운전업체들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심사청구를 내기로 했다. 민주당은 또 피해 신고가 접수된 사업장 별로 책임위원을 배정, 분쟁 해결을 중재하고 있다.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영양·영덕·울진·봉화)은 7월 초부터 폭염속에서 민생 현장을 누볐다. 봉화를 시작으로 영양 울진을 거쳐 30일 영덕에서 마무리했다. 강 의원은 장사 기념공원에서 “장사상륙작전의 빛나는 무공이 역사 앞에 떳떳하게 재조명되고 국가적 차원에서 예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지역발전의 초석이 될 동해중부선 철도 건설 및 동서4축 고속도로 현장을 찾아 격려하고, 관련 민원도 챙기는 한편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 불편사항을 듣고 당부를 경청했다.경북·강원·충청도의 민생문제 중에서 오랜 고질병으로 알려져온 것이 폐광산 주변의 토질 및 수질의 중금속 오염이다. 환경부는 경북도내 40여곳과 강원도 충북 등의 80개 폐석탄광산 주변을 대상으로 한 기초환경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는데, 30%가 `토양오염 대책기준`을 초과했고, 수질조사를 한 70개 폐광중 16곳은 납 니켈 망간 철 등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 때문에 적화·백화현상이 발견되는데, 장기간 중금속이 동해로 흘러들어 `독도 갯녹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전국 국회의원들이 현장탐방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주기를 기대한다.

2013-08-01

미국과 한국

▲ 구자문 한동대 교수·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30여년전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모든 것이 서툴고 새롭기만 했었다. 이미 제트여객기가 운항중이라 지금과 같이 10여 시간 비행 끝에 미국에 도착했지만 언어, 음식, 주거 등 모든 면에서 한국과 다른 점들이 매우 컸었다. 시카고공항에 내렸는데 폭설로 인해 연결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방안이 좀 쌀쌀함에도 온도 올리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따뜻한 샤워 하며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난다. 아이오아주에서 미국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영어가 서투르니 바디랭귀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유난히 `읍스, 익스큐스미`하는 단어가 귀에 많이 들어 왔다. 좁은 통로에서 마주치면 미국인들이 `죄송합니다` 하고 손쉽게 하는 말이었다.미국식당에 가면 음식도 많지만 주문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나는데 고기를 어떻게 구울 것인가 물으면 `웰 던`, 샐러드에 드레싱을 어떤 것으로 할까요 물으면 `싸우전 아일랜드` 하고 외웠던 기억이 난다. 그 이외에도 수박이 어느 것을 사나 매우 달고 맛있었던 것, 한국에서는 비싸서 잘 먹지 못하던 바나나가 매우 싸서 한동안 매우 즐겨먹던 기억도 난다.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우리 한국이 크게 발전하여 미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 생활수준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 많은 건물과 자동차, 대형마트와 식당들, 극장, 커피숍…. 이들이 사는 집에 우리도 살고 이들이 먹는 음식을 우리도 먹고 있다.한국에서 갓 결혼한 조카부부가 멕시코 휴양지에 신혼여행 갔다가 필자가 몇 주 머무르는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1박2일을 함께 지내었는데 우선 이들이 기성세대 한국인들과 달리 키들이 미국사람들 만하고 미국에 처음 왔음에도 서투르나마 당당하게 말하고 듣고 쇼핑하며 마치 이웃도시에 여행 온 것 같은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필자가 30여년 전 느끼던 그러한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지난 30~40년간 우리 한국의 발전은 놀라운 것이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꿈꾸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사회가 정말 미국사회와 같아진 것인가? 우리의 소득, 도시시설, 사회복지, 지역정치, 그리고 국제적인 위상까지 같아진 것인가?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우선 미국은 큰 나라이다. 국토가 넓고 갖가지 자원이 풍부하고 국민총생산이 절대적인 세계1위이며 군사적으로도 최강국이다. 잘 알려졌듯이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소득불균형, 슬럼지역, 인종차별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없는 것이 아니며 미국식의 자본주의를 본받을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아직도 다른 나라들이 경쟁하기 힘든 큰 강점을 지닌 나라이다.우리 한국은 아직 이러한 미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40%, 국민총생산은 5%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한국은 국토가 적고, 인구도 적고, 지난 30~40년간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자본과 기술면에서 미국과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우리 한국의 강점이 무엇이었는가? 이는 우리의 잘 교육된 인적자원이고 국민들의 남다른 부지런함이고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신념이라고 보아진다. 이러한 자산들을 바탕으로 산업화를 이루고 첨단의 제품들을 생산해내고, 세계적인 기업들을 키워내었다.하지만 작금의 우리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불황과 맞물려 있다 하더라도 너무나 긴 세월 동안 국민소득 2만불 전후에 머물러 있다. 과거 우리의 강점인 잘 훈련된 저렴한 비용의 노동인력이 지금도 존재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이텍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나타내며 크게 번성해야 할 우리 산업들이 중국 등 여러 나라의 추격을 받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님이 큰 안타까움이다.

2013-07-31

한·일관계, 정치·경제 분리해야

일본 시가현 어느 고교 학부모들은 11월로 예정된 한국 수학여행을 반대했다. “전쟁이나 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 한국에 자녀를 보낼 수 없다”는 것. 개성공단 문제로 북한이 테러나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는 이유다. 학교측은 “외무성에 의하면, 지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했지만 학부모측은 “우리도 외무성에 문의했더니 100%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대답이 왔다”고 했다. 돗토리현도 `한국수학여행`을 꺼리고 있다.잠실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아컵 최종전때 있었던 일이다. 애국가가 끝난 후 일본 응원단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흔들었고, 보안요원들이 깃발을 뺏었다. 그러자 붉은악마 응원단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란 글을 쓴 대형 걸개를 펼쳤다. 일본팀은 이에 항의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철거를 요구했다. 붉은악마는 걸개를 거두면서 응원도 거부했다. 응원소리가 사라지자 우리팀도 힘을 잃었음인지 종료 휘슬과 거의 동시인 후반 45분에 추가 골을 허용했다.한국인으로서 일본에 귀화해 현재 다쿠소쿠대 교수로 있는 오선화씨는 지금까지 `한국합병의 길` `반일 한국에 미래 없다`등 40여권에 달하는 한국 비판서를 펴냈다. 또 그녀는 “한국은 일본이 노벨상을 받을 때 마다, 돈으로 샀다`하는데, 그럴 시간에 한자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한국은 한글우월주의에 빠져 한자를 잊고 있다”고 했다. 그녀가 최근 친척 결혼식 참석차 방한했다가 공항에서 입국거부를 당했다. 그녀는 돌아가 신문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문명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는 인권도 무엇도 없다”고 말한 기사가 산케이신문 1면 머리를 장식했다.한·일간의 정치·외교적 관계에는 이렇게 갈등 마찰이 잔존한다. 일본 우익들의 혐한(嫌韓)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은 지 오래다. 그러나 경제교류에서만은 별 이상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 소재산업들이 포항 영일만에 투자처를 찾아 자주 오고, 최근에는 포항과 일본 마이즈루 간 국제페리 정기항로 개설 협의가 잘 진행되고 있다. 일본측 대표단 8명이 2015년 상반기 개설을 목표로 한 국제페리 정기항로 협의차 포항국제불빛축제 관람을 겸해 포항을 방문했다. 아울러 양 도시 간 청소년 홈스테이 및 스포츠 교류 확대도 협의했다. 포항시의회도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후쿠야마 시의회 의원 10명을 맞아 불빛축제에 안내했다.정치적으로 양국은 깊은 감정의 골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 이익을 서로 나누는 일에는 그런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정치는 `감성`에 좌우될 수 있지만 경제는 `이성`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베정권 이후 한·일관계가 심히 흔들리지만 경제교류에서는 내내 이상이 없었으면 한다.

2013-07-31

핑계도 다양한 여름휴가 외유

여·야당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위 일정을 우여곡절 끝에 합의하고는 1주일 간의 여름 휴가를 떠났다. 일부 의원을 배제하는 문제와 국정원 보고 비공개 여부를 두고 한참을 다투다가 얼마 남지 않은 날짜를 그나마도 휴가로 1주일씩이나 보낸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7월말은 너무 더우니 8월5일 국정원 기관 보고를 시작으로 특위 일정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했다.이에 특위 위원인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이를 `악마의 합의`라 독설을 퍼부었고,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자신만 선명한 것처럼 인기성 발언을 하는 것은 악마의 비겁함인가”라고 맞받았다. 국정원 국정조사는 여·야 갈등에다가 야당 내부의 갈등까지 겹쳐 `갈등 특위`가 된 것같다. 여기에 민변의 한 변호사는 “국기문란 범죄 진상 조사보다 여름 휴가가 먼저라고? 국정조사가 심심풀이 땅콩인가? 한심한 의원들!”이라고 비난했다. 시민들은 “국정 조사냐, 국정 휴가냐”했다.국정원 국정조사는 처음부터 난제 투성이다. 여야가 각각 `물고 늘어질 건수`가 있고, 누구를 증인으로 불러내느냐를 두고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피차 큰소리 칠 여지가 없는 맞고소 상황이었다. 그래서 무더위니 휴가니 해서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한 10일 남겨두고 재개해서 대충 끝내려는 것이 아닌가. “민생이 먼저지, 정쟁이 먼저냐”하는 국민의 비판이 무섭다. 여론조사에서 여야 공히 지지율 하락을 보이는 것이 바로 `국민의 질책`이다.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은 해외 출장을 두고 말썽이다. 우동기 교육감은 직업진로교육 연구와 선진국 사례 수집을 위해 스페인과 터키를 1주일간, 이영우 교육감은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를 비교 분석하고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발전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영국과 스페인에 갔다. 그런데 영국, 스페인, 터키가 우리나라보다 교육선진국인가. 경제력도 그렇고, 교육열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다. 그런데 어디 가서 뭘 배워오겠다는 것인가. 꼭 참고하고 싶다면 언론들이 해외 현장에 가서 취재해 지면에 실린 글을 보면 될 것이지 굳이 막대한 시민혈세를 써가며 1주일씩이나 돌아다닐 필요가 있는가. 독일의 마이스터 고교는 너무나 유명하다.더욱이 수행 공무원의 취지와 별 상관 없는 생활문화과장, 시설과장이 낀 것은 “출장목적은 내세운 핑계이고, 그냥 외유”라고 실토하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 함께 가는 부산, 강원, 경기교육감들은 주무관, 정책보좌관, 비서, 담당장학사 등이 수행했다. `연구보고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기행문을 베끼거나 남의 연구결과를 표절한 출장보고서가 나오지 않아야 하겠고, 시민들은 혈세 지출이 아깝지 않는 가치가 있는 레포트가 나오는지 감시해야 하겠다.

2013-07-31

정전60돌 콘서트가 가진 의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최근 한국전쟁을 `승리한 전쟁`이라고 했다. 6·25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겨우 5년 만에 터졌고, 세계는 `전쟁피로증`을 호소하며 “전쟁 빨리 끝내라”고 압박했다. 그래서 미국은 쫓기듯 휴전협정을 체결했으며, 이긴 전쟁인지 진 전쟁인지 제대로 정의도 되지 않은 채 종전(終戰) 아닌 정전(停戰)이 됐다. 그래서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됐는데, 미 대통령이 “이긴 전쟁”이라 선언했다. `6·25의 재해석`이다.이에 화답이나 하듯이 우리 국방부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은 올해 `백선엽 한미동맹상(賞)`을 제정해서 양국 군사동맹 발전에 공이 많은 미국측 인사를 포상할 계획이다. 상명칭에 `백선엽`이 들어간 것은 종북 좌파들은 백선엽을 민족반역자라 하지만 미군들에게도 백 장군은 6·25의 전설적 영웅으로 꼽히고, 한미연합사를 상징하는 구호인 “같이 갑시다(Go together)”를 창시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때도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끝머리에 분명한 한국어로“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동맹상 수상자는 역대 주한미군 장성이나 참전 용사 중에서 선발한다.정전 60년이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중국의 대북(對北) 태도가 변화를 보였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전쟁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조선을 지원함)전쟁이라 불러왔는데, 최근에는`한국전쟁`이라 불렀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Korean War`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정상회담 등 상호존중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니 항미(抗美)같은 용어를 자제하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중국과 북한은 `혈맹관계`가 아니라 `정상관계`로 격하됐다.또 하나 의미 있는 일은 `정전 60주년 기념 UN 참전국 교향악단 평화콘서트`가 창설된 것이다. 김인규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이 주관하고, 청백리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추진단장을 맡았다. 참전 21개국에서 음악가 30명이 참여하고, 한국인 음악가 30명 등 총 60명이 구성하는 오케스트라이고, 소프라노 신영옥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이는 “6·25가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이긴 전쟁”임을 외치는 모습이기도 하다. 북한도 `전승절`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하는데, 우리도 `참전국들과의 콘서트`로 승전의 의미를 부각시킨다. `서로 이긴 전쟁`이란 뜻이다. 음악회는 26일 도라산역에서, 30일 부산 유엔묘지 인근 문화회관에서 열린다.이런 의미 있는 콘서트가 두 번 공연으로 끝나는 것은 아쉽다. 전국적으로 유치해서 평화를 다짐하는 것이 좋다. 우리 대구·경북지역도 이 악단을 유치해서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항 효자아트홀이 관심을 가질만하다.

2013-07-30

적조 대책 완벽히 세워졌는가

올 여름 기상은 매우 특이하다. 중부지역은 긴 장마가 이어지고, 남부지역은 땡볕만 내려쪼인다. 게다가 동해안은 냉수대가 형성돼 해수욕철인데도 바다에 들어가 5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수온변화에 민감한 물고기가 견디기 힘들어 폐사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동해안 10여 곳의 양식장에서 100여만 마리의 어류가 냉수대 때문에 폐사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적조현상까지 나타나니 어민들의 한숨은 더 깊어간다. 지구촌의 기상이 갈수록 이상현상을 보인다.북에서 내려온 찬공기와 덥고 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팽팽하게 맞서면서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가 예상보다 오래가고 있지만 일단 장마가 끝나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9월 초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 한다. 하늘이 한반도에 호된 시련을 주는 것 같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동해안은 냉수대 후에 적조까지 겹친다. 이미 남해안은 엄청난 피해를 봤다. 강렬한 햇빛 등 적조 번식 여건이 조성되면서 양식 물고기가 떼죽음한 것이다.경남 거제에서 처음 적조가 발생한 후 통영, 남해, 거제 일대 양식장 21곳의 물고기 744만 마리(20억원 상당)가 폐사했고, 특히 통영은 양식장 40여곳 중 80%가 피해를 입었다. 전남쪽은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나 여수 앞바다에 적조가 확산돼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강한 비나 태풍처럼 적조를 막을 요인이 당분간 없을 것인데, 남풍을 타고 적조가 계속 연안으로 밀려오고 있다”며 철저한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했다.국립수산과학원은 포항시 남구 장기면 양포리에서 북구 청하면 월포리까지 동해안 해역에 적조가 발생해 27일 적조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날 길이 1㎞ 폭 30m의 적조띠를 어민들이 발견하고 수산당국에 신고했는데, 적조생물의 밀도가 주의보 기준치보다 훨씬 높았다. 경북도 어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최근 포항 등 동해안 일부 수역의 경우 냉수대가 약해지고 수온이 급속히 오르면서 적조 발생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양식장 피해가 보이지 않고 있으나 남풍이 불어 적조대를 양식장 쪽으로 밀고, 수온 상승으로 적조 발생 해역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으니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경북도는 28일 하루 동안 3척의 어업지도선을 동원해 샅샅이 예찰했고, 어선들에게도 적조를 발견하면 문자메시지 등으로 즉각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양식장에서는 가급적 적조생물 밀도가 낮은 중층으로의 가두리 이동이 요구되며, 육상 수조식 양식장은 유입수 사용시 주의가 요망된다”고 했다. 항구적인 적조대책을 위해 연구기관에서 해독제 발명에 더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2013-07-30

먼저 도덕성에 흠결 없어야 한다

김형태 국회의원(포항 남·울릉)은 25일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지난해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했으나 제수 성추행 논란으로 4월18일 탈당해 무소속이 됐고, 사전선거운동 및 선거운동원 금품제공(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었다. 그는 지난 2011년 3월 초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 `선진사회언론포럼`이란 간판을 내걸고 사무실을 낸 뒤 직원과 전화홍보원 10명에게 1년간 여론조사를 가장한 홍보활동을 하도록 지시하고 급여 명목으로 5천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이에 불복, 항소했으나 대구고등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1심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김 의원은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 1부는 그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함으로써 김 의원은 이달 25일자로 의원직을 잃게 됐다. 이에 따라 포항 남·울릉지구는 10월에 재선거가 예정돼 있고, 현재 10여명이 거명되고 있다. 그 면면은 다양하다. 국정 경험이 많은 원로급도 있고 신진들도 있다. 정치권에 몸 담은 지 오래된 중견들도 있는데 아직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해 때를 기다라는 예비 후보들도 많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학교를 조금 다니다가 서울로 올라가 이른바 `큰물에 놀던`인물도 있고 태어난 후 줄곧 이 땅에 뿌리 박고 살아온 토박이들도 있다.이들은 일단 새누리당 공천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이번 공천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김형태 전 의원의 실각은 포항 시민의 자존심과 명예를 실추시킨 일인데, 이것은 새누리당의 공천 실수가 그 원인을 제공했다. 포항시민들은 정당의 결정만 믿고 그를 선택했던 것인데, 공천심사가 얼마나 허술했으면 선거법 위반에 추문까지 겹치느냐 하는 `책임론`까지 나온다. 추문은 탈당으로 이어지고, 사전선거운동이나 금품제공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 상실로 이어졌으니`공천 잘못`을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오를 벌충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재선거 공천에서는 실책이 있어서 안된다.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지명도, 경륜, 능력, 인품, 조직 등이겠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품과 도덕성이다. 그것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으면 실족(失足)할 위험이 높다. “우선 인간이 돼라”란 말은 선거때 가장 깊이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정의로운 마음가짐이다. 비록 당리당략에 어긋나는 일이라 하더라도 용감히 바른말을 할 수 있는 정의심이 없다면 `정치가`가 아니라`정치꾼`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화려한 경력도 좋고, 높은 경륜도 좋고, 참신성도 좋지만,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능력도 가늠해봐야 한다.

2013-07-29

민주당에 바른 말 하는 의원 있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6월21일 “대화록과 녹취자료 뿐 아니라 회담 준비 자료와 회담 이후 각종 보고 자료까지 함께 공개하면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라 했고, 같은 달 23일 트위터에는 “국정원에 있는 것은 부본이나 사본일뿐 (원본)과 똑같은 내용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열람 결과 만약 NLL에 관한 노 전 대통령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란 성명을 발표했다가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을 찾지 못하자 7월23일 성명에서는 “대화록이 없더라도 정상회담의 기록들만으로도 진실을 규명하기에 충분”하다며 말을 뒤집었다.이에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문 의원은 대화록 작성 보관 이관에 대해 누구보다 그 과정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고 대통령 기록물 공개도 문 의원이 주도적으로 주장해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고 다른 의원들도 “정말 저분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고 했던 사람인가 라는 의아심이 생긴다. 언제는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슬그머니 덮자고 한다”고 했다.민주당 조경태 최고의원은 당 지도부의 만류를 뿌리치고 바른말을 했다. “선 국정조사 후 대화록 열람의 당 기조가 정상회담록 전면 공개로 선회한 건 문재인 의원의 강력한 주장 때문이었는데 본인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면서 “민생은 내팽개치고 지켜야 할 원칙을 버린 채 이제는 정파의 이익을 위해 대화록 공개, 정계은퇴를 운운하면서 나라를 뒤집었던 분이 오늘은 일방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NLL논쟁을 종식하자고 한다”고 비판했다.그리고 그는 “대화록 무단공개와 마찬가지로 실종사건은 또 하나의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다. 이른 시일 내에 검찰수사를 통해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했다. 또 민주당 내 비노(非)계 최영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의원은 현 사태의 가장 책임 있는 사람으로서 여론 악화 발언을 하지 말고 가만히 계셨으면 한다”며 “덮자고 해서 덮어질 상황이 아니다. 억장이 무너질 얘기”라며 가세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이 짜집기 됐다느니 조작됐다느니 문제 제기를 했던 쪽에서 그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할 입증책임이 있는데 왜 슬그머니 덮자고 하는가.사초(史草)란 극비사항이어서 실록(實錄)을 편찬한 후 세초(洗草)라 해서 종이를 물에 빨아 글자를 지우고 실록은 4벌을 만들어 4군데의 사고(史庫)에 나눠 보관할 만큼 엄중히 관리했으며 폭군이나 암군의 강압이 아니면 왕도 그 실록을 열람할 수도 없었다. 정상회담 중 영토와 관련된 대화록 원본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사건이다. 검찰수사가 미진하면 특검도 해야 할 일이다.

2013-07-29

우리도 정전(停戰)기념일을 기리자

6월25일을 우리는 잘 기념하지만 정전협정을 조인한 날에는 무심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압록강을 국경으로 한 완전통일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미국이 38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한 휴전을 확정짓자 우리는 53년 7월27일 휴전협정 조인식 참여를 거부했고, 반공포로 석방 등으로 반발했다. 이후 정전일을 북한은 `승전절`로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하고, 우리는 그 날을 `잊혀진 날`로 넘겼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전쟁발발일`보다 `전쟁 그친날`을 더 중요하게 기린다. 전쟁이 난 날은 비극적인 날이지만 그친 날은 축하할 만한, 희망의 날이기 때문이다. 독일이 1차세계대전 항복문서에 서명한 날이 11월11일 오전 11시이므로 유럽 유엔국들은 그 때 현충일 행사를 시작한다.우리나라도 정전 60주년이 되는 올해부터 7월27일을 기념하기로 했다. 60주년은 환갑이 되는 해이므로 의미가 있다. 한국은 미국에, 백악관은 한국에 대통령 특사단을 파견하는데 그 격(格)이 많이 높아졌다. 한국의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6·25 참전은 자랑스러운 일이 됐다. 생존 참전용사들은 “우리가 목숨 바쳐 싸운 나라가 오늘날 10위권 경제대국이 되다니,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공산당에 맞서 싸워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최초의 전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지켜줄 가치가 있는 나라를 지켜주었다는 자부심이다.6·25에 참전했던 나라 16개국중 15개국은 수도에 참전기념비를 세웠다. 영국이 빠진 나라인데, 영국도 올해 런던에 기념비 건립에 착수해서 내년 7월 27일에 완공후 기념식을 거행할 것이라 한다. 그동안 정전기념비가 없었던 것은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런던에 부지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한국계 귀족인 로더미어 자작부인이 약 1억원을 기부하고, 한국 정부가 추가로 지원해서 자원을 마련함으로써 기념비 건립에 착수하게 됐고, 이 일은 영국의 유명 조각가 필립 잭슨이 맡았다.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부산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추모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해야 하며,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유도할 것이다. 우리가 이룩한 성공의 경험을 세계와 공유하면서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돕고 있다”고 했다.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국가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축하하며, 6·25 정전협정일을 `보람 있는 날`로 기린다. 우리도 이제는 그 날을 잊혀진 날이 아니라 `통일기원의 날`로 높이 기려야 하겠다.

2013-07-26

듣던 중 반가운 소식 두 가지

생사를 건 정치권 싸움판은 끝이 없고 소나기조차 없는 마른 장마가 지속되고, 숨 막히는 무더위속에서 냉방기로 제대로 틀지 못하는 `고문의 여름`을 보내는 중인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람들의 참을성이 많이 성숙했다”는 점이다. 여름에는 성질을 못견딘 싸움판이 잦고, 경찰은 `계절 사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데, 올 여름에는 그런 사고가 별로 없다. 지역민들의 인성이 많이 향상됐다는 증거다. 때를 맞춰 두 가지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학교폭력이 크게 줄었다는 것과 포항시가 대형 매장의 지역 진출 시도를 잘 방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4월 인터넷 나이스 학생서비스를 통해 실시한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대구지역 학교 폭력 피해응답률은 1.02%였고, 경북지역은 2.48%로 우리 지역이 안전지대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 최저치이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대구의 경우 학교폭력이 전혀 없었다고 응답한 곳이 27개교이고, 경북의 경우 지난해 121개에서 올해 320개교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피해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첫째 가족이고, 둘째 교사 등이었다. 전에는 “교사에게 알려봐야 아무 소용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교사를 많이 신뢰하게 됐다. 또 학부모에 책임을 묻게 되면서 가정교육에 더 힘을 쓰는 것같다.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지원이 필요한 학교를 늘리고, 책임교사에는 수업을 경감시켜주고 폭력 예방프로그램 운영 등에 예산을 지원하고 전문가 컨설팅 프로그램 등 행정지원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같다. 그리고 문제 학생과 대화를 통한 소통을 강화하고, 따뜻이 품어주며, 감성에 호소하고, 체육이나 예술교육, 봉사활동을 통한 인성교육을 꾸준히 시행한 결과이다.또 하나 반가운 것은 포항지역에 대규모 유통업체가 진출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것이 선진국형 경제분포인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실시해온 지역상권 살리기의 일환이다. 롯데마트 포항 두호점 개설 등록 신청이 반려됐고, 대잠 프라자 개설 등록 반려에 따른 행정소송이 기각됐고, 전통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도 24일 발효돼 장벽은 더 견고해졌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에서 전에는 업체의 손을 들어주는 예가 많았으나 지금은 전혀 다르다. 행정부가 거대자본의 무차별 난입을 막고, 지역상권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일이다.포항시 관계자는 “대잠 프라자 행정소송 사례는 이미 허가된 건축법보다 유통산업발전법을 더 중요하게 해석한 사례로 이제는 전통시장 상권 보호가 더 중요한 가치로 인정되고 있다”고 했다. 공룡자본이 지역을 `경제식민지`로 만들려는 시도를 무산시킨 포항시의 결단이 돋보인다.

2013-07-26

포항시 행정, 염려스러운 점들

지방자치단체 행정에서 단체장의 철학이나 취향이 영향을 미칠 여지는 많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지만 소통과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자치단체 마다의 특성을 발휘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균형을 맞추는 아량도 필요하다. 의욕이 넘치고 더 많은 실적을 쌓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자치단체장들이 많지만 `민심의 동향`을 살피는 여론조사도 이따금 실시해서 융화·통섭의 묘를 발휘할 필요도 있다. 지난번 양덕승마장 문제는 여러가지로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 그리고 최근의 언론 보도를 보면 포항시가 더욱 신중히 참고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정부는 2010년 공직사회의 유연근무제를 실시했다. 이것은 선진국형 근무형태로 정보통신기술이 최고조로 발달한 현 시점에서 `재택근무제`로 가는 그 중간 단계와 같은 제도이다. 프랑스의 공무원 사무실이 대부분 `자기 집`인 것이 그 예다. 그것은 대형 정부청사를 지을 필요도 없고, 출퇴근시간에 차 안에서 시간을 낭비할 일도 없다. 그 중간단계로 우리나라는 파트타임제, 요일근무제, 집중근무시간제, 시차출퇴근제 등 개인별 업무와 기관별 특성에 맞게 다양한 근무형태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그것은 분명 일제히 출퇴근하는 구시대적 획일적 근무형태보다 발전된 것이다.유연근무제 실시 3년인데, 그 간의 실태를 보면 지자체 간 편차가 너무 크다. 비록 자율이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제도라면 정부 정책에 따르는 것이 좋다. 그러나 경북도 평균 실천비율은 37.6%에 불과하다. 경산시(78.5%)와 안동시(74%)가 선두 그룹에 속하고, 포항시(0.45%)와 문경시(5.8%)는 하위그룹이다. 군지역의 경우, 예천군이 76%로 선두를 달리고, 울릉군이 4.9%로 최하위로 떨어졌다. 지역마다의 특성상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인식부족이나 의지 부족이 문제다. 지금은 임산부나 육아휴직을 해야 할 여성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유연근무제가 시행되지만 앞으로 더 선진국형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다.포항시는 3대의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양덕~포항시청 간 셔틀버스가 가장 붐비고, 서서 가는 공무원이 많다고 한다. 이것은 안 된다 해서 계약직 직원에 대해 “일반 시내버스를 이용해달라”고 권유를 했다고 한다.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에 서서 가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며, 특별히 사고위험이 큰 것도 아니다. “셔틀버스는 정규직을 위해 운행하는 것이므로 비정규직은 타지 말라”고 한 것은 흡사 “흑인은 뒷자석에 앉거나 서서 가라”고 해서 흑백 차별을 했던 미국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계약직 신분도 속 상한데, 버스차별까지 받는 마음이 얼마나 쓰라리겠는가. 일견 사소한 일 같지만 이런 차별이 포항시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킨다.

2013-07-25

취득세 인하, 득보다 실이 많다

이번 여름은 여러 가지로 국민을 열받게 한다. 남부지역은 찜통 더위로, 중부지역은 장맛비로 불쾌지수가 한껏 올라간다. 국회는 NLL대화록을 두고 자꾸 꼬이기만 한다. 책임 질 사람들은 교묘한 말재주로 국민을 우롱하고, 막중 국사를 다루는 사람들은 막말 독설 상소리를 남발하며, 얄팍한 인기에 연연한다. 그나마 검찰은 `전두환 징수법`에 따라 압수 수색을 수행하면서 국민의 박탈감과 상실감을 어느 정도 위로해주는가 싶은데, 한켠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취득세 인하와 보유세 강화 정책을 들고 나와 다시 울화를 돋운다. 한마디로 이번 세법 개정안은 득보다 실이 많고, 정부가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일으키고 있다고 하겠다. 취득세율을 절반으로 내리면 부동산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 하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전반적 경기가 활력을 얻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세법에 손을 대는 모양이나 그런 재정정책이 그리 효과적이었던 경험은 별로 없다. 땅이나 집을 사고 취득세를 절반 정도로 낮춰 내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래가 활기를 띠겠지만 곧 `거래 절벽`에 부딪힌다. 항구적으로 취득세율이 낮아지게 되면 서둘러 집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에 거래가 세율 변경 이전과 다름이 없어진다.부동산 거래 활성화라는 목적은 빗나가고 지방재정은 고갈되는 부작용만 남는다. 지방재정 고갈은 중앙정부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다른 세금으로 이 부족분을 보전시켜줘야 하는데, 그것이 간단하지 않다. 현재 부가가치세의 5%를 지방소비세로 이양하고 있는데, 이것을 10%로 올리면 대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랫돌 빼 윗돌 괴기`에 불과하고, 지방소비세율을 올리면 수도권은 재정수입이 보전되겠지만 소비 여력이 낮은 비수도권에서는 교부금만 줄어들 뿐 실익이 없다.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오래 됐지만 완전한 지방자치는 아직 요원하다. 정치적 자치는 돼 있어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은 선거로 뽑지만 재정자치는 없어 반쪽자치로 간신히 지탱해왔다. 그러니 자치단체들은 중앙정부에 매달려 구걸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자치단체장은 그`구걸`이 싫어서 재선을 포기하기도 한다. 재정이 중앙정부에 목 매달린 형편에서는 `구걸 잘 하는 단체장이 유능한 단체장`이 되니 반쪽자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자치재정의 대종(大種)인 취득세가 절반으로 깎일 상황에 처하니 지자체들이 안된다고 아우성을 칠 수 밖에 없다.“취득세율 영구 인하는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열악한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켜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강력 반발하는 것은 타당성 있는 항변이다. 정치권과 기상(氣象)이 국민의 울화를 돋우는데, 행정부까지 거들고 나서지 않았으면 한다.

2013-07-25

포항 제2 TP, 무리하지 말아야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이 딜레마에 빠졌다. 앞으로 포항시가 먹고 살 것을 마련하려면 조속히 추진해야 하지만 상수원보호구역에 공장을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포항시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초 계획대로 사업을 시행할 것”이라 했다. 시는 “자명천 하류 3.5㎞의 상수원 보호구역에 대해 `당초 사전환경성 검토 시 협의된 내용과 환경영향평가서에 제시된 입지해소 방법이 중앙부처의 신뢰보호 원칙에 결여된다`고 하고, 대구지방환경청을 상대로 절차적 문제를 제기, 설득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국무총리실 행정협의 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할 생각이다.그러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시가 추진하는 수도기본계획 변경안도 용수체계 변경비용과 사업기간 연장으로 증가될 각종 비용이 막대할 것이며, 지난 100년간 사용해오던 남구 주민의 생활용수를 공업용수로 바꾸고, t당 200원이나 하는 안계댐 물을 이용하는 것은 향후 더 큰 비용과 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사원도 지난 달 감사에서 “테크노파크 2단지 입지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이를 해소할 수 없거나 적절한 방안 마련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경우 관련 협약을 조속히 해지하라”고 하고, 사업시행 관련 공무원 징계를 시장에게 요구했다. “이 사업을 포기하라”는 권유나 같다.민주당 허대만 위원장도 이 사업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노름판에서 본전생각하다가 결국 패가망신할 것이니 이 시점에서 접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시가 손을 떼도 문제는 남는다. 포항시와 건설사, 금융기관들이 출자한 법인 자본금 300억원 가운데 이미 150억원을 지출했다. 또 사업 예정지인 달전·학전지역도 지난 2005년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여 500여 지주들이 8년간 재산권 행사를 못함으로써 집단민원이 일어날 전망이다. 감사원이 요구한 `직원 징계`도 시장으로서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니, 시가 사업 강행 쪽으로 생각을 정리하는가 싶다.이 사업은 지난 2008년 12월 학전리 일원 165만9016㎡를 일반산단으로 지정 승인 고시하고, 5천168억원(국비 473억원, 시비 60억원, 민자 4635억원)을 들여 2018년 준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주)포스코건설이 글로벌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선뜻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세월을 많이 보냈다. 그러다가 2011년 4월 사업시행자인 포항테크노파크PFV(주)가 설립되고, 그 해 12월 산업단지 계획 승인 신청이 들어갔다.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나 내내 어려운 여건속을 헤매는 사업이라 그 결과도 마뜩하지 않을 전망이다. 민자사업가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무리하지 않는 방향을 잡는 것이 좋겠다.

2013-07-24

산들바람 같은 스포츠 소식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늘 답답하다. 국가기록원에 NLL대화록은 없고 소모적 정쟁은 자꾸 확산된다. 싸움박질 그만하고 정치 좀 하라는 아우성이 높다. 말도 안 되는 생트집에 막말 비속어 음담패설 상소리에 나라 일에 고군분투하는 대통령을 공연히 걸고 넘어지는 망동까지 정치권 소식은 불쾌지수만 증가시킨다. 그러나 스포츠 소식은 한결 신선하고, 폭염속 산들바람 같은 상쾌함을 준다.최근 포항 야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는 1만5천 관중이 몰렸다. 이승엽 선수가 왔고, 포항 출신의 김시진 감독과 경주 출신의 전준우 선수도 왔다. 고향을 찾은 이 뛰어난 야구인들에게 고향의 팬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이 8년만에 서울에 왔다. 우리가 1대2로 졌지만 승부를 떠나 동족애를 나누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경기장 관중들은 북한 선수들에게도 인색하지 않은 응원을 보냈다.김시진 감독은 포항 중앙초등학교와 포항중학교를 나와 대구상고, 한양대를 졸업했고, 1983년 삼성에 입단해 1992년까지 10시즌 동안 124승 73패 16세이브를 기록한후 선수생활을 접고 지금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됐다. 팬들은 그를 `야구의 전설`이라 부른다. 그가 처음 야구를 시작할 무렵 포항은 실로 야구의 불모지였다. 오직 야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그는 오늘날의 성취를 이뤄냈다. 김 감독은 “공교롭게도 포항을 찾는 시점은 항상 내가 어려운 시기였다. 마음으로 위로받을 수 있는 힐링의 장소가 바로 고향인 것 같다”고 했다. 어려운 고비 마다 고향은 그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전준우 선수는 이번 올스타전에서 비거리 120m짜리 홈런을 터트렸고, 2점을 보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게다가 4타수 3안타 1 도루를 기록한 전 선수는 기자단 투표에서 몰표를 얻어 미스터 올스타로 뽑혔으며, 기아자동차가 협찬하는 K5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그는 2008년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했고, 최초로 1, 2군단 리그 `별들의 무대`를 휩쓰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경주 출신인 전 선수는 이번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최고의 왕별로 선발돼 고향 팬들의 환영에 멋진 보답을 했다.2005년 동아시안컵 때 한국에 왔던 북한 여자 축구팀이 8년만에 다시 왔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북한 인공기가 게양되었다. 6천500 명 관중은 편중되지 않은 응원을 했다. 북한 선수들의 좋은 플래이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경기를 2-1로 이긴 북한 선수들은 한국 응원단에게도 다가와 인사를 했다. 이같은 경기가 1930년대에 있었던 경평(京平)축구대회의 맥을 이었으면 좋겠다. 정치는 꼬이지만 스포츠에서만은 남북이 하나되는 모습이 보여져 폭염속에 한줄기 산들바람이 되었다.

2013-07-24

은행권은 자구책부터 마련하라

포스코그룹은 경제환경을 예민하게 읽어내고, 잘 대응하는 기업중 하나이다. 그같은 기민성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철강업체로 만들었다. 최근에 보여주는 포스코그룹의 움직임은 IMF때와 유사하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 앞에도 바싹 다가오고 있으며, 미국의 디트로이트나 유럽의 그리스 같은 부도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포스코그룹은 지난 3월 재무상태가 안 좋은 18개 개열사를 정리했고, 최근에는 포스코건설이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 그것은 사실상 구조조정이었다.포스코건설은 최근 임원 3명과 이사보, 부장, 일반 직원 등 64명에 대해 보직을 해임했다. 스태프 부문인 경영기획본부, 경영지원본부, 글로벌마케팅본부 산하 10개 실(室)을 모두 폐지하고, 업무가 유사한 그룹은 통합했다. 세계경제 성장률이 11분기 계속 하락하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건설 및 철강경기가 악화하니 각 회사 마다 자구책을 강구하는 것이다.글로벌 불황은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심각한 위기가 다시 온다는 관측도 있다. 지금 체질개선을 하지 않으면 과거 피눈물 흘리던 참상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 수익이 반 토막 난 것은 은행들의 책임이 크다. 건전성이 악화되는 시점이어서 은행들이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 합리화에 나설 필요가 절실해 적극적으로 지도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점포 정리를 통한 인원 감축, 인건비 효율화 등이 처방전이란 말이다. 그런데 은행들이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자구책을 모색하지 않고, 원가분석을 핑계로 수수료를 올려 수익을 보전하려 한다.은행권은 수익이 많을 때는 성과급 잔치로 연봉을 크게 올리면서도 불황에는 연봉을 줄이지 않는다. 은행원의 평균 급여는 1억원 수준으로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업종보다 높고, 삼성 같은 대기업보다 높다. 그야말로 신의 직장으로 최고의 연봉을 받았는데, 수익이 반 토막난 지금 은행권은 자구책을 마련할 생각은 않고, 수수료를 더 받아 최악의 경영상태 속에서도 변함 없는 수입을 누릴 생각을 하는 것이다. 결국 금융소비자인 서민만 `봉`잡겠다고 하니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연맹이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다.주요 시중은행 행장의 연봉이 10억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인상을 시도하고 있으니 금융소비자단체들의 반발은 당연하다. “빈대도 낯짝이 있는데,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9천만원을 넘어 은행권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이 솔선수범하고 은행권이 호응해서 자구책을 마련하라. 서민을 볼모로 수수료 인상을 획책해서는 안된다”고 외친다. 금융소비자들이 은행권을 정신 차리게 만들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2013-07-23

`해병대 캠프` 명칭 상표등록을

근래에 들어 대형 사고가 잇따른다. 항공기가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켜 3명의 중국 소녀들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했고, 서울 노량진 상수도관 배수지에서 폭우가 쏟아지던 날 작업하던 7명이 한강물 유입으로 익사했다. 충남 태안에서는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여했던 고교생 5명이 바다에 들어갔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모두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올 여름은 기상도 이변이다. 중부지역은 연일 폭우로 악성장마가 이어지고, 남부지역은 비 없는 폭염이 계속된다. 노량진 수몰사고에서는 보상금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한국인 4명, 연변 조선족 3명에 대해 차별 없이 2억원 가량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이라 한다. 정부산재보험금과 시공사 보상금, 그리고 서울시의 자체 위로금을 합한 금액이다. 그러나 태안 고교생 5명에 대한 보상금은 아직 결정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용역을 맡은 유스호스텔이 용역계약서에 “안전 보건에 최선을 다하고, 사고 발생시 민·형사 책임을 진다”고 했지만 아직 보상액은 제시되고 않고 있다.`해병대 캠프`란 이름이 붙으면 사람들은 그 이름을 신뢰한다. “사내 다운 사내를 만들어준다”며 학부모들은 자녀를 선선히 해병대 체험캠프에 보낸다. 그러나 `사설 해병대 캠프`와 `정통 해병대 캠프`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전국적으로 해병대란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사설캠프는 20개에서 60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병대 출신 몇명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운영하면서 `해병대`란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이번 태안의 경우에도 교관 32명중 인명구조사 자격증이나 수상레저자격을 소지한 사람은 13명뿐이고, 이중 일부는 해병대와 관계 없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해병1사단은 “해병대 캠프는 철저한 안전대책을 갖고 있으며, 해병대 사령부가 연간 2회 여름과 겨울에 실시하는 캠프는 포항 해병대 1사단 한 곳이 유일하며, 다른 것은 해병대 이름만 붙인 가짜”라고 했다. 그러니 1사단이 운영하는 캠프만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고, 다른 것은 아무렇게나 급조된 사설단체인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체험캠프를 승인이나 허가를 해주는 제도도 없고, 기관도 없다는 점이다. 해양훈련에는 위험이 따르므로 반드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해병1사단은 `해병대 캠프` 명칭을 상표등록해서 함부로 해병대란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태안의 경우, 물살이 거세므로 위험하다고 경험 많은 어민들이 경고를 했지만 무시됐고, 더욱이 위험 해역에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들어갔다는 것은 `자격미달 조교`의 중대 실책이다. 바다 체험 캠프의 안전성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극기훈련도 안전이 확실히 확보돼야 한다.

2013-07-23

무궁화가 꽃피는 계절이다

무궁화 만큼 호된 수난을 받은 꽃도 없다. 일제때 `무궁화와 사쿠라의 비교`때문에 `조선 민족정신 말살`의 일환이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뽑혀지고 불태워졌고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생긴다는 둥 몸에 부스름이 난다는 둥 터무니 없는 험담을 퍼뜨리고 무궁화를 보거든 침을 3번 뱉어라는 둥 측간이나 퇴비더미 근처에나 심어라는 둥 천대 구박이 극심했다. 그러나 남궁억 선생은 뽕나무로 위장해서 무궁화 묘목을 길러내 보급했고, 우호익 선생은 무궁화의 역사와 생태를 깊이 연구해서 귀한 자료를 남겼다. 이 두 선각자가 없었다면 우리나라도 북한처럼 무궁화 없는 처지가 됐을 것이다.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깊은 인연이 있다. BC8세기에 나온 중국고전 `산해경`에 “북방에 있는 군자의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이 자란다”란 기록이 있고 고운 최치원 선생이 중국에 보내는 국서에 “우리 근화(槿花)지국은….”이라는 귀절이 있다. `근화`란 무궁화를 뜻한다. 신라때 청소년단원들이 머리에 무궁화꽃을 꽂고 다니며 교육훈련을 받았다 해서 `화랑도`란 이름을 얻었다. 과거시험에 장원급제 하면 임금이 `어사화`를 관모에 꼬아주는데 그 꽃이 무궁화였다.일제 수난의 역사를 다 겪어낸 후 1949년 무궁화는 화려하게 부활한다. 대통령 휘장, 행정·입법·사법부의 휘장, 경찰의 계급장, 상장 표창장의 도안 등에 무궁화 문양이 채택되었고 1950년에는 태극기를 매다는 깃대의 깃봉을 무궁화 봉오리 모양으로 만들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서 무궁화를 모두 없애고 함박꽃을 국화(國花)로 삼았다. 애국가의 `무궁화 삼천리`란 귀절은 통일염원의 노랫말이 돼버렸다.유럽에서는 무궁화를 `Rose of Sharon`이라 부른다. 샤론은 팔레스타인의 옛이름이고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할 때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복지가 기다리고 있다” 했던 바로 그 곳이다. 샤론의 장미란 말은 무궁화에 대해 최고의 찬사인 셈이다. 남태평양 여러 섬나라에서는 손님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는데 `hibiscus`라 부르는 바로 무궁화이다. 비가 많고 날씨가 더워서 꽃이 엄청 크다는 점이 우리나라 무궁화와의 차이점이다. 북한만 빼고 무궁화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무궁화는 세계적인 꽃인데, 우리나라가 그것을 국화로 선점(先占)한 것이다.무궁화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꽃이지만 봉오리가 끊임 없이 피어나서 7월부터 11월까지 3, 4개월간 그야말로 `무궁하게`핀다. 포항 청하 기청산식물원에 30년생 무궁화 216종이 지금 꽃을 피우고 있는데 광복절인 8월15일까지 무궁화축제를 열고 있다. 무궁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지를 실감할 기회이다. 무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바로 애국심이다.

2013-07-22

모든 길은 인문학으로 통한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정상외교 성공은 그 원인이 인문학에 있었다. 박 대통령은 이공계 출신이지만 인문학 공부도 깊이 했다. 수필가로 등단했고, 몇개의 외국어를 익혔고 동양고전을 읽어 마음을 닦았다. 그 인문학적 소양이 이번에 정상외교에서 빛을 발했다. 칭화대 강연에서 중국 고전속의 명언을 원어로 인용한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중국철학사에 관한 수필이었다.2007년 `월간 에세이`5월호에 발표한 `내 삶의 등대가 됐던 동양철학과의 만남`이란 글에서“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절 내 인생의 큰 스승으로 자리 잡은 것이 펑유란 선생이 쓴 중국철학사였다. 서양철학과 달리 동양철학에는 인간이 바르게 살아가는 도리와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의 가르침들이 녹아 있다”고 썼다. 국빈방문 전 중국에서 출판된  `박근혜 일기`에 이 내용이 소개되면서 중국 언론이 크게 들썩거렸다. 칭화대 강연에서 박 대통령은  `중국철학사`중의 한 귀절을 원어로 읽었다. “방안에 혼자 앉아 있어도 마음은 네거리를 다니듯 조심하고 작은 뜻을 내보이더라도 여섯 필의 말을 부리듯 조심하면 모든 허물을 면할 수 있다”독신(獨愼)의 수양법이다.박 대통령은 칭화대 강연후 펑유란 박사의 친필 휘호 족자를 선물받았다. 89세(1984) 때 당나라 시인 왕창령의 시를 쓴 작품이다. 이 서예작품은 중국의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데 당국의 특별허가를 받아 선물할 정도로 대통령의 중국 정상외교는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 부부가 베푼 특별 오찬에서도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당나라 때 시인 왕지환의 대표적 명시를 예술대학의 유명 서예가가 쓴 족자를 받은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인문학적 소양`이 거둬낸 한·중외교의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결합`이 이뤄낸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는 이공계 대학에 입학했지만 절반의 시간을 인문학 강의를 듣는데 할애했다. 인문학에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상상력을 배양하며, 이공계에서 얻을 수 없는 아이디어를 얻어냈다. 그 결과가 아이폰의 성공이었다. 경영학 분야에서도 인문학은 약국의 감초로 등장한다. 2011년 다보스포럼에서는 셰익스피어의 리더십, 언어의 발전과 쇠퇴, 음악 미술 치료 등 인문학과 문화예술에 관한 분과회의가 신설됐다.대학들이 인문학과를 폐과시키고 있다. 취업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응시자가 자꾸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계속적인 적자 출혈을 감내하기 어렵다는 사정은 알지만, 인문학을 아주 버릴 수는 없다. 이공계, 의학 약학, 법학 등에서 인문학 강좌를 필수로 넣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모든 길이 인문학으로 통하는 시대이다.

2013-07-22

감사원 개혁에 착수할 시점이다

최근 열린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의미있는 말들이 나왔다. MB의 좌장 이재오 의원은 “권력기관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해서는 안된다. 국정원장과 감사원장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비판했다. 또 이 의원은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감사원은 정치감사, 주문감사를 하면 안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깊숙히 개입하는 것은 여권 전반에 매우 큰 부담을 준다”고 했다. 이병석 국회부의장도 “감사원이 정권 바뀔때 마다 코드감사, 널뛰기 감사, 표적감사, 보복감사를 일삼고 있다. 당이 나서서 감사원 개혁을 추진할 때다. 4대강 감사는 한마디로 원칙도 기준도 없는 감사로 보인다”면서 우왕좌왕하는 감사에 일침을 가하고 “감사원은 문제점을 개선 보완하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감사 본연의 기능을 살려나가야 한다. 당이 감사원 개혁을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차제에 감사원의 전면적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4대강 감사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실로 널뛰기였다. 이명박 정권 시대에는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정권 말기인 1월에 와서는 “보 준설 등 많은 분야에서 졸속과 부실이 확인됐다. 부정 비리로 인한 예산낭비도 많았다”고 MB정부와 날을 세웠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를 염두에 둔 공사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MB측은 “터무니 없다. 정치공세가 심하다”고 했고, 친이계 중진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감사원장 사퇴, 감사원 개혁을 들고 나온 것이다.헌법 제98조 2항에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는 4년이고,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니 감사원은 대통령 소속의 한 행정기관이다. 행정기관이 행정기관을 감사하는 것은 `제 머리 깎기`에 다름 아니다. 정권이 바뀔때 마다 감사결과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니 “감사원이 전문성을 제대로 가진 감사기관이냐?”는 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기준도 없고, 원칙도 없는 감사가 권위를 가질 수 없는 것도 자명하다.그래서 지금 감사원의 위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감사원이 행정수반인 대통령에 소속된 곳은 OECD국가중 2개국 뿐이다. 예산·인사·조직구성권이 있는 독립감사기관을 가진 국가는 17개국이고, 입법부에 소속된 나라는 9개국이다. 대부분 국가가 감사원의 독립성을 보장하거나, 행정부를 감시하는 입법부에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감사원장 임기 4년을 다 채우는 원장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이래서는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진 권위 있는 중앙감사기관이 될 수 없다.

2013-07-19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역대 어느 정부든 새로 출범할 때 마다`규제혁파`를 내건다. MB정부때는 `전봇대 뽑기`라 했고, 박근혜 정부는`손톱밑 가시 뽑기`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규제를 없애면 두 가지 규제가 새로 생긴다. 더욱이 지금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의원입법이 마구 발의되고 있다. 사전 규제심의가 의무화된 정부발의 입법과 달리 의원발의 입법은 충분한 검토도 없는 인기성 발의도 상당하다.19대 국회에서 국회사무처에 접수된 법률안은 총 5천102건인데, 그 중 90% 가량이 의원발의이며, 그 법안의 65% 정도가 `규제법안`이라 한다. 그리고 실제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은 6% 정도인데, 그것은 이 법안들이 경제적 파장이나 부작용에 대한 검토 없이 무성의하게 제출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예컨대, 근로시간을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재계와 노동계가 모두 반대한다. 청년고용촉진법 개정안은 취업 제한을 당하는 30대 취업희망자들이 거세게 반발한다.최근 “기부금에 세금폭탄을 터트리는 조세제한특례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하는 시민단체들이 국회에서 합동기자회견을 했다. 착한 시민단체가 착한 기부를 하는데, 왜 엄청난 세금을 매겨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는가 하는 것이다. “법률이 바뀌어 2억원을 기부하면 40%에 가까운 8천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부를 하고 싶은데,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빈곤 청소년 300여명에게 음악교육을 제공해왔는데, 소외된 아이들이 악기를 접하고 무대에 올라 연주할 수 있었던 것은 고액의 기부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법이 개정된 올해는 기부를 유보하고 있다” 이런 호소가 이어졌다. 마구잡이 입법의 후유증이다.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제2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SOC 등 지역발전 선도 프로젝트도 지역 규제를 과감히 풀어줘야 지역발전에 더 효과적”이라 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특히 현장에서 애로가 많은 입지·환경규제는 상당 부분 지자체의 규제이지만 지방정부는 지역특성화 발전전략과 연계해서 기업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상공회의소나 세계은행 등과 함께 기업규제를 조사하고 발표해서 기업환경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면서 “중앙정부는 지역사업 추진과 규제 개선이 병행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적극 협의하고, 규제 개선 성과가 큰 지자체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최근 (사)경주지역통합발전협의회는 “경주발전의 저해요인이 되고 있는 현재의 문화재보호법을 현실에 맞게 완화해줄 것”을 호소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현재의 문화재보호법과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규제에 규제를 더하는 옥상옥의 악법이니 시급하게 이를 단일법으로 통합시켜달라는 내용이다. 지나친 규제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2013-07-19

속 보이는 독설, 신물난다

불쾌지수 높은 무더위에 정치권의 속보이는 정치공세가 짜증을 가중시킨다. 야당은 `공격조`이고, 여당은 `방어조`인 것은 정치의 본성이지만 그것도 국민이 공감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다. 국민이 “저건 억지다” “속 보이는 독설이다” “국면 전환용 말장난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것은 `역풍`으로 돌아올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친노`와 `비노`간의 우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데, `비노`가 당권을 장악하자 `친노`측은 소리라도 질러 `고지`를 탈환해보려고 하지만 국민의 눈에 `관심을 끌려는 아기의 울음`으로 비치니 문제다.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트위터에 박정희 정권을 귀태(鬼胎)라 했고, 지난 대선에 대해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도둑질했다”란 글을 올렸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대선 패배후 당권을 내준 친노가 김한길 체제를 흔들고 차기 대선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대선 패배가 자신들 탓이 아니라 `국정권 탓`이란 억지를 강변하는 것”이라 했다. “대통령직을 도둑질했다”란 말은 대선 결과 불복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원수 모독이고, 명예훼손죄가 될 수 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국회에서 행한 발언`이 아니므로 면책될 수도 없다. 사과만 받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노무현정권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민주당 의원은 충청권 당원 보고대회에서 또 독설을 퍼부었다.“박정희가 누구이고, 누구한테 죽었나”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아픈 상처를 할퀴고, “이제 국정원과 정말로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달라. 그래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고 했다. 대통령을`당신`이라 부르는 것은 교사가 교장에게 당신이라 부르며 삿대질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대통령으로 인정하기 싫다는 뜻이 아닌가. 사사건건 국정원을 걸고 넘어지는 것도 억지스럽다. 국정원이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 박 대통령은`빚진 곳`이 없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자유롭다.윤상현 새누리당 원내 수석 부대표는“친노의 부활을 꿈꾸는 고의적이자 계산된 발언이며, 의도적 싸움 걸기”라 했다. 초선 박대출 의원도 “원래 그 동네 사람들 막말은 뭐 고질병이지만 묵과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닌 것같다. 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막말대열에 가세했다는 점이 개탄스럽다”고 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박근혜 대통령은“앞으로 잘못된 말로 국민통합과 화합을 저해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고 서로 상생하고 품격 높은 정치시대를 열기 바란다”고 하고, “말은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고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나라의 국격”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이 말이`독설 행진곡`을 접는 마침표가 돼야 하겠다. 정치인들의 말장난은 불쾌지수를 더 높인다.

201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