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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중화요리,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맛은 혀끝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진정한 진미를 느끼는 데 아는 것은 힘이 된다. 맛있으면 궁금해지고, 알고 먹으면 더 맛있으니까!‘중화미각’(문학동네)은 한국중국소설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열아홉 명이 중국 역사와 문학 속 스무 가지 음식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알면 알수록 당장 근처 중화요릿집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맛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동파육은 항주의 인기쟁이 소식이 백성들에게 잔뜩 선물 받은 돼지고기를, 다시 백성들과 함께 나눠먹으려고 만든 요리다. 마파두부는 다리 옆 작은 식당 진씨 아주머니가 상인과 노역자들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부스러기 고기와 두부에 갖은양념과 기름을 넉넉하게 넣고 맛있게 볶은 요리다. 만두, 포자, 교자, 소매, 혼돈…. 소가 있거나 없거나, 옆이 터졌거나 막혔거나. 이름도 모양도 재료도 다양하고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만두는 사람 머리를 대신해 제갈량이 신에게 제물로 바쳤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태생부터 애민정신 가득한 음식인 셈. 친숙한 중국 음식 중에는 얽힌 이야기도 조리 방법도 ‘서민적인’ 것이 많다. 어렵지 않기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지역별로 입맛별로 응용하기도 쉬웠다.만두라는 명칭이 원래 ‘오랑캐 머리’라는 뜻의 만두(蠻頭), 사람 머리로 속였다는 뜻의 만두(瞞頭)에서 음식을 뜻하는 만두(饅頭)로 변모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 만두의 탄생 배경에 인간과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남만 현지 사람들은 사람을 죽여 그 머리를 제물로 바쳐 신의 분노를 잠재웠지만 제갈량은 가짜 사람 머리, 즉 만두를 만들어 누구의 생명도 희생시키지 않았다. 제갈량으로 상징되는 중원의 이성적 인문문화가 남만의 야만적 인신제사를 대체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남만인의 생명이나 중원인의 생명을 똑같이 소중하게 여긴 생명존중과 애민정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 짜장면은 산동 상인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나서 새로운 맛을 더해 만들어낸 국수다. 국경을 넘어와 변신한 화교표 짜장면은 사실 태생부터 초경계적이었다. 멀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상지로부터 가깝게는 만주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대륙 서쪽 끝과 동쪽 끝에서 기원한 음식문화가 대륙을 가로지르고 발해를 건너 중국 산동에서 만나 탄생한 음식이기 때문이다.호떡은 오랑캐라고 지칭되던, 중국 서북쪽 유목민으로부터 전래된 음식이었기에 ‘오랑캐 호(胡)’, ‘떡 병(餠)’을 써서 ‘호병(胡餠)’이란 이름으로 표기되었다. 중국 한나라 무렵, ‘병’은 중원으로 들어온다. 당시 황제인 영제가 참깨호떡의 탐식가였다. 이후 호떡은 개방적이고 융합적인 당나라 문화에 편입되며 동아시아 각지로, 조금씩 다른 형태로 퍼져나갔다.만한전석(滿漢全席)은 만주족과 한족의 진귀한 요리를 모두 모아놓은 최고의 연회로 알려져 있다. 만한전석의 기원은 강희제가 만주족과 한족의 화합을 위해 천수연을 연 것에서 비롯됐다. 무력으로 중국을 통일한 만주족은 폭력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공감을 이끌어내야 했다. 이를 식탁 위에서 실현하려고 연 연회가 바로 만한전석이다.뜻밖에 이 책은 훌륭한 미식 가이드도 된다. 북경오리구이를 굽는 방법으로는 오리에 쇠꼬챙이를 꽂아 숯불 위에서 구워내는 ‘차사오(叉燒)’와 화로 위에 오리를 거꾸로 걸어두고 은은한 불로 굽는 ‘과루(掛爐)’, 그리고 외국인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화로 안에서 뜸들이듯 굽는 ‘먼루(燜爐)’가 있다는 사실. 훠궈는 대표적인 요리법만도 여섯 가지다. 입문자에겐 개인 소스를 만드는 일이 심리적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데, 어렵지 않게 시작하려면 마장이나 간장을 기본으로 해 다른 것을 첨가해나가는 게 좋다.한편, 중국에는 손님을 열렬히 환대할 때 꼭 내오는 생선 요리가 있다. 약간은 낯선 이름, ‘쑹수구이위’라는 다람쥐 모양의 생선 칼집 탕수 요리다. 그런데 생선이면 그냥 생선이지 왜 하필 다람쥐 모양일까? 이는 쑹수구이위의 재료 잉어가 원래는 신에게 바치는 제사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있는 걸 그냥 지나칠 리 없는 청나라의 대표 미식가 건륭제가 잉어를 요리로 만들어 바치라 명했고, 요리사는 고심 끝에 잉어의 모습을 쏙 감춘 다람쥐 모양을 한 탕수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그것이 바로 쑹수구이위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1-07

포항 교회·기독방송, 간증집회·부흥회 개최

포항지역 교회와 기독방송이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유명 인사 간증집회와 부흥회를 진행한다.이들 교회와 방송은 개그우먼, 음악인, 부흥사들을 강사로 초청해 인생반전 이야기, 복음의 엑기스를 전하며 교인들의 영적성장을 돕는다.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 조근식)는 10일 오후 7시 개그우먼 조혜련 초청 간증집회를 개최한다.조혜련 집사는 ‘반전의 인생 이야기’를 주제로 열리는 간증집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출생부터 하나님을 모르고 방황한 시절 이야기, 생애 첫 교회출석과 회심, 세례까지 받은 이야기들을 전한다. 오랜 세월 일본 불교계 신흥종교를 믿으며, 주변인들의 전도에도 흔들리지 않던 조 집사는 남편의 권유로 5년 전부터 교회에 출석하며 기독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됐다.지난해 6월에는 ‘반전의 하나님’ 간증집을 펴냈으며, 자신의 신앙고백을 담은 찬양 앨범도 발매했다.그녀는 1992년 KBS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해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왔다. 조 집사는 “개그우먼이기 때문에 세상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재미있게 설명하려고 한다”며 “어떻게 하면 다음세대들에게 하나님의 진리를 잘 알릴 수 있을까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포항오천교회(담임목사 박성근)는 11일부터 13일까지 교회 본당에서 지용수 목사 초청 ‘빛을 뿌리는 하나님의 자녀’를 주제로 ‘2019년 가을심령부흥회’를 진행한다.부흥회는 11일 오후 7시 시작해 12일 오전 5시, 오후 7시, 13일 오전 5시, 오후 7시 등 모두 5회 이어진다.지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세아 연합신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신학 석사, 미국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그는 총회부흥전도단장과 CTS 대표이사, 미래목회포럼 이사장, 예장통합 총회장을 지냈으며, 창원양곡교회 담임목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저서는 ‘모든 문제의 해답’, ‘그리스도인의 주소’, ‘복 된 꿈을 꿉시다’ 등 19권을 발간했다.포항극동방송(지사장 백두현)은 12일 오후 6시 30분 포항제이교회 본당에서 ‘기도의 불길을 당깁시다’를 주제로 특별집회를 개최한다.박태남 목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인도한다.박 목사는 서울극동방송에서 ‘박태남의 널 사랑해’, ‘소망의 기도’, ‘누가들이 전하는 건강복음’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수능을 앞둔 자녀들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도 갖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1-06

사명성사 탄신 ‘추모다례제’

사명대사 영정.(사)사명당기념사업회 중앙회(회장 운붕 스님·포항 대성사 주지)는 13일 오전 10시30분 대한불교조계종 포항 대성사 경내에서 한국 불교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조선시대의 의승병장 사명대사를 기리는 사명성사 탄신 475주년 추모다례제를 봉행한다.포항시 북구 용흥로 95-17에 위치한 대성사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사명대사(1544~1610)가 호신불로 모셨던 불상과 원장(願狀)이 모셔진 유명 사찰이다. 2014년 10월 사명대사를 기리는 숭모비를 조성하고 다례제와 함께 제막식을 거행했다. 숭모비에는 돌의 수명은 만년이 가고 난의 향기는 사방에 퍼진다는 추모시와 사명 대사의 친필 발원문이 새겨져 있다. 이후 인연의 공덕으로서 후손들이 그 뜻을 이어받아서 나라를 사랑하는 그런 마음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년 다례제를 봉행하고 있다.이날 추모다례제는 임진왜란에 혁혁한 공로를 세운 사명대사의 탄신 475주년을 맞아 추모다례제와 함께 ‘조선승군사상사 연구’출판기념회도 함께 열린다. 사명당기념사업회 중앙회장인 운붕 스님과 진관·도관 스님 공저로 출간된 ‘조선승군사상사 연구’는 임진왜란 이후 국난극복의 최일선에 나서 죽음을 무릅쓰고 국가와 국민을 지켜낸 서산, 사명, 유정, 영규, 처영 대사 등 의승군의 업적과 생애 등을 담았다.운붕 사명당기념사업회 중앙회장 은 “조선 중기를 살았던 당대 가장 존경받은 승려이자 문인 학자들과 교유하며 무수한 시문을 남긴 문화인, 왜란 중에는 의승군을 이끌어 나라를 지킨 의승장이자 대명·대일 외교가였던 사명대사의 추모다례제를 계기로 진정으로 호국, 애국이 무엇인지 알고 ‘우리’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그는 또한 “조선시대 승려들이 국가를 위해 온몸으로 헌신했지만 국가의 어떠한 배려도 없었다. 조선 불교에 대한 역사관을 탐구하고 호국불교의 새로운 관점에서 조선 승군사를 연구하려는 서원에서 이번 ‘조선승군사상사 연구’를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1544년 10월17일 밀양 무안면에서 출생한 사명대사는 법명이 유정(惟政)이고 당호가 사명당(四溟堂)이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김천 직지사에서 출가했다. 18세에 봉은사에서 실시한 승과에 합격하고 32세 때 직지사 주지로 있다가 봉은사 주지로 천거됐으나 사양하고 금강산 보현사에 있던 서산대사에 귀의해 3년간 수행했다. 임진왜란 당시 표충사에 승군 훈련장인 규정소를 설치했으며 평양성, 울산성 전투 등에 참전했다. 일본 장수 가토 기요마사와 3차례 회담해 명나라와 일본의 조약체결을 막고 정유재란의 기미를 임금에게 알렸으며 정유재란 이후 일본에 사신으로 가서 조선인 수천명을 송환하는 외교성과를 거뒀다. 1610년 8월26일 세수 67세, 법랍 54세로 입적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1-06

소나무, 소나무가 있는 풍경

경주 라우갤러리는 오는 17일까지 국내 화단의 중견작가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서양화가 장이규 개인전을 개최한다. 초록의 자연풍경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장이규 작가는 근경의 소나무와 원경의 녹색 산을 화면에 배치한 계절 풍경으로 유명하다.이번 전시에서는 장 작가의 소나무와 소나무가 있는 풍경을 주제로 한 12점이 선보인다.정사각형 캔버스만을 고집하는 장 작가는 가히 공간구성의 연금술사로 일컬어진다. 사진의 ‘아웃포커싱’과 같이 나지막한 수평 구도를 기표로 화면을 전경과 후경 공간으로 철저히 구분해 자신만의 색깔이 투영된 질서와 조화를 화면에 되살려내는 것이 특징이다.작가적 삶에서 소나무를 빼고 장이규를 말할 수 없을 만큼 소나무에 대한 그의 치열한 연구와 탐구, 그것을 바탕으로 한 소나무 실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복을 자아내게 한다.장 작가는 “소나무의 품성과 형태를 마음에 담은 날로부터 마음속에 소나무를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다. 소나무를 품고 산 세월이다”고 전한다.장이규 작가는 계명대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개인전 50회와 한국구상미술대표작가전 등 500여 회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운영위원, 대구미술대전 심사위원·운영위원을 역임했으며 미술세계 올해의 작가상, 금복문화상, 대구예술상 등을 수상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1-05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 초연, 공동 번영 기원

경북도립교향악단이 55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화합과 협력으로 시도의 공동번영을 기원하는 음악회를 펼친다.‘경북도립교향악단-대구경북상생음악회’가 오는 8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2019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이번 공연은 말러의 작품 중 가장 영감이 충만한 교향곡 제2번 ‘부활’을 초연하며 대구경북의 상생을 기원하는 연주를 선보인다. 이번 연주는 경북도향 제6대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백진현의 지휘와 국내·외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화영, 메조소프라노 김민정 그리고 경주시립합창단, 안동시립합창단, 구미시립합창단, 에코그린 합창단, 영남대 성악과 합창단이 특별출연해 350여 명이 90분간 감동의 하모니를 선사할 예정이다.말러의 교향곡 제2번 ‘부활’은 말러가 1888년부터 1894년까지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종교적 성찰을 담아 만든 곡으로 4관 대편성의 오케스트라, 소프라노, 알토 독창·합창, 오르간, 종소리 등을 활용해 웅장함과 숭고한 감동을 선사한다. 총 5악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악장 ‘영웅의 장송곡’으로 시작해 삶의 아름다움, 고통에 대한 회상, 허망함을 넘어 근원의 빛을 향한 부활의 합창으로 마무리된다.백진현 경북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지휘자 백진현은 세계 주요도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음악가로 2007년 전국 교향악축제에서 최고 지휘자에 선정됐고, ‘오늘의 음악가상’, ‘부산음악상’, ‘한국음악상’을 수상했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이태리 등 세계 주요도시에서 국제음악제와 오페라, 오케스트라 공연을 했으며, 국내에서는 KBS교향악단, 코리안 심포니, 부산시향, 대구시향 등을 지휘하며 오랜 기간 자신만의 색깔로 음악세계를 구축해오고 있다.1997년 창단 이래 경북의 혼을 담은 연주로 도민의 문화적 자긍심과 수준 높은 정신 문화향유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경북도립교향악단은 수많은 작곡가들의 교향곡과 다채로운 협연 등을 통해 수준 높은 공연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전문공연장에서의 공연활동 외에도 지역의 다양한 축제와 문화 소외계층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음악회’, 지역의 수려한 산천에서 펼쳐지는 ‘휴양림 음악회’, 독도 앞바다 선상연주 ‘독도음악회’등과 함께 초·중·고생을 위한 연주회와 함께 자체적인 멘토·멘티 교육프로그램으로 경북의 미래 예술자원 양성프로젝트를 시행함으로서 도민의 정서 함양과 문화예술창달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19-11-05

인문학, 포항 바다와 놀다

2019년 인문주간을 맞이해 포항시, 포항문화재단, 경북대 인문학술원이 공동 주관하는 인문학을 통해 포항시를 재발견하는 인문주간 행사가 포항의 인문자원인 ‘바다’를 주제로 포항시 곳곳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인문주간 행사는 교육부가 인문학 대중화를 위해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10월 마지막 주를 인문주간으로 정하고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인문학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연다. 이번 2019 인문주간 행사는 ‘갈등을 넘어 화해와 상생으로’를 주제로 전국의 인문도시로 선정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특히 올해 인문주간은 항구도시인 포항의 인문자원에 주목해 ‘바다’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인문학과 소통할 수 있도록 풍성하고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지난달 26일 포항 동빈내항 (구)수협냉동창고에서 열린 인문주간 개막식 ‘바다와 인문학-인문학, 바다(海)와 놀다’에서는 입체낭독극 공연과 윤재석 경북대 인문학술원장의 주제 강연‘바다 옆에서 철학하기’가 열렸다. 개막식 후에는 ‘바다의 눈으로 바다를 보다’라는 주제로 바다 자원과 보호 및 상상력 원천으로의 바다 활용법에 대한 이윤길 국제옵서버의 토크 콘서트가 이어졌다.29일에는 ‘조선의 마지막 군마’를 주제로 장기읍성, 구룡포, 호미곶, 대보 등 일제강점기 장기, 구룡포 일대를 지배했던 일본인들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를 찾아 떠나는 스토리텔링 테마기행이 포항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진행됐다. 또 31일에는 ‘푸른 바다 물빛 닮은 사람들’을 주제로 시민들이 구룡포 조선소 뱃공장과 해풍국수 공장을 방문해‘바다’와 ‘인문학’이 어우러진 포항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현장+토크가 열렸다.이외에도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동빈내항 (구)수협냉동창고에서 ‘소환된 삶의 바다’를 주제로 수협창고에서 사용됐던 물건들 중심의 주제전시와 포항조각가협회의 작품이 함께 전시돼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2일은 (구)수협냉동창고에서‘바다를 읽고 듣다’를 주제로 입체 낭독극이 열렸으며 이어 3일 (구)수협냉동창고에서‘바다, 노래가 된 포항’을 주제로 한 낭독극 및 폐막식 공연을 끝으로 2019년 인문주간 행사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이번 인문주간 행사에 참가한 시민 김은영(32·포항시 북구 장성동)씨는 “포항이 가진 바다와 연결된 인문학이라는 주제가 우리 지역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해주어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밝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1-04

‘나는 서예로 가출했다’

독특한 한글 민체 서풍 ‘솔뫼민체’로 잘 알려진 서예가 솔뫼 정현식(60)의 대규모 작품전이 5일부터 17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대전시실에서 열린다.전시는 ‘나는 서예가로 가출했다’를 부제로 50여 년 서예인생의 치열한 반성과 제2의 혁명적 기회로 삼기 위해 창작한 400여 점을 선보인다.8m×4m ‘금강경설의’, 1만6천여 자 ‘임제록전문’16폭 병풍과 버려진 박스를 활용하고 지총(紙塚·쓰고난 화선지) 100여 개를 사용한 설치서예 작품이 포함됐다.작가는 “서예의 종택(宗宅)이라 여기는 형상과 서풍에서 마저 벗어나고 싶은 욕심을 담았다”면서 “나의 작품이 지금까지 입고 있었던 내 몸에 맞지 않는 헐렁한 옷을 벗어던지고 쓸데없는 군더더기와 옛 어르신들의 고귀한 형상성에서 이탈하고 싶다”고 이번 전시의 의미를 전했다.정현식 작가의 작품은 불교적 명상사유의 내면적 숙성에서 생각을 넘어서는 형상성을 추구하며, 자유분방 하면서도 놀라운 장인적 숙련성으로 완성도 깊은 작품을 선보인다. 자신이 개발한 9가지 독특한 서체를 바탕으로 곡선과 직선, 가늘고 굵은 선의 조화 속에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특유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송명신 중국 하문대 교수는 “솔뫼는 옛 사람의 틀에 안주해 편한 길을 가지 않고 작품에 시대를 담고 삶을 담기 위해 고민하는 한국에서 몇 안되는 작가이며, 서예미를 향한 치열한 탐구와 열정은 남다르며 한글과 한문에서 이미 독자성과 예술성, 그리고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문보 김원태 선생으로부터 사사한 정 작가는 1994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포항과 경주에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서울, 일본, 포항, 경주 등지에서 그동안 13회의 개인전을 가졌다.‘솔뫼민체’와 ‘솔뫼손편지’‘광개토대왕비서체’ 등 9가지 독특한 서체를 개발해 전통과 현대 서예작품의 경계를 넘어 끊임없이 새로운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그가 이제까지 개발한 서체는 총 2만9천340자(한글 6종 1만4천676자, 한자 3종 1천466자)로 현재 국내 서예가가 개발한 한글·한자 서체 중 최고의 자수를 보유하고 있다.대한민국서예대전 등 각 시도 서예대회에서 심사위원과 운영위원 등을 맡아왔으며 현재 경주와 포항에서 솔뫼서예예술연구소와 갤러리 솔뫼를 운영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서예작품으로 만나는 노자도덕경’ ‘솔뫼민체’ ‘사자소학’ 등 저서 6권을 발간하기도 했으며 서예문화상, 올해의 서체상(2015년), 삼일문화대상, 경상북도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해인사와 선본사(갓바위), 직지사, 태안사, 현덕사, 아산정(고 정주영회장기념관), 포항지방법원, 안국미술관 등 전국 사찰 및 주요 기관의 현판과 주련 글씨를 맡았다.또한 포항 이육사 청포도 시비, 포스텍 박태준 회장 동상, 영주 8·15광복기념탑, 영덕 해파랑공원 등의 금석문 외에도 tvN 시사교양프로그램 ‘어쩌다 어른’, MBC 드라마 ‘여왕의 꽃’ 등 여러 TV 프로그램 제목과 자막의 글씨도 썼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1-04

마술이야? 미술이야! 특별 공연 ‘페인터즈’

마술같은 미술 퍼포먼스 ‘페인터즈’가 찾아온다.(재)경주문화재단(이하 재단)은 2019년 경주예술의전당 특별기획공연으로 넌버벌 퍼포먼스 ‘페인터즈’를 15, 16일 양일간 경주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개최한다.‘페인터즈’는 배우들의 춤, 액션, 코믹연기와 무대의 음악, 조명, 특수효과를 활용해 미술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라이브 공연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표창을 수여한 대한민국 대표 K-퍼포먼스로, 대사 없이 진행되는 시청각적 소통을 통해 국내에서는 4개의 전용관에서 넌버벌 장르 관람객 수 1위를 기록하는 등 폭넓은 연령층에 인기를 얻고 있다.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쇼 콘텐츠로, 마이클 잭슨, 이소룡 등 누구나 알 만한 세계의 영웅들이 각기 다른 미술기법으로 표현된다. 빛을 이용한 라이트 스크래칭, 야광 드로잉, 눈 깜짝할 사이 완성되는 스피드 드로잉, 신기루 같은 더스트 드로잉 등 다양한 기법의 미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담아낸 새로운 퍼포먼스로 기발한 반전과 재미를 선사한다. 15일 오전 11시·오후 3시·7시 30분, 16일 오후 2시, 총 4회 공연될 예정이다. 생후 36개월부터 관람이 가능하며, 대학생 또는 만 24세 미만까지의 관람객은 30%의 청소년할인을 적용해 예매할 수 있다.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2019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우수 공연 선정작으로, 재단에서는 문예진흥기금의 후원을 통해 검증된 양질의 콘텐츠를 유치함으로써 지역민의 문화생활 신장에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객석의 30%를 읍·면 지역 거주자, 사회복지시설 이용자, 차상위계층 등 문화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계층에게 무료 관람의 기회로 제공하고 있다.‘페인터즈’는 전석 1만 원 정가로, 경주예술의전당 카카오톡채널(구 플러스친구)을 통해 할인쿠폰을 다운로드 받으면 누구나 20%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 가능하며, 수능생은 1명 당 동반자 3명까지 5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1-03

황해사, 전통음식문화축제 개최

대한불교천태종 포항 황해사(주지 도원 스님)가 창립 49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황해사는 오는 5일 오전 10시30분 대웅보전에서 창립 49주년 기념 대법회를 열고 이어 낮 12시부터 경내에서 ‘제10회 황해사 전통음식문화축제’ 한마당을 펼친다.대법회에는 천태종 대덕 스님을 비롯해 이강덕 포항시장, 서재원 포항시의희의장 등 기관단체장과 신도 등 1천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법회가 끝난 뒤에는 포항시 북구청 저소득 가정 30가구에 성금 전달식도 가질 예정이다.전통음식문화축제에는 불자뿐만 아니라 타종교인들도 많이 참석해 이 행사가 종교 간의 벽을 뛰어 넘어 화합의 잔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전통음식문화축제는 사찰요리 전문가 허미경 교수(동국대 평생교육원 전통사찰음식과)와 황해사 전통음식보존연구회 회원 71명이 연구 개발해 만든 사찰음식과 전통음식 23종 전시 시연, 다도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이와함께 불교문화 체험 및 장아찌김밥, 모둠버섯장떡, 우리차 체첨 부스도 마련된다.황해사는 포항시민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폭넓게 열어놓았다. 참가를 원하는 이들은 당일 행사장을 찾아 황해사에서 제공하는 비빔밥과 일부 사찰음식 등을 맛볼 수 있다.황해사는 역대 전통음식문화행사와 음식문화축제 준비 과정 등을 사진에 담은 전통음식문화축제 도록을 제작해 이날 참석자들에게 무료 배포한다. 도록에는 이번 전통음식문화축제에 전시 시연하는 우엉두부잡채, 사과토란탕수, 더덕잣소스구이 버섯탕수이, 두부소박이, 브로콜리된장무침 등 음식들의 재료와 조리법, 효능도 함께 실었다.류호일 황해사 신도회장은 “우리 고유의 음식과 아울러 전통적인 사찰음식 문화를 선양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부처님께서 설파하신 생명의 존귀함을 통해 환경과 인류의 정신적 건강에 기여할 목적으로 이번 축제를 진행하게 됐디”며 “이런 행사를 통해 멋스런 한국 전통 사찰음식 문화가 많은 지역민들에게 행복감을 전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도원 황해사 주지 스님은 “창립 49주년을 맞은 황해사 부처님이 세상에 비추는 자비의 빛은 포항을 비롯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될 것”이라면서 “‘치유음식’을 테마로 준비한 이번 축제가 우리 고유의 음식과 아울러 전통적인 사찰음식 문화를 선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지역민들이 불교문화와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 한마당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한편, 천태종 포항 황해사는 억조창생 구제중생이라는 상월원각 대조사의 구인사 창건이념을 받들어 지난 1970년 창건돼 경북 최고의 관음기도 도량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불교 보문품에 따른 33응신을 모신 전국 최초의 사찰로서 24시간 개방형 기도 공간과 함께 신자들이 각종 문화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1-03

절절함과 따뜻함… ‘인간’ 정약용을 만나다

조선 실학을 대표하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전통한국의 수많은 사상가들 가운데서도 퇴계 이황, 율곡 이이와 더불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다.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한국 최대의 실학자이자 개혁가로 평가된다. 실학자로서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주장한 인물이라 평가할 수 있다.정약용을 떠올리면 오랜 시간 동안 겪어야 했던 유배생활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기에 접했던 서학(西學)으로 인한 18년이란 유배생활은 그에게 깊은 좌절도 안겨줬지만, 최고의 실학자가 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그는 이 유배기간 동안 자신의 학문을 더욱 연마해 육경사서(六經四書)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일표이서(一表二書) 등 모두 542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고, 이 저술을 통해서 조선 후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초판이 나온 1979년 이래 다산 정약용을 만나는 가장 친절한 통로 역할을 해온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창비)가 초판 발간 4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정비된 모습으로 출간됐다.정약용이 유배 시기 절절하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가족과 지인들에게 보낸 서신들을 엮은 이 책은 대학자 이전의 인간적인 다산의 면모를 만날 수 있어 오늘날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이번 개정판에서는 지방관 이종영에게 주는 글을 새롭게 추가했고, 시대 변화에 맞춰 번역과 체제, 장정을 정비했다. 이제 막 고전을 접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과 정약용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더욱더 오래 사랑받는 입문서로 남기 위한 새 단장이다.이 책의 편역자이자 대표적 다산학 연구자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다섯 번째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세상에 공개하려고 저술한 책에서는 인간 다산의 속마음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아들·형님·제자들에게 보낸 그의 사신(私信)에는 깊은 속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불운한 환경 속에서도 생활인이자 소통하는 지식인으로서 아름다운 말들을 남겼던 다산의 자취를 이 책 전체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은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둘째형님께 보낸 편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각 부에는 아들들이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기를 입에 닳도록 이야기하는 모습(1~2부), 다산과 마찬가지로 귀양살이를 했던 둘째 형님 정약전을 안부를 물으며 깊고 넓게 학문을 토론하는 모습(3부), 제자들의 장래를 걱정해 온갖 지혜를 전수하려는 모습(4부)이 각각 담겨 있다.그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것은 단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들들에게 주는 편지글이다. 다산은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아들 학연(學淵)과 학유(學游)가 실의에 빠지지 않도록 늘 엄격하게 격려했다. 이 편지들에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며 무슨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빛나는 명언들과 함께, 불의와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다산의 매서운 선비정신이 담겨 있다. 편지를 읽다보면 참다운 길을 가도록 준엄하게 꾸짖는 다산의 음성이 귓전에 들리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애끊는 부정(父情)이 넘친다.제2부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에는 생계를 꾸리는 방법, 친구를 사귈 때 가려야 할 일, 친척끼리 화목하게 지내는 방법 등 다산의 생활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다산 자신의 저서를 후세에 전해달라는 전언과 함께 저술의 과정과 원칙을 정제해 제시하고 있어, 다산 사상의 큰 줄기를 압축해놓은 글로 읽기에 유익하다.다산 정약용 표준 영정제3부에는 정약용의 강진 유배와 비슷한 시기에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둘째형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들을 실었다. 이들 형제는 유배 중에서도 서간을 주고받으며 변함없는 우애를 나눴다. 정약용은 자신보다 더 외로운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형의 건강을 염려하고 지극한 마음을 전한다. 특히 두 형제는 심도있는 학문 주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유배지에서도 학자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성실함을 바탕으로 ‘목민심서’등 정약용의 빛나는 저작들이 탄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제4부는 정약용이 제자와 지인에게 써 보낸 글을 선별한 것으로, 자상한 스승의 마음씨와 더불어 다산의 넓고 깊은 학문세계가 드러난다. 학승 초의선사를 제자로 삼고 시와 선에 대한 깊은 담론을 펼친 것은 너무도 훌륭한 문학론이며, 19세의 어린 소년으로 해배 후 찾아온 이인영에게 해준 이야기는 뛰어난 문장론이다. 지방관 이종영에게 남긴 두 편의 글은 목민관의 자세를 다룬 내용을 담아 ‘목민심서’의 축약처럼 읽힌다. 특히 이 편지들은 다산이 실학자로서 얼마나 튼튼한 현실주의적 사고와 실학사상을 지녔는지 보여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31

전통, 새 길을 모색하다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이 ‘2019 경주세계문화엑스포’가 선보이는 화려한 콘텐츠들 사이에서 차분하고 감각적인 작품 전시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이번 전시는 ‘문화로 여는 미래의 길’을 주제로 한국 화단의 거장 소산 박대성 화백과 공성환, 김상열, 안치홍, 오동훈 등 유명 작가 5명의 작품을 대거 선보이고 있다.경주엑스포는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전통문화와 한국미의 정체성을 토대로 우리 미술의 현대적 계승 및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전시 작품은 한국화와 서양화 112점과 입체 조각 작품 7점 등 총 119점의 작품이 다양한 장르로 구성돼 미술관 곳곳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한국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은 자연을 보고 느낀 감정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가로와 세로 길이 5m가 넘는 대작 ‘백두산’과 ‘한라산’등 수묵화와 병풍, 글씨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강한 필선과 부드러운 먹의 농담을 사용하는 그림 기법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공성환 작가는 화면 가득 물의 표면을 재현한다. 동양화의 소재로 주로 사용된 물을 극 사실회화에 가깝게 그려내 물의 출렁거림과 파장 등 변화무쌍한 물의 움직임을 고정된 그림으로 나타내 관람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김상열 작가는 자연현상을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느낀 감정과 시각적 느낌을 그림에 담고 있다. 번지고 퍼진 자연적인 표현 방법이 다양한 자연의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표현해 큰 울림을 준다.작가들의 입체조각 작품도 웅장한 모습으로 관람객을 압도한다. 안치홍 작가는 나무의 본체에서 떨어져 나간 나뭇가지들을 활용해 생명체를 연상시크는 형상으로 표현해 낸다. 솔거미술관 야외 테라스에서 연못 ‘아평지’ 쪽 잔디밭에 전시돼 있는 작품 ‘Shape’는 경이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안치홍 작가가 역동적인 날카로움을 선보인다면 오동훈 작가는 비누거품 놀이에서 착안한 다양한 형상으로 부드러운 매력을 자랑한다. 거품을 고체 형태로 연결하며 생명체의 몸을 연상케 하는 작품 ‘Bubble Dog’는 과감하게 야외 관람 동선 사이에 자리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아름다운 예술작품과 함께 SNS에서 솔거미술관을 ‘핫플레이스’로 등극하게 만든 대형 유리창 ‘움직이는 그림’은 더욱 입소문을 타며 사진을 찍기 위한 관람객들이 긴 줄을 형성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9

뮤지컬 ‘화랑의 혼 대왕문무’ 내달 9일 포항 효자아트홀

1천400년 전 삼국을 통일한 신라 30대 문무왕을 소재로 한 뮤지컬 ‘화랑의 혼 대왕문무’가 포항 무대에 오른다.(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차재근)은 오는 11월9일 오후 2시와 6시 포스코 효자아트홀에서 뮤지컬 ‘화랑의 혼 대왕문무’포스터를 선보인다.뮤지컬 ‘화랑의 혼 대왕문무’는 문무대왕(626∼681년)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백제와 고구려에 비해 군사력에서 열세였던 신라가 어떻게 삼국통일을 이루게 됐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담았다. 삼국통일의 위업과 부국강병을 달성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야기와 고구려 첩자인 아란과 국경을 초월한 아련한 사랑이야기 등 죽는 그날까지 나라를 걱정했던 문무대왕의 애국애민 정신을 담아 새롭게 재조명한 역사 뮤지컬이다. 또 죽어서도 동해의 용이 돼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대왕 김법민의 삼국통일에 대한 집념을 감동적으로 표현함으로서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에게 역사관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이번 공연은 경주시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으며 지난 6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기도 했다. 제작사 뮤지컬컴퍼니에이는 ‘별의 여인 선덕’과 ‘이순신의 바다’를 전국적으로 히트시킨 역사뮤지컬 전문 제작사다.포항문화재단 측은 “포항시 승격 70년을 기념하고 포항-경주 간 해오름동맹 활성화를 위한 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이번 공연은 포항과 경주의 자체제작 콘텐츠 교류 추진으로 지역 소재 공유를 통한 자긍심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석 무료. 8세 이상 관람가./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9

김민수 기획전 ‘욕망의 시선’

대구예술발전소는 9기 입주작가 김민수 기획전 ‘욕망의 시선’을 오는 11월2일부터 17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5층 스튜디오 10호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욕망의 시선’이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듯, 욕망(欲望)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과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5인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기획전시다. 참여작가 김민수(9기 입주작가), 김진, 후 즈웨이, 캉 호시엔, 좡 웨이메이는 중국 베이징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흐름에 맞는 변화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색다른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김민수 작가는 화려한 금장 거울 속 역동적으로 이어진 선을 통해 현대인들의 희망과 염원을 담아낸다. 반복되고 뒤엉킨 선들은 생명의 시작이자 에너지의 근원이 돼 거울에 비춰진 모든 사람들에게 투영되고 연결된다. 이로써 작가는 사회구성원 모두의 ‘부귀영화’를 기원한다.김진 작가는 평범한 일상적 삶 뒤에 숨겨진 소통의 부재, 개인주의, 냉소주의 등 또 다른 삶의 이면을 보여주듯 욕망을 숨긴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후 즈웨이 작가는 현대인을 상징하며 작가 본인의 모습을 통해 산업과 과학의 발달로 인한 절대적 포식자로서의 인간을 표현하고 있다.캉 호시엔 작가는 ‘예수의 12사도’ 모습을,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낸 ‘패션계의 12사도’로 탈바꿈한 패러디작품을 선보인다. 좡 웨이메이 작가는 선과 면에 대한 연구로 정형화 된 평면 캔버스의 프레임을 깨는 작업을 하며, 반복 생성되는 프레임을 마치 충족되어 질 수 없는 욕망에 빗대어 풀어내고자 한다.한편, 대구예술발전소의 입주작가 프로그램은 시각예술을 비롯한 공연, 다원분야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를 발굴,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예술가와 장르 간 융복합 시도, 다원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협업프로그램, 전문가와의 매칭을 통한 매치업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9

1950년대 결혼? ‘영화 더빙쇼 자유결혼’

온 가족이 즐기는 ‘영화 더빙쇼 자유결혼’이 포항을 찾아온다.(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차재근)은 오는 11월1일 오후 7시30분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영화 더빙쇼 자유결혼’공연을 개최한다.‘영화 더빙쇼 자유결혼’은 1958년 결혼에 대한 여성의 가치관을 희극적으로 다룬 영화‘자유결혼’을 소재로 배우들의 연기와 전문 악사의 연주, 실제 음향효과를 결합한 영화더빙쇼다.국립극장의 제1회 창작희곡 공모 당선작을 원작으로 제작한 1958년 영화 ‘자유결혼’을 각색한 작품으로, 6·25 전쟁 이후 변화하는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고 박사네 세 자매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개봉 당시에 명쾌한 코믹 홈드라마라는 평과 함께 1950년대를 풍미했던 최은희, 이민자, 조미령, 김승호 등의 유명 출연진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영화더빙쇼 자유결혼’은 양정인 감독이 연출을 맡아 과거의 결혼에 대한 가치변화를 현대적인 감각의 언어로 바꾸고,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배역들을 지역 배우들이 직접 목소리 연기를 하도록 했다.임주신 음악감독은 직접 작곡한 노래와 라이브 밴드 연주를 통해 뮤지컬적 요소를 가미시켰고, 발걸음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등, 영화의 모든 효과음을 무대 위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폴리아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의과대학 교수인 고 박사에게는 혼기가 찬 세 딸이 있다. 맏딸 숙희는 외교관과 결혼하지만, 신혼 첫날밤에 소박을 맞는 바람에 넋 나간 사람이 되어 2층에서 은둔 중이다. 차녀 문희는 막내동생 성일의 가정교사 준철과 사랑에 빠지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자 음독자살을 기도해 가족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막내딸 명희는 아버지의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조수인 영수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해한다.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선정작으로 사업비의 일부를 문예진흥기금으로 지원받아 진행되며, 사업의 취지인 문화향유 신장에 기여하고자 관내 일부 문화소외계층을 무료 초청할 예정이다.포항문화재단 측은 “영화와 다양한 연출적 요소가 더해져 새로운 무대로 선보일 이번 공연을 통해 어르신들에게는 추억을, 젊은 세대에는 신선한 상상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민들의 많은 성원과 관람을 부탁했다. 관람료 전석 2만원./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8

대한민국 최고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 대구 온다

뮤지컬 ‘헤드윅’. /파워엔터테인먼트(주) 제공 더욱 더 새로워진 비주얼과 깊어진 드라마로 또 한 번의 신드롬을 예고할 뮤지컬 ‘헤드윅’이 오는 11월 대구를 찾아온다. 뮤지컬‘헤드윅’은 한국 공연 15년 째를 맞이한 대한민국 최고의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전국 공연 통산 약 2천298회, 전회 전석 기립, 국내 중, 소극장 공연 중 최고 객석 점유율, 최다 누적관객을 기록한 명실공히 모두가 인정한 히트 뮤지컬이다.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드라마리그상, 외부 비평가상, 한국 뮤지컬대상 등 다수의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조승우와 조정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거쳐 간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다. 2016년부터는 뉴 메이크업 공연으로 업그레이드해 더욱 열광적인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뮤지컬 ‘헤드윅’은 과거 아픈 상처를 딛고 음악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하는 동독 출신의 트렌스젠더 헤드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장을 들썩이게 하는 강렬한 록 사운드를 바탕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깊은 드라마는 ‘헤드윅’이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비결 중 하나. ‘헤드윅’은 배우마다 자신의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며 색다른 비주얼과 매력으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아왔다. 이번 시즌에도 기존 출연 배우 뿐 아니라 새로운 헤드윅의 등장으로 어떻게 자신만의 색다른캐릭터를 창조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번 시즌의 열기를 이어갈 막강한 캐스트로 헤드윅 역에는 순도 99% 리얼한 현장감의 원어 무대를 선보일 마이클 리, 믿고 선택하는 헤드윅 정문성,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할 이규형, 2019 뉴 헤드윅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줄 전동석이 함께한다. 어떤 헤드윅을 선택하더라도 후회 없을, 출구 없는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4인(人)4색(色)의 헤드윅의 강렬한 매력이 기다리는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이번 대구 공연은 11월15일부터 17일까지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2시·6시. 만15세 이상 관람가.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8

제3회 포항 스틸에세이 당선작

지난 15일 발표된 경북매일신문 주관 제3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에 이어 금·은상을 싣는다.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다. 별들과 대화를 나누겠다는 듯이 풀벌레들은 요란하게 소리를 질러댄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와 집으로 들어서는데 반짝이는 불빛이 시선을 끈다. 자세히 보니 반딧불이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반딧불이가 까만 밤을 수놓으며 빛난다.조용한 시골 마을에 난데없이 반딧불이가 날아들었다. 마을회관에서 ‘퀼트 공예’ 만들기가 평생학습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된다. 저녁이면 고요해지던 시골 마을에 갑자기 환하게 불이 켜지고 초롱초롱한 눈빛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지금껏 없던 풍경이다. 낮에는 밭일에 직장 일에 지치고 힘들다. 그렇지만 ‘퀼트 공예’하는 날에는 강사님도 수강생도 생기가 돌고 눈이 반짝인다.퀼트(Quilt)라는 말은 외래어지만 우리말로는 ‘조각보’ 쯤의 의미를 지닌다. 퀼트의 역사는 엄청나게 길다. 조각보에 ‘채워 넣은 물건’이란 뜻으로, 고대 이집트 무덤의 파라오 망토에서 퀼트 기법이 처음 사용된 것으로 발견되었다. 쓰다 남은 자투리 천 조각들이 아까워 이를 재활용하기 시작한 것이지만 완성품의 가치는 원래의 모습을 훨씬 능가한다. 퀼트를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늘의 쓰임이다. 바늘이라는 한 조각 철의 움직임으로 이루어지는 바느질이 퀼트의 생명을 좌우한다.어릴 때 어머니 곁에 앉아 바느질하는 어머니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어머니는 작은 바늘 하나로 신기한 요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가족의 옷은 물론 동네 사람들의 찢어지고 해어진 옷을 자르고 붙여 새 옷같이 만들어 내었다. 사람들은 어머니를 바느질 잘하는 ‘침녀(針女)’라고 불렀다. 바늘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어머니의 손길은 날렵하기 그지없었고, 손끝에서 움직이는 바늘은 흡사 날쌘 제비가 날듯이 움직이고 있었다.어머니는 바늘로 말하는 사람 같았다. 바늘구멍으로 세상을 보고, 바늘귀에 실을 넣어 바느질로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었다. 세상의 모든 조각을 모아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마음, 그것은 바느질을 통해 사랑과 화합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마음이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같이 떠나간 것을 불러들이고, 갈라지고 흩어진 것을 한곳으로 다 모아낸다. 어머니의 바늘은 옷 조각 위에서 끊어졌다가 이어지고, 이어졌다가 끊어진다. 바늘이라는 한 조각 철의 힘이 어찌 저리 위대할 수 있을까.철로 만들어진 위대한 물건이 어찌 바늘뿐이겠는가. 신에 대한 절대복종의 의미로 인간이 수염을 깔끔하게 깎던 습관에서 만들어졌다는 면도기, 식탁에서 더러운 손을 씻기 싫어 생겨났다는 포크와 나이프, 농사를 짓기 위해서 만든 농기구, 그리고 전쟁을 위해 칼과 총이 만들어졌다. 더 나아가 철의 힘으로 인간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발전시켰다. 철로 된 작은 바늘을 통해 어머니는 작은 사랑과 화합을 실천하고자 했지만, 철은 이 세상에 빛과 같은 위대한 복음을 던져주었다.퀼트 공예 공부하는 첫날이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동네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였다. 신청자가 별로 없을 줄 알고 걱정했는데 뜻밖에 너무 많아 선착순으로 수강생을 선발했다고 한다. 시골에도 이런 열정이 있음에 놀랐다. 한마을에 살면서도 서로 바빠 얼굴 볼일이 좀처럼 없다. 퀼트 공예 덕분에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자녀의 소식도 나누며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바늘로 천 조각들을 이어가듯이, 퀼트 공예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친근하게 이어주는 만남이 되었다.강의가 시작되었다. 제본 뜨고 홈질·박음질·반박음질·공그르기를 가르치는 강사의 말이 귓가에 윙윙 맴돈다. 고등학교 때 잠깐 배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첫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걸어가듯이 바느질 자국이 삐뚤다. 이러다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지 벌써 걱정이다. 남들은 저만큼 앞서가는데 아직도 제자리다.강사가 걱정스러운지 옆에서 개인 지도를 해준다. 급하다고 건너뛸 수도 없고 돌아서 갈 수도 없는 것이 바느질이다. 정성스런 바느질 한 땀 한 땀 모여 비로소 작품이 된다는 사실에 ‘내가 지금껏 걸어온 발자국은 어떤 작품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귀찮다고 대충 넘긴 일은 없는지, 걸어온 걸음마다 부끄러움은 없는지 곱씹어본다. 바느질하는 동안 바늘에 수없이 손이 찔렸다. 바늘이 그렇듯이 그동안 철은 인간에게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준 것인지 모른다.피가 많이 흐르면 바느질을 중단했다가 다시 하길 반복한다. 바늘에 찔릴 때마다 살아오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바느질 한 땀에 어느새 인생의 한 페이지도 같이 꿰매지고 있었다. 바늘은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가차 없이 내 살 속을 파고든다.마음은 급하고 진도는 느리지만, 퀼트로 제법 모습을 갖춰가는 가방을 보니 뿌듯하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의 작품이라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강의의 처음에는 걷지도 못하고 비틀거렸지만, 10주에 걸친 강의가 끝난 지금은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산을 오를 때 힘들다고 포기해버리면 정상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영원히 눈에 담을 수 없다.인생도 그랬다. 결혼하고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오랫동안 살아온 집과 가족을 떠나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조각조각을 바늘로 꿰매었다. 평평하고 반듯한 천이 아닌 찢기고 갈라진 천을 메우고 연결했다. 조각보들은 하나씩 이어지며 모습을 갖추어갔다. 남편과 이런저런 이유로 싸움도 많이 하고 울기도 많이 했다. 그 아픔도 함께 꿰매었다. 아이를 기르다 보니 예상 못한 큰일이 많이 생겼다. 바늘에 꾹꾹 찔려 피를 흘려가면서 퀼트 가방이 완성되듯이 내 인생도 그렇게 조금씩 새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사람들이 철로 만들어진 작은 바늘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퀼트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한 땀 한 땀의 바느질이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저 남들이 들고 다니는 가방을 보며 부러워한다. 흩어져있던 내 인생의 조각보는 퀼트로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늦은 밤, 퀼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골 여인네들의 눈빛은 반딧불이처럼 밤하늘에 수놓아지고 있다. 어느새 나도 침녀가 되어 있었다.귀 하나에 짐을 무기로 가졌다. 귀는 뚫려 있고 짐은 찌르기 좋게 생겼다. 오장육부를 통틀어 장기(臟뚫)란 게 고작 두 개 뿐이다. 은색 도금으로 치장한 몸매치곤 완벽한 기형이다. 듣는 귀만 있고 새실떠는 입은 없으니 오히려 존경스럽다. 두 쪽 귀로 듣고 세치 혓바닥을 놀리는 걸 부끄럽게 만든다. 신체구조상 외짝을 같지만 우린 그것을 성치 못한 육신이라고 비아냥거리지 않는다. 마디 없이 매끈하니 인과관계마냥 매듭 묶어 원수질 일은 없다. 바늘의 짝지는 삼신상(三神床)에 놓이는 실타래이다. 두 가 지는 서로 짝을 이루어야만 헛말이라도 공치사를 받는다. 바늘귀에 실을 꿰려면 지극정성이 필요하다. 손끝에 침을 묻혀 실을 비벼 꼰 채 공을 들인다. 나이 들면 돋보기를 코 위에 얹고서도 헛손질을 할 때가 허다하다.색실을 끼워 바느질을 한다. 연(姸)은 닿고 선(鮮)은 베풂이다. 바늘 끝으로 오작교를 놓고 해묵지 않은 마음끼리 열게 해준다. 시집가는 딸에게 친정어머니가 반드시 챙겨주는 혼수용품이 반짇고리다. 그 가문의 풍습을 익혀야 하는 새댁에게 바느질 도구는 예절만큼 중요하다. 시집살이가 바늘방석 같아도 손끝만 야무지면 사랑받을 거라고 딸의 어깨를 다독인다. 새색시 손맵시 좋다는 말은 음식솜씨와 바늘 끝에서 나온다고 했다.현모양처일수록 바늘을 놀리는 손재주가 다재다능하다. 갓 시집간 며느리는 시어머니 곁에 앉아 집안의 풍습과 가풍을 전수받는다. 기성복이 흔치않아 한복은 손으로 직접 지어내야만 했다. 눈썰미가 없으면 바지저고리를 짓는 건 곤욕이다. 잘못 뒤집으면 팔 다리가 문어발마냥 몇 가닥이 나와 버린다. 한복의 멋을 살리는 데는 예전부터 바늘 솜씨가 좋아야만 흉잡히지 않았다.햇살좋은 날은 앞마당에 빨랫줄이 쳐지고 바지랑대가 이불호청을 떠 받들고 있다. 풀 먹은 이불이 꾸덕꾸덕해지면 끝자락을 서로 맞당겨 주름을 펴고 발로 자근자근 밟는다. 대청마루에 놓인 다듬잇돌을 사이 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무릎맞춤을 하고 앉아 방망이질을 한다. ‘토닥토닥’ 장단 맞추는 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진다.주름이 완만하게 펴진 모시두루마기 손질은 마무리가 까다로웠다. 참나무 숯불을 놋화로에 담고 인두를 꽂았다. 시름시름 앓아가는 불을 인두로 지그시 잠을 재웠다. 끝이 날렵한 인두는 동정받침의 끝을 닮았다. 바늘로 시침질을 하고 앞으로 돌려 인두로 지그시 눌려주면 저고리 앞섶 모양이 살아났다. 한복이 갖춰지면 이젠 바늘로 버섯코를 세울 차례다. 버선코를 살리는 데는 바늘 끝만 한 게 없다. 바늘 끝으로 끌어올리면 버선코가 오뚝 살아났다.아름다운 선을 이어주는 바늘은 대가족 제도다. 굵은 것과 가느다란 게 섞여 도합 스물네 개. 바늘 한 쌈이라 부른다. 연(姸)과 선(鮮)을 잇는 도구라 쓰임새에 따라 다르게 사용된다. 주로 어머니들의 전용이 라 가정마다 상비약처럼 구비되어 있다. 하잖게 여길지 몰라도 생활용 품이라 없으면 불편하다. 아무리 바빠도 그것의 허리에 실을 묶어서 쓸 수 없다는 의미심장한 속담까지 담고 있다.비가 그치면 지렁이가 기어 나오던 골목에 하나 둘 호롱불이 켜졌다. 그 아래서 앉아 어머니는 구멍 난 양말을 꿰맸다. 볕 좋은 날 빨았던 이불호청은 멍석을 펴놓고 시침질을 했다. 묵직한 솜이불은 돗바늘로 속통을 떠주지 않으면 뭉치거나 포장지처럼 펄럭거렸다. 거개 형제가 많아 바늘 한 쌈처럼 이불 속에 오글오글 발을 모으고 살았다.혼사를 준비하던 언니는 25번사 프랑스 자수실로 한 땀 한 땀 십자수를 놓았다. 베개 모서리엔 봉황을 수놓고 횃댓보엔 다복솔을 새겼다. 내가 입은 내의는 무릎이 구멍이 뚫리고 소매 깃이 낡아 나달나달했다. 어머니는 자투리 천으로 여러 모양을 본떠 무릎에 덧대어주었다. 팔꿈치와 무릎 위에는 동물농장마냥 온갖 그림이 그려졌다. 가끔 바느질을 할 때면 되돌아볼 추억이 있다는 건 그리움을 삭히는 특효약이 된다.‘한국의 미’를 살려주는 조각보는 우리 고유의 생활민예품이다. 자투리 천을 조각조각 잇대 만든 오방색 밥상보는 장인정신이 오릇이 스며든 것 같다. 고전을 살려 현대감각에 맞춰 전통미를 살려낸 멋스러움은 한복과도 잘 어울린다. 어느 나라에서 바늘 끝 하나로 그처럼 아름다움 민속예술을 이어오는 걸 보았는가. 조선여인의 바느질 솜씨는 외국인들을 탄복하게 만든다.연(姸)이 끝나는 곳에 선(鮮)이 있다. 아무리 편리한 세상이라도 바늘로 할 게 따로 있다. “필요가 사라지면 도구는 유물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풍경은 사라져도 그리움이 쌓인 사연은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 바느질을 해온 조선여인은 손에서 바늘을 놓지 않을 것이다.연(姸)이 끝나는 곳에 선(鮮)이 있다. 아무리 편리한 세상이라도 바늘로 할 게 따로 있다. “필요가 사라지면 도구는 유물이 된다”는 말이 있지만, 풍경은 사라져도 그리움이 쌓인 사연은 사라지지 않는다. 평생 바느질을 해온 조선여인은 손에서 바늘을 놓지 않을 것이다.

2019-10-27

라우다떼합창단 정기연주회 28일 포항 효자아트홀

천주교 대구대교구 제4대리구(대리구장 최재영 주교대리 신부) 라우다떼 합창단(단장 이상구·지도 신부 한창현)의 제14회 정기연주회사진 ·포스토가 28일 오후 7시30분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열린다. 포항지역에서 처음으로 가톨릭 신자들로 구성된 라우다떼합창단은 이날 신자들과 시민들을 초청해‘음악으로 소통하는 무대’를 마련한다.라우다떼합창단은 40명 규모의 가톨릭 신자 혼성 순수 아마추어 합창단. 2006년 창단 이후 매년 정기연주회, 천주교-불교 상생음악회, 포항합창음악제 등에서 실력을 발휘한 바 있다.‘라우다떼’는 라틴어로 ‘영광’ 혹은 ‘찬미하다’란 뜻이다.이번 공연에서는 로저스의‘사운드 오브 뮤직’을 비롯 흥겨운 국내외 명곡과 거룩한 성가곡 모차르트 ‘라우다테 도미눔(Laudate Dominum)’, ‘초우’‘마이 웨이’ 등 친숙한 가요와 팝송, 그리고 포항지역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구성된 통일여성합창단이 함께 출연해 깊어가는 가을 밤, 아름답고 풍요로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이상구 라우다떼 합창단장은“북한이탈주민과 함께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포항지역의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구성된 통일여성합창단을 초청하는 특별 음악회를 준비했다”며 “지역사회에 믿음과 신뢰, 소통을 위한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고 전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7

포항문화재단, ‘도시문화 상생’ 업무 협약 체결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차재근)은 24일 포항문화예술회관 회의실에서 영등포문화재단(대표이사 강원재)과 도시문화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이번 협약식에서 차재근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와 강원재 영등포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양 도시의 지역문화진흥 및 도시문화의 성장 발전 등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업무협약서 내용으로는 첫째 문화-도시-재생을 주제로 하는 상호교류와 협력, 둘째 양 도시간 문화예술, 청년,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주체들의 네트워크 형성과 지속적 교류, 셋째 공연장, 전시관 등 양 기관이 운영하는 문화공간의 활성화, 넷째 수변, 철, 창작클러스터, 예술기술융복합, 문화도시 등 양 도시의 공통 관심을 기반으로 추진하는 축제, 포럼, 교육, 창작지원 프로젝트를 상호 협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차재근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영등포와 포항은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은 지역으로 상호 협력을 통해 사업의 지속발전과 성과제고를 위한 지표 개발 및 확산을 위해 상호 교류하기로 했으며 특히 양 도시간 청년들과의 지속적 교류를 통해 창작지원 프로젝트가 활성화 돼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4

‘올재클래식스’ 32번째, 관자·순자·주역 발간

(사)올재(이사장 홍정욱)는 권당 2천900원에 판매하는 ‘올재 클래식스’ 32번째 시리즈로 중국 고전 ‘관자’, ‘순자’, ‘주역’을 출간했다.‘관자’는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을 지낸 관중(管仲, ?∼기원전 645) 사상을 정리한 고전이다. 고사성어 ‘관포지교’(管鮑之交) 주인공인 관중은 중국 최초 정치경제학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는 예의와 염치를 아는 구성원을 기르고, 부국강병을 이룰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순자’는 합리적 실천 유학을 추구한 순자 사상을 집대성했다. 예치주의를 주창한 그의 저서는 법가를 비롯한 제자백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졌다.천지만물의 도덕과 인간이 본받아야 할 도덕이 내재돼 있어 동양철학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주역’은 미래를 예측해, 좋은 일을 추구하고 흉한 일은 피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이 수천년 집약된 철학서다. 64괘에 담긴 자연에 대한 통찰과 인간사의 보편적 지혜를 탐구할 수 있는 주역에 대해 공자는 “만년에 ‘역’(易)을 좋아해, 이 책을 읽다가 가죽끈이 3번 끊어졌다”고 말할 정도로 주역 공부에 매진했다.‘관자’는 두 권으로 구성됐으며, 두 종 모두 고 신동준 21세기정경연구소장이 번역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4

경계와 단절을 넘어타자를 향한 공감

올가 토카르추크. /연합뉴스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7)의 대표작 ‘방랑자들’(민음사)이 출간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로 토카르추크를 선정하면서 “삶의 한 형태로서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해박한 열정으로 그려낸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일찍이 폴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토로한 바 있는 토카르추크의 작품 세계는 본질적으로 경계와 단절을 허무는 글쓰기를 통한 타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표작이 바로 ‘방랑자들’이다. 작가는 소설을 가리켜 “국경과 언어,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심오한 소통과 공감의 수단”이라고 말했는데, 작자가 지향하는 이러한 가치가 무엇보다 생생하게 빛나는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2008년 폴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을, 2018년도에는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한‘방랑자들’은 단선적 혹은 연대기적인 흐름을 따르지 않고,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어서 중심 서사를 완성하는 패치워크와도 같은 이야기 방식이 가장 절묘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물리적인 이주(移住)와 문화의 이행에 초점을 맞춘, 위트와 기지로 가득한 작품”이라는 한림원의 평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이다.휴가를 떠났다가 느닷없이 부인과 아이를 잃어버린 남자, 죽어 가는 첫사랑으로부터 은밀한 부탁을 받고 수십 년 만에 모국을 방문하는 연구원, 장애인 아들을 보살피며 고단한 삶을 살다가 일상에서 탈출해 지하철역 노숙자로 살아가는 여인, 프랑스에서 사망한 쇼팽의 심장을 몰래 숨긴 채 모국인 폴란드로 돌아온 쇼팽의 누이, 다리를 절단한 뒤 섬망증(8B6B妄症)에 시달리는 해부학자, 지중해 유람선으로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그리스 문명의 권위자….‘방랑자들’은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된 100여 편이 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다. 어딘가로부터, 무엇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 아니면 어딘가를, 무엇을,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다다르려 애쓰는 사람들, 이렇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소설의 제목은 고대 러시아 정교의 한 교파인 ‘달리는 신도들’에서 착안한 것이다. 그들은 온갖 악으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정체되거나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고 장소를 바꾸는 것만이 악을 쫓아낼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 소설의 첫머리에서 토카르추크는 다음과 같은 모토를 선언한다.“내 모든 에너지는 움직임에서 비롯되었다. 버스의 진동, 자동차의 엔진 소리, 기차와 유람선의 흔들림.”(본문 19쪽)모스크바의 지하철역 주변에서 노숙하는 정체 모를 노파의 에피소드를 통해 토카르추크는 인간이 한곳에 너무 오래 머물러 어떤 장소나 사물에 얽매이게 되면, 근본적으로 나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관습과 타성에 젖어 익숙한 것만을 찾는 인간은 현재에 안주하기 위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기계적으로 순응하게 되고, 더 이상 모험이나 행복을 갈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멈추는 자는 화석이 될 거야, 정지하는 자는 곤충처럼 박제될 거야, 심장은 나무 바늘에 찔리고, 손과 발은 핀으로 뚫려서 문지방과 천장에 고정될 거야. (….) 움직여, 계속 가, 떠나는 자에게 축복이 있으리니.” (본문 391~392쪽)올가 토카르추크. /연합뉴스토카르추크는 우리를 쉼 없이 움직이게 만드는 여행이야말로 인간을 근본적으로 자유롭게 해 줄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리고 우리가 머무는 공간, 우리가 움켜쥐고 있는 소유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삶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님을 일깨운다.‘방랑자들’은 여러 이야기를 직조한 다성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 불과 10여 개의 문장으로 이뤄진 짧은 텍스트도 있고, 중편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긴 분량의 이야기도 있다.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실은 독자로 하여금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듯이 읽으며 사색을 하도록 유도하는 철학적인 이야기들이다. 또한 읽을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과 해석이 가능한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텍스트이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19-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