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평가 최하위 5등급... 외부 전문기관 위탁해 실태 ‘현미경 진단’ “단순 캠페인으론 한계” 기획감사실, 전 직원 대상 철저한 익명 설문 착수
경북 울릉군이 ‘청렴 체감도 3년 연속 전국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조직 내부를 향해 배수진을 쳤다. 그간 실시한 외부 컨설팅과 강도 높은 감찰에도 불구하고 청렴도가 오히려 하락하자, 이번에는 철저한 익명을 전제로 직원들의 속마음을 낱낱이 파헤치는 실태 파악에 나선다.
울릉군 기획감사실은 2월 27일부터 3월 6일까지 군 산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도 향상을 위한 내부 청렴도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정례 행사를 넘어, 조직 내부에 굳어진 관행과 낮은 청렴 인식의 원인을 진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군의 위기감은 수치에서 드러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2025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울릉군은 최하위인 5등급에 머물렀다. 특히 공직자 스스로가 느끼는 조직 내 투명성과 공정성을 나타내는 ‘청렴 체감도’는 3년째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울릉군이 그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군은 권익위의 청렴 컨설팅을 지원받고 특별 감찰반을 편성하는 등 하드웨어적 대책을 쏟아냈다. 청렴 라이브, 결의대회 같은 소프트웨어적 접근도 병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전년 대비 2등급 하락이라는 처참한 성적표였다.
임장혁 기획감사실장은 “기존의 일방적인 청렴 캠페인만으로는 조직 내부에 뿌리 깊은 관행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었다”라며 “이번 설문은 외부 전문기관인 (주)이노크루에 위탁해 개인정보 기재 없이 철저한 익명성을 보장함으로써 직원들이 느끼는 실질적인 부패 취약 지점을 찾아낼 방침”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울릉군이 ‘청렴도 꼴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이벤트성 행정에서 벗어나 세 가지 차원의 시스템 재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먼저 제안되는 것은 데이터 기반의 업무 프로세스 매뉴얼화다. 주관적 판단이나 고질적인 관행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업무 분담을 정밀하게 자료화해 관리하는 ‘전문 보직 관리제(CDP)’ 등을 매뉴얼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무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현장의 체감도는 오를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청렴도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 하거나 부패 방지에 앞장선 직원에게 단순한 표창을 넘어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성과보수 부여’ 체계가 확립되어야 조직 전체의 체질 개선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학 교수는 “컨설팅 이후에도 등급이 하락했다는 것은 기존 대책이 현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증거”라며 “이번 설문에서 드러날 내부의 불만 요인을 실제 보상 체계와 강력하게 결합하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수치 개선을 넘어선 울릉군의 이번 행보는 결국 ‘신뢰의 재건’이라는 험난한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동해 외딴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과 열악한 여건에서도 묵묵히 행정의 최일선을 지켜온 공직자들에게 ‘청렴도 최하위’라는 낙인은 뼈아픈 상처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숙명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청렴은 단순한 행정 지표가 아니라 군민과 공직자를 잇는 유일한 끈”이라며 “이번 설문조사가 단순한 통계 수집에 그치지 않고, 공직자 스스로가 떳떳한 자긍심을 회복하고 군민들이 다시 군정을 믿고 기댈 수 있는 진심 어린 변화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거친 풍랑에도 독도를 지키는 등대처럼, 울릉군이 이번 내부 진단이라는 삭풍을 견뎌내고 ‘청렴도 5등급’의 늪을 벗어나 군민의 가슴 속에 다시금 신뢰의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군민을 넘어 전국적인 시선이 울릉의 변화와 그 귀추에 주목하고 있다.
/황진영 기자 h0109518@kbmaeil.com